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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황치열과 음악, 성숙하게 만개하기까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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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가수 황치열 / 사진=하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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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김수영 기자] 가수 황치열의 노래는 차곡차곡 쌓아 올린 벽돌처럼 견고하다. 가수의 꿈을 품고 오랜 시간 부단히 노력을 쏟아 온 그의 진정성은 단단한 보컬과 진한 감성으로 진화해 빛을 발한다. 그런 황치열이 이번에는 어느 계절에 들어도 좋은 노래들을 가득 담은 정규앨범 '더 포 시즌스(The Four Seasons)'로 돌아온다.

21일 오후 6시 발매되는 '더 포 시즌스'는 황치열이 12년 만에 발매하는 두 번째 정규앨범으로 1년 365일 팬들과 함께 하고픈 마음을 담아 사계절 내내 들을 수 있는 음악으로 구성됐다. 타이틀곡 '이별을 걷다'를 포함해 사랑의 사계절을 다룬 총 11곡이 수록돼 사랑의 시작부터 이별,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노래한다.

황치열은 오랜만에 정규앨범을 발매하는 소감을 밝혔다. "2007년도에 정규 앨범을 내고 12년 만"이라고 말문을 연 그는 "그때는 시작을 한다는 의미가 있었는데 지금은 나 혼자가 아닌 팬들과 함께 앨범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감개무량하다. 황치열의 정규 앨범이 아닌 황치열과 팬들의 앨범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행복하다"고 감격적인 소회를 전했다.

지난 2017년 미니앨범 '비 오디너리(Be ordinary)' 프로듀싱을 하며 앨범 전반적인 부분에 모두 참여했던 황치열. 그는 이번에도 총괄 프로듀싱을 맡아 전곡 작사에 참여하고, 수록곡 작곡에도 참여하는 등 정성을 쏟았다. 황치열은 "12년 만에 내는 앨범이다 보니 의미도 깊고, 팬님들이 기다려주신 것도 있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신경을 썼다. 퍼포먼스를 같이 할 수 있는 댄스곡도 넣어 프로듀싱했다. 정규앨범이라고 해서 요란한 것이 아니라 언제나 함께 하고 있다는 걸 팬분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타이틀곡 '이별을 걷다'는 이별의 마지막 장면에 선 남자의 감정을 표현한 곡으로 마지막까지 모든 걸 주고픈 따스한 진심을 담았다. 진한 이별 감성의 정통 발라드를 내세운 황치열은 "임창정, 윤종신 형님도 그렇고, 발라드 하는 분들의 기본은 정통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같은 상황이지만 그 여운을 어떻게 풀어가는지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갓 이별을 한 사람의 마음을 담은 거라 공감하기 쉽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녹음 시 가장 주력한 부분은 단연 노래에 깃든 감정을 살려내는 것이었다고. 황치열은 "헤어졌을 때 느낌이 어땠는지를 불러내는 게 관건이었다. 슬픈 건 누구나 다 슬프다. 그것보다 상실감을 느끼는 게 포인트였다. 예전 이별의 기억들을 많이 꺼내서 녹음했다"고 말했다.

황치열은 '이별을 걷다'의 애절한 이별 감정을 다소 덤덤한 창법으로 소화한다. 이에 대해 그는 "요새 음반, 음원 시장에서 많은 분들이 잔잔하게 여운이 남는 노래를 선호한다고 생각했다. 경연을 할 때보다는 더 다듬어지고 정교한 노래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간 과한 모습들은 많이 보여줬으니 이제는 단단하고 절제된 슬픔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별 노래 외에도 팬송과 사랑 노래까지 알차게 담았다는 그다. 황치열은 "7번 트랙 '넌 아니'는 팬분들과 나만 알 수 있는 내용들로 풀어내려 갔다. 대중분들이 들으면 하나의 스토리로 볼 수 있지만 팬분들은 우리 얘기라는 걸 바로 알 수 있는 노래다. 작사를 할 때도 시간을 많이 썼다"며 밝게 웃었다. 이어 "11번 트랙 '그대가 내 안에 박혔다'는 한 여자를 만나고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이다"고 설명했다.

황치열은 계절에 따른 고정된 관념에서 탈피하려 했단다. "추운 1월이니까 슬퍼야 하고, 6월이니까 댄스를 해야 한다는 것에서 벗어났다"고 말한 그는 "가을인데 새로운 만남이 있을 수도 있고, 여름인데 헤어져서 이별 노래를 들을 수도 있다. 순차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모든 마음을 앨범에 잘 담아보자는 마음으로 녹였다"고 말했다.

