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살려달라”… ‘황후의 품격’ 스태프들, 살인적 근무환경-폭언 고발 (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일보

SBS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황후의 품격’ 스태프들이 열악한 근로 환경을 고발하고 나섰다.

18일 오전 희망연대노조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SBS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의 근로환경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열악한 근로 환경을 폭로했다.

앞서 지난 17일 희망연대노조 측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 ‘황후의 품격’과 관련 10월 10일 29시간 30분 연속 촬영이 이어졌다”며 “11월 21일부터 30일까지 10일 간 쉬는 날 없이 촬영이 계속됐다”고 폭로했다.

이에 SBS 측은 본지에 “‘황후의 품격’ 29시간 30분 촬영으로 알려진 10/10일 정읍, 영광 촬영의 경우 여의도에서 06:20 출발, 지방에서 익일 05시 58분에 촬영이 종료되었다”며 “여기에는 지방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으나, 스무 시간이 넘는 근로시간이 발생하였고, 이로 인해 다음 날은 휴식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또 “촬영 초기에 지방 촬영이 잦아 장시간 근로시간이 발생하였으나, 앞으로 장시간 촬영을 자제하고 근로시간에 맞춰 스케줄을 조정해가겠다”며 “SBS는 이를 계기로 근로시간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좋은 작품을 선보여드릴 것을 약속하겠다”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 같은 SBS의 입장에 대해 희망연대노조 측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위법을 자인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들꽃노동법률사무소 김유정 노무사는 “어제 지부에서 문제 제기를 하니 SBS 측에서 29시간이 아닌 하루 21시간 30분 촬영했다고 하더라”며 “방송 현장은 무한정 연장 노동이 불가능해졌음에도 달라진 게 없다. 제작시스템 개선 의지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고용노동부가 이런 상황을 부추기고 있다. 현장을 감독하고 위법은 처벌해 살인적인 노동이 근절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김두영 지부장은 “방송사는 지난 6개월 동안의 유예 기간을 얻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한 번도 대화를 하지 않았다. 노동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의 관행을 유지하기 위한 꼼수의 시간이었다”라고 주장하며 SBS와 제작사를 지탄했다.

또 SBS, 제작사 SM라이프디자인그룹, 주동민 PD를 상대로 한 고발장을 작성한 ‘방송계갑질119’ 김수영 변호사는 “살려달라는 절규가 촬영 일지에서 느껴졌다. 밥 먹듯 위법한 장시간 노동이 이뤄졌다”며 “사람을 죽이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지난 2016년 tvN ‘혼술남녀’에서 열악한 근로환경 속 목숨을 잃은 이한빛 전 CJ E&M PD의 아버지인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용관 이사장 역시 참석해 노동환경 개선을 주창했다.

이 자리에서 이 이사장은 ‘황후의 품격’의 김순옥 작가와 주동민 PD도 함께 언급했다. “김순옥 작가는 드라마를 통해 슬프고 외로운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황후의 품격’ 카메라 뒤의 스태프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PD와 작가가 현장을 바꾸는 데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동고발단은 촬영 스태프들을 향한 드라마 제작진의 폭언도 함께 고발하며 인권 보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본지는 이날 열린 희망연대노조의 기자회견에 대한 SBS 측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시도했으나, SBS 관계자는 “전날 밝힌 입장 외에 현재까지 추가적으로 밝힐 부분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 후 고발장을 접수했으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과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