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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TEN 인터뷰] ‘스윙키즈’ 박혜수 “마음만은 비욘세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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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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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윙키즈’에서 탭댄스단 통역사 양판래 역으로 열연한 배우 박혜수. /이승현 기자 lsh87@

노래가 좋았던 소녀는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에 도전장을 냈다. 아쉽게도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우연한 기회로 연기를 할 수 있게 됐다. 배우 박혜수의 이야기다. 박혜수는 최근 영화 ‘스윙키즈’에서 전쟁통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당찬 소녀가장이자 탭댄스단 통역사, 양판래를 연기했다. 그는 “판래를 연기한 후 내가 더 꿋꿋하고 당당해졌다”고 말했다. 캐릭터를 흡수해 자신의 장점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박혜수는 “잘 몰랐기 때문에 더 용감하게 도전하게 됐다”면서 “연기와 노래, 둘 다 가져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용기와 도전은 경계를 두지 않을 것 같다.

10. 극 중 판래는 통역으로 돈을 벌기 위해 댄스단에 합류해요. 다른 단원들도 각각 나름대로 단원이 된 이유가 있죠. 오합지졸이었지만 춤이라는 공통점으로 점점 하나가 되는 캐릭터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떻게 봤나요?
박혜수: 뭔가 결핍돼 있고 허점이 있는 인물들을 사랑스럽게 그려내는 게 우리 영화의 매력 포인트예요. 감독님은 이 영화의 악역이 전쟁과 이념이라고 하셨어요. 춤을 추며 행복해하는 사람들과 비극적 상황의 대비를 통해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니 더 와 닿더라고요.

10. 수용소 막사와 연회장, 전쟁통에 생겨난 판자촌 등 영화가 당시를 생생하게 재현했어요. 판래의 파란색 원피스와 핑크색 리본 등 복고풍 의상도 한몫했고요. 의상도 신경 썼을 것 같아요.
박혜수: 감독님이 배우들도 의상팀과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게 해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상상하는 판래의 모습에 대해 조금씩 말씀드렸죠. 함께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게 재밌었어요. 극 중 잭슨(자레드 그라임스 분)이 판래의 집에 찾아갔을 때 마침 판래가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해오잖아요. 그 때는 의상과 메이크업도 전쟁으로 인해 소녀가장이 된 판래의 느낌을 살리려고 했어요. 영화 마지막에 탭댄스단이 크리스마스 공연을 하는 장면에서는 판래가 특별한 날을 맞아 신경 써서 꾸민 느낌을 주려고 했고요.

10. 당시 시대상을 잘 모르는 세대잖아요. 캐릭터를 어떻게 구상해 나갔나요?
박혜수: 전쟁이라는 특수한 시대적 배경이 있는 영화니까 인물 하나만 놓고 볼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당시 상황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학교에서 배운 내용으로 수동적으로만 이해하고 있었으니까요. 판래가 1931년생인데 저희 외할머니가 1932년생이세요. 외할머니 기억의 조각을 판래의 것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피란하며 먹을 걸 구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아주 적은 양의 밥도 마을 사람들이 모두 함께 나눠 먹었다고 하셨어요. 힘든 상황에도 서로 도왔다는 말씀에서 서로 힘을 합쳐나가는 ‘스윙키즈’ 멤버들이 연상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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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윙키즈’의 한 장면. /사진제공=NEW, 안나푸르나필름

10. 평소 춤추는 걸 좋아하나요? 탭댄스 실력이 상당하던데요.
박혜수: 마음만은 비욘세에요. 아이돌 무대 영상 보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춤추기와는 거리가 멀죠. 호호. 촬영에 들어가기 전 5개월간 다른 배우들과 함께 연습실에서 거의 매일 연습했어요. 경수 선배와 민호 선배는 원래 춤을 잘 추셔서 그런지 무리 없이 수업을 따라가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열등생이었어요. 남아서 연습하고, 또 더 연습하려고 아침 일찍 나가기도 했는데 이미 선배들이 나와 계셔서 놀라기도 했죠. 시작부터 목표는 대역 없이 탭댄스를 소화하는 거였어요. 어려운 동작들을 무한 반복하고 따로 연습실을 잡아서 연습하기도 했어요.

10. 춤에 자신이 없었을 텐데 연습으로 결국 해낸 거네요. 이젠 탭댄스를 즐길 수준이 됐을 것 같아요.
박혜수: 오디션장에서는 감독님께 춤추는 데 자신 있다고 당당히 말했지만 탭댄스를 춰본 적도 없고 생소해서 내심 걱정했거든요. 하지만 극 중 인물들처럼 타닥타닥하는 탭댄스의 경쾌한 리듬에 점점 빠져들었어요. 촬영 대기 중에도 음악 소리에 발을 굴러서 방해가 되진 않았나 싶어요. 처음 안무 선생님께 레슨을 받았을 때 선생님의 절망적 표정은 아직도 기억나네요. 호호. 하지만 선생님이 ‘춤은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면서 북돋아 줬어요. 4개월 차에 접어들 때쯤 선생님과 프리스타일로 주고받을 수도 있게 됐어요. 극 중 기수(도경수 분)와 잭슨이 탭댄스를 주고받는 것처럼요.