앨범을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을 떠올리기도 했다. 황치열은 "'어른병'이라는 노래가 있다. 내가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 즉 성장통에 대한 내용이다"면서 "성장통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걸 표현한다는 자체가 참 무거운 주제더라. 녹음을 4번 정도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들어도 아쉬운 노래다"고 고백했다.

그렇다면 황치열의 성장통은 어떤 것이었을까. 경북 구미에서 댄서로 활동하다 가수의 꿈을 품고 상경해 9년이라는 긴 무명 시절을 겪기까지 그의 성장통은 지독했다. 황치열은 "춤만 추다가 무작정 서울에 와서 뭐라도 하려고 열심히 했지만 가지가 꺾였다. 015B 객원 보컬이 됐을 때도 기대가 컸다. 그러나 또 꿈을 꺾고 보컬 트레이너로 일했다"며 힘들었던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는 "예전에는 시골에서 헤드라이트를 안 켜고 차를 운전하는 기분이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게 지금의 자신을 만든 자양분이 됐다는 황치열이다. 그는 "모든 게 하나의 성장통이라 생각한다. 그런 게 모여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면서 "요즘은 잘 보면서 길을 걷고 있는 기분이다"며 밝게 웃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던 황치열은 자신과 함께 꿈을 키운 작곡가들을 위해 작업실을 내주기도 했다. 황치열은 "예전에 살던 옥탑방을 작곡가 동생들이 살 수 있게 했다. 8, 9년 전에 아이돌 보컬 트레이너를 할 때 그 회사에서 공부하고 있던 작곡가 동생들이었다"며 "가수로 활동을 하면서 그 친구들을 보러 갔는데 닭장 같은 미디룸에서 작업하고 있는 걸 보고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내린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케이블TV Mnet 예능프로그램 '너의 목소리가 보여'(이하 '너목보')에 출연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황치열은 중국에서도 중국판 '나는 가수다'로 '황쯔리에 신드롬'을 일으키며 한류 스타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한한령(한류 금지령)과 중국 활동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한한령 완화 조짐과 관련해 황치열은 "주변에서 좋아질 거라고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아직까지 피부로 느껴지는 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한령 전에 드라마가 들어왔었다. 내가 도전할 게 있다면 얼마든지 할 의향이 있다"며 중국 활동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한령에도 불구, 지속적인 응원을 보내준 중국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황치열은 "국내에서 콘서트를 하거나 팬미팅을 하면 많이 찾아와주신다. 작년에 연말 콘서트를 처음 했는데 가족이나 연인과 보낼 수 있는 귀한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해외 팬분들이 많이 와주신 걸로 알고 있다. 정말 감사드리고, 아직까지도 잊지 않고 기억해주셔서 감사할 뿐이다"고 전했다.

그간 황치열이 보인 성과는 놀랍고 또 신선했다. 발라드라는 장르로 한류를 이끌었고, 미니앨범 '비 오디너리'로 조용필 이후 솔로 가수 최다 음반 판매량을 기록하기까지 했다. 음원 강자 수식어도 얻었다. 황치열은 "발라드 가수로서 과분한 사랑이다. 해외 공연, 연말 콘서트, 정규앨범 발매 등 상상도 못했던 일들을 하고 있다"면서 "발라더로서 이례적인 일이라는 걸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기적 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황치열은 '내려놓음'을 강조했다. 그는 "정규앨범을 준비하면서 직원들한테 '더 올라가지 않는다. 내려갈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판매량 같은 걸 생각하지 말고, 잘 만들어서 같이 갈 생각을 하자'고 했다"면서 "내가 여태 어떻게 했는지를 돌이켜보고 그걸 유지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끝으로 황치열은 올해 목표로 '건강'을 꼽았다. 그 이유의 중심에는 역시나 음악과 팬이 있었다. "4년 동안 쉬지 않고 일하다 보니 건강이라는 걸 놓고 있었는데 8월에 작업을 하면서 처음으로 목에 담이 걸려봤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운을 뗀 그는 "연말 콘서트에서 팬들과 눈을 맞추며 노래했는데 팬들의 행복해하는 표정을 보니 정말 노래할 맛이 나더라. 이 표정을 계속 보면서 노래하려면 건강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음악적인 지향점도 분명했다. "헤어지고 나서 누구 노래를 들어야 하냐고 질문했을 때 '당연히 황치열 노래지 않냐'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정말 슬픈 노래의 끝이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깊은 내면의 슬픔을 더 다듬어서 차분하게 들려드리는 게 목표예요."

[스포츠투데이 김수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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