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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위기의 지상파, 드라마 감축으로 터널 출구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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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30년만에 전통 편성체제 종지부 가닥…"작품 양극화 지속할 것"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송은경 기자 = '드라마 왕국' MBC TV가 30년간 지속한 드라마 편성체제에 대대적인 칼질을 예고하면서 위기에 몰린 지상파가 결국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MBC 드라마본부는 25일 회의에서 7월 방영이 예정된 '어차피 두 번 사는 인생'을 마지막으로 월화극을 내년 2월까지 잠시 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6월 방영을 앞둔 월화극 '검법남녀2'와 수목극 '봄밤'부터 방송 시작 시각을 밤 10시에서 9시로 1시간 앞당기고, 주말극은 폐지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MBC는 1980년 3월 드라마 '백년손님'으로 지상파 중 가장 먼저 월화극을 도입하며 지상파가 평일 밤 10시 대전 체제를 완성하는 데 제일 큰 역할을 했다. '허준'(1999~2000), '대장금'(2003~2004), '주몽'(2006~2007), '선덕여왕'(2009) 등 메가 히트작도 모두 월화극에서 탄생했다.

그런 MBC가 30년 만에 고육지책 겸 개혁 방편으로 편성변화를 예고하면서 이 틀도 깨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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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상암동 사옥



MBC의 이번 방침은 방송가에 큰 충격을 주겠지만, 사실상 예견된 수순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자본 부족'으로 귀결되는 작가, 배우, PD 부재의 '삼중고'를 타개할 방안은 결국 제작 편수를 줄이면서 소수 작품으로 질을 높이는 방법뿐이라는 관측은 수년 전부터 나왔다.

tvN을 내세운 CJ ENM, JTBC 등 종합편성채널, 그리고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인 넷플릭스와 유튜브까지 막대한 자본력을 등에 업은 '공룡'들이 나타나면서 지상파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이들과 경쟁하기 어렵게 됐다.

공룡들의 합류 후 작품마다 수천만 원을 부르면서 천정부지로 치솟은 배우 몸값과, 뉴미디어 플랫폼 쪽으로 시장이 기울면서 급감하는 광고 수익 등 새로운 환경 역시 지상파의 기존 편성 전략에 위협으로 작용했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지상파는 탄탄한 장노년 시청자층을 위한 주말극(KBS 2TV '하나뿐인 내편' 등), 톱배우 캐스팅을 내세운 장르극(KBS 2TV '동네변호사 조들호2'와 MBC TV '아이템' 등), 사회적 메시지와 요구에 부합하는 작품(SBS TV '열혈사제'와 MBC TV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등) 등으로 작품을 다원화하며 위기를 타개하려 애썼다. SBS는 금토극 신설 등으로 작은 편성변화로 대응하기도 했다.

지상파는 동시에 정부에는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을 촉구하며 광고 수익 파이를 조금이라도 늘려보고자 했다. 사실상 중간광고 격인 프리미엄CM도 이 과정에서 등장했는데, 여론은 싸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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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한정된 자본으로 다양한 실험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중간광고 허용 역시 대중의 비판 여론과 정부 제동에 발목이 잡히면서 다른 활로를 모색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결과적으로 지상파가 선택할 것으로 보이는 제작편수 감축은 일본, 대만 등 외국 방송사들은 이미 선택한 방식이기도 하다. 상당한 국가들이 자체 제작 작품 편수는 줄이면서 외국 작품을 사 와서 방영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효율화 전략을 짜고 있다.

MBC 드라마본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광고 시작이 OTT 기업들로 기울어 드라마 수익구조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상황이고, 젊은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도 모바일 쪽으로 변화해 전통적 편성체제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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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프리미엄CM



물론 지상파들의 항변과 별개로 방송가 관계자들의 충격은 상당한 분위기다. 이 고육지책이 '정답'일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 홍보사 관계자는 "드라마왕국 MBC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충격적"이라며 "하지만 제작편수 감축이 무조건 드라마 완성도를 높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한동안은 '높은 제작비에 힘입은 수준 높은 작품'과 '낮은 제작비로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막장극'으로 양분되는 현재의 경향이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학과 교수 겸 드라마평론가는 "몇 년간 누적된 문제를 제작 편수 감축으로 대응하는 것은 드라마 제작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실토하는 것밖에 안 된다"라며 "경쟁력 있는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는 드라마가 그동안 없었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윤 교수는 편성변화와 관련해서도 "단순히 시간대만 옮기는 것은 편법이다. 뉴스→드라마→예능의 틀을 깨는 발상이 있어야 진정한 혁신이다. 자기 혁신이 전제된 도전 정신과 실험정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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