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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 (목)

“우승했는데 해체 위기… 환호 뒤 눈물이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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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서글픈 K리그2 우승 시상식

경찰청, 선수 수급 중단 결정… 14명만 남아 승격-잔류 불가 상황

시민구단으로 리그에 남을수도

동아일보

프로축구 K리그2 챔피언 아산 무궁화 선수들이 4일 충남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안양과의 올 시즌 마지막 안방경기를 마친 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아산 무궁화는 경찰청의 선수 수급 중단 결정에 따라 우승을 하고도 팀이 해체될 위기에 몰려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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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를 버리지 말아 주세요.”

4일 충남 아산시 이순신종합운동장. 이미 K리그2 우승을 확정한 아산 무궁화의 시즌 마지막 홈 경기. 경기 뒤 우승 시상식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경기장 안은 축제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경찰청이 최근에 발표한 선수 수급 중단 결정을 비판하는 플래카드들이 넘쳤다. 경기장 입구에는 일부 아산 팬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아산의 존속을 지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이날 두 아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김동훈 씨(40)는 “가족과 함께 경기장을 찾아와 응원하며 주말을 즐겼다”며 “우승을 하고도 없어질 위기라니, 가슴이 ‘휑’한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평소 1500명 안팎이던 관중은 4200명을 넘겼다. 그만큼 아산의 존폐는 팬들의 관심사였다.

“한 번 더 나에게 아산 위한 함성을∼.”

이날 구단은 공식 응원가 ‘질풍가도’를 최초로 공개했다. 아산 서포터스 ‘아르마다’ 윤효원 씨(25·여·총무 겸 운영팀장)는 경기 틈틈이 이 응원가를 따라 부르며 아산의 존속을 기원했다. 윤 씨는 “‘가장 슬픈 시상식’이라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아산은 우승팀이다. 더 뜨겁고 당당하게 응원했다”고 기쁨과 슬픔에 찬 심경을 전했다.

FC 안양을 상대로 2-1로 역전승한 아산 선수들은 시상대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그 순간부터 애써 슬픈 생각은 잊고자 한 듯했다. 아산 팬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올렸고, 동료와 얼싸안고 춤을 췄다. 이한샘은 “열심히 노력해서 우승했다. 앞으로 더 좋은 경기를 뛸 수 있게 많이 도와줬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동혁 아산 감독(39)은 “오늘은 당당하게 아산이 우승했다는 것만 말하고 싶다”면서도 “선수들이 더 칭찬받고 자부심을 가졌으면 하는데 최근의 어려움 때문에 좀 묻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아산은 경찰청이 운영하는 구단이다. 선수 수급이 되지 않으면 아산은 2019년 전역자를 제외하고 단 14명만 남는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규정한 클럽 최소 인원(20명)을 못 맞추게 돼 K리그1 승격은 물론이고, 리그 잔류조차 할 수 없다. 박명화 아산 경영지원팀 부장(48)은 “우승 세리머니를 준비하며 그저 뿌듯하고 행복해야 하는 시기인데 속이 쓰리다”며 아쉬워했다.

프로연맹은 5일 이사회를 열어 아산의 K리그1 승격 여부를 결정한다. K리그2에서 우승해 자동 승격이 가능하지만 경찰청의 선수 수급 중단 탓에 승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연맹의 한 관계자는 “이날 아산이 승격할지, 승격하지 않으면 누구를 어떤 방식으로 올릴지를 결정한다”며 “만약 승격이 안 되면 사실상 경찰청 팀으로 아산은 해체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후 아산은 경찰청 팀이 아닌 시민 구단으로 K리그에 잔류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한편 이날 K리그1 35라운드에선 울산(승점 59점)이 전북에 1-3으로 져 경남(61점)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최용수 감독이 부임한 후 첫 승을 기대하던 서울은 대구와 1-1로 비겨 무승을 12경기(5무 7패)째로 늘렸다.

아산=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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