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있던 발렌시아의 이강인 활용법…벤투호도 3월이 적기다

9월부터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선 돌입

발렌시아의 이강인이 유럽대항전 데뷔전을 소화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발렌시아(스페인)와 셀틱(스코틀랜드)의 2018-19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32강 2차전이 진행되던 22일(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의 메스타야 스타디움. 발렌시아의 마르셀리노 감독은 1-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31분 다니엘 바스를 불러들이고 이강인을 투입했다.

아직은 앳된 모습이 역력한, 사흘 전 18세가 된 이강인이 박쥐군단의 일원으로 홈에서 유럽대항전 무대를 밟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스페인 마르카에 따르면 이날 이강인의 출전(18세2일)은 아론 니게스(17세 7개월11일), 후안 크루즈 솔(17세 11개월27일)에 이어 발렌시아 역사상 3번째 최연소 유럽대항전 출전 기록이었다.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래서 구단이 꽤 애지중지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급하지 않게 단계를 거치면서 잘 자라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추가시간까지 합쳐도 20분 정도 되는 길지 않은 시간이었으나 이강인은 제법 진한 인상을 남겼다. 오른쪽 측면을 주 무대로 삼은 이강인은 어린 나이답지 않게, 큰 무대라는 것을 생각지 않는 과감한 패스와 여유로운 볼터치 그리고 센스 있는 움직임으로 팀 공격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그가 관여한 공격 전개에서 골에 근접한 장면들이 두어 차례 나왔을 만큼 효과적으로 팀 플레이에 녹아 들었다.

발렌시아 유스팀에서 성장한 이강인은 2018-19시즌 들어 본격적으로 1군 무대를 밟고 있다. 주 활동 공간은 코파 델 레이(국왕컵). 컵대회에서 선발 경험을 쌓은 이강인은 정규리그(프리메라리가) 2경기 교체투입을 거쳐 유럽대항전까지 진출했다. 여유 있던 상황이 이강인의 출전까지 이어졌다고 해석하는 게 옳다.

발렌시아는 지난 15일 스코틀랜드 원정으로 열린 32강 1차전에서 2-0으로 승리를 거두고 홈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2차전 후반 24분 가메이로의 득점으로 합계 3-0 여유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자 마르셀리노 감독은 이강인에게 기회를 줬다. 이강인도 부담이 덜한 경기에서 자신의 끼를 발산했다. 벤투호가 참고할 만한 활용법이다.

어린 이강인이 계속해서 화제를 일으키면서 A대표팀 발탁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축구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벤투 감독도 레이더망을 가동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강인의 플레이를 직접 보기 위해 최근 스페인까지 날아갔다. 이강인이 출전하지 않아 경기는 보지 못했으나 주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여러모로 대표팀으로 불러 '확인'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인데, 지금이 적기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 1월 아시안컵을 끝으로 해산됐던 벤투호는 오는 3월22일 볼리비아(울산), 26일 콜롬비아(서울)와의 두 차례 국내 평가전으로 다시 뛴다. 큰 대회(아시안컵)가 끝나고 다음 대회의 시작(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에 앞서 팀을 정비할 때다.

아시안컵과 견줘 대표팀 면면의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0년 넘도록 대표팀의 기둥 역할을 했던 기성용과 구자철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기에 이들의 대체자를 마련해야한다. 동시에 궁극적으로 2022년 대회까지 함께 갈 수 있는 후보군을 다져야할 시기다. 부상에서 회복한 권창훈의 복귀도 관심사고 여러 유망주들의 점검도 필요해 보이는데, 그 유망주 그룹에서도 이강인은 단연 첫 손가락에 꼽힌다.

벤투 감독도 3월은 부담이 덜한 일정이다. 6월까지는 평가전을 평가전답게 써야한다. 9월부터 실전에 돌입하면 실험을 감행하기가 어려워진다. 여유 있을 때 발렌시아가 이강인을 활용했던 것처럼, 벤투호도 3월이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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