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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눈독스타] '어벤져스' 속 분장 끝판왕 카렌 길런, 흥행으로 보상받은 삭발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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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대령기자]"나는 너구리에게 이메일도 받아."


영화 '어벤져스'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분)의 이 대사는 마블 스튜디오 영화 캐릭터들의 특성을 담고 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히어로 만화를 기반으로 탄생한 영화 세계관이다. 만화 속에서는 불가능이 없다. 초인부터 돌연변이, 외계인 등 수많은 공상과학(SF)적인 종족이 등장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를 모두 현실적으로 구현해야 한다. 말하는 라쿤, 말하는 나무, 녹색 감마선 괴물, 녹색 피부 외계인 암살자, 망토 두른 마법사 같은 캐릭터들을…. 그렇다보니 배우로서도 쉽지 않다. 거친 액션 연기는 기본이고 사방이 초록색인 세트장에서 허공에 대고 감정 연기를 해야 한다.


매 촬영 마다 수 시간 분장을 해야 하는 캐릭터도 많다. 네뷸라(카렌 길런 분)는 적어도 분장 분야에서는 마블 '끝판왕'이다. 전신을 파란색으로 칠해야 한다. 몸에 기계 장치도 몇 개 달아야 한다. 하지만 가장 슬픈 부분은 따로 있다. 대머리가 되어야 한다는 거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중심 인물은 단연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분),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분) 셋. 넓게 보면 스파이더맨(톰 홀랜드 분), 헐크(마크 러팔로 분), 로키(톰 히들스턴 분) 블랙 위도우 정도다.


네뷸라는 냉정하게 보면 인기 캐릭터라고 보기 힘들다. 태생부터 한계가 있다. 처음 등장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악역을 연기했다. 그마저도 메인 역할은 아니었기에 존재감이 떨어졌다. 아니. 오히려 처음에는 비호감에 가까웠다. 끝까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을 방해하고 가모라(조 샐다나 분)가 내미는 손을 끝까지 뿌리치는 모습은 얄미움 투성이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단순한 악역처럼 보였던 캐릭터가 극 중 모종의 사건을 거치면서 입체감을 부여받았다. 이와 함께 스토리의 중심축으로 올라섰다. 시종일관 농담을 모르는 진지한 성격이 유머신으로 승화되면서 팬층도 갖추기 시작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는 당당하게 주요 인물로 부상했다. 특히 이번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선 스토리의 중요한 축을 담당했다. 분량을 따져보면 심지어 일부 기존 '어벤져스' 멤버보다도 많다. 이런 영향인지 카렌 길런에 관한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빈도도 개봉 후 확연히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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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분장 뒤에 가려졌던 배우의 모습에도 관객들의 관심이 모이기 시작했다. 네뷸라는 인간의 외양을 하고 있지만 푸른 빛의 사이보그다. 기원도 정확히 그려지지 않았다. 배우의 분장 전 모습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실제 배우의 모습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이게 웬일. 파란색 분장 뒤에는 빛나는 미모가 가려져있었다. 네뷸라를 연기한 배우는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카렌 길런. 1987년생으로 '라이징 스타'라고 하기에는 조금 많은 나이지만 '어벤져스' 시리즈를 통해 뒤늦게 빛을 보고 있는 숨은 보석이다.


길런이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 영국 TV시리즈 '리버스'에 출연하며 브라운관에 데뷔했다. 하지만 이후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할리 스트리트' '커밍업' '스택드' '케빈 비숍 쇼' '더 웰' 등 여러 드라마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나 안정적이지 않은 수입 때문에 생활고를 겪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인기 TV시리즈 '닥터후'에 출연하면서부터다. 에이미 폰드 역을 맡아 뉴 시즌 다섯 번째 시즌부터 일곱 번째 시즌까지 출연해 열연을 펼쳤다. 2012년에는 '오큘러스'를 통해 바다 건너 할리우드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2014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출연은 그를 스타 반열에 올려놨다. 생소한 캐릭터들이 주연을 맡으면서 우려를 샀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대흥행을 거두면서 '마블은 실패하지 않는다'라는 영화계 공식을 만들었다.


길런은 이후 '어벤져스: 엔드 게임'까지 마블 스튜디오의 척추가 되는 작품들에 개근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동시에 비(非)히어로 영화 출연도 놓치지 않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쥬만지: 새로운 세계'에서 당당히 주연을 맡으면서 네뷸라가 아닌 자신의 얼굴로도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의 주연을 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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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첫 촬영 당시 촬영을 위해 과감하게 삭발을 단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배우로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분장의 완성도를 위해 기꺼이 머리카락을 희생해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길런은 '어벤져스: 엔드게임' 개봉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엔 삭발을 하지 않았다. CG 기술로 처리할 수 있다고 하더라"라며 "그럼 나는 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때 삭발을 했던 걸까?"라고 후회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daeryeong@sportsseoul.com


사진ㅣ카렌 길런 SNS,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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