10. 오디션을 볼 때도 탭댄스를 보여줬나요?
박혜수: 현란한 춤을 준비해가면 못 추는 게 티가 날 거 같았어요. 어차피 못 추는 거 탭댄스를 준비해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죠. 이틀 정도 탭댄스 학원에서 속성 교습을 받았어요. 옷도 판래가 입을 것 같은 촌스러운 복장을 하고 갔어요. 조그마한 애가 어설프게 춤추는 걸 감독님이 귀엽게 봐주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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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수는 “춤은 잭슨에게, 음악은 경수 선배에게 배웠다”며 즐거운 촬영 현장을 떠올렸다. /이승현 기자 lsh87@

10. 베니 굿맨의 ‘싱싱싱’이나 데이비드 보위의 ‘모던러브’, 정수라의 ‘환희’ 등 영화 삽입곡들은 알고 있는 곡이었나요?
박혜수: 다른 곡들도 잘 알지 못했지만 ‘모던러브’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됐어요. 음악만 듣고, 대본으로만 읽어볼 때는 음악이 삽입되는 장면이 와닿지 않았어요. 달려가면서 탭댄스를 춘다는 것도요. 그래서 올림픽공원이나 한강 공원처럼 뛸 수 있는 곳으로 나가서 연습했어요. 범위가 큰 동작을 하기에 연습실은 한계가 있더라고요. 감독님께서 ‘이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뛰지 않느냐’고 하셨는데 그제야 그 말의 뜻을 알겠더라고요. 블루투스 스피커를 틀어놓고 판래가 된 기분으로 뛰는데, 음악이 머리가 아니라 마음에서 들리는 기분이었습니다.

10. 그 장면에 특별히 애착을 느낄 것 같네요.
박혜수: 가장 공을 들이고 힘들게 준비했어요. 춤으로 감정을 표현한다는 게 어떤 건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판래의 개인적인 열망이 드러나는 장면이기도 하고요. 돈을 주지 않기 때문에 탭댄스는 추지 않겠다던 판래가 잭슨에게 보여주고 싶다면서 춤을 추기 시작해요. 그가 얼마나 희생했고 많은 걸 포기하며 살았는지, 그 억눌렸던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이라서 소중하게 느껴져요.

10. 판래와 기수의 키스신이 두 번 나오잖아요. 각각 촬영은 어땠나요?
박혜수: 첫 번째 키스신은 사건으로 인해 엉겁결에 입술이 닿는 거잖아요. 어떻게 하면 앞뒤 상황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재밌게 보일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두 번째 키스신은 또 다른 느낌이에요. 기수가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판래에게 마음을 표현한 것 같아서요. ‘인민 영웅’의 동생이면서 수용소 말썽쟁이지만 그 장면에서는 기수도 단지 어리고 순수한 청년이라는 걸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10. 극 중 4개 국어에 능통하잖아요. 언어의 어려움은 없었나요?
박혜수: 재밌었어요. 4개 국어를 넘나든다는 설정이 판래를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 같기도 했고요. 극 중 잭슨과 대화할 때 영어 사이사이에 한국어를 추임새처럼 넣는 게 맛깔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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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수는 “판래를 연기한 후 내가 더 꿋꿋하고 당당해졌다”고 말했다. /이승현 기자 lsh87@

10. ‘K팝스타’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는데 어떻게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나요?
박혜수: ‘K팝스타’에서 탈락한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전과 다름없이 지냈어요. 그러다가 지금 소속사에서 연기를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어요. 연기에 대해 잘은 몰랐지만 가수가 노래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듯 배우도 대사를 통해 캐릭터를 표현한다는 점이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잘 몰랐기 때문에 더 용감하게 도전하게 됐어요. 연기가 어려울 때도 있지만 정말 매력적이고 즐거운 일입니다. 언젠가는 제가 부르는 노래도 세상에 들려주고 싶어요.

10.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요?
박혜수: 특정해 두지는 않았어요. 새로운 인물을 만나는 일은 마냥 설레고 즐겁습니다.

10. 연기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박혜수: 작품을 끝내고 나면 스스로 많이 바뀌어졌다는 게 느껴져요. 몇 개월 동안 극 중 인물처럼 생각하다 보면 현실로 돌아온 후에도 제 안에 그가 남게 돼요. 판래를 연기한 후에는 제가 더 꿋꿋하고 당당해졌어요. 그런 긍정적 영향에 매력을 느낍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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