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된 불경 8종 중 ‘화엄경소’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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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 수덕사 무이당에 봉안된 소조여래좌상 내부에서 고려와 조선시대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급 불경 8종이 나왔다. 정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은 31일 높이 90㎝ 소조불상 안에서 <대방광불화엄경소(大方廣佛華嚴經疏)> 권79~81, 권91~93과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다라니> 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정각 스님은 오는 3일 충남 홍성 충남도서관 강당에서 수덕사와 동북아불교미술연구소가 공동 개최하는 ‘덕숭산 수덕사 본말사의 성보문화재’ 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한다.
이번에 발견된 불경 중에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대방광불화엄경소> 권79~81, 권91~93 등 6권 2책이다.
<대방광불화엄경소>(화엄경소)는 당나라 징관(738~839)이 쓴 60권짜리 화엄경에 송나라 정원(1011~1088)이 주(注)를 붙여 총 120권으로 간행한 주석서이다. 고려의 대각국사 의천(1055~1101)은 송나라에 가서 이 화엄경 목판을 수입해왔고, 이를 찍어냈다.
송나라에서 수입한 경판은 조선조 세종 연간에 일본으로 넘어간다. 1424년(세종 6년) 조선을 방문한 일본 사신이 “대장경판을 하사해달라”고 요청하자 대장경판 대신 주화엄경판(화엄경소)을 주었다(<세종실록>). 그러나 이 경판은 일본 교토(京都)에 도착해 상국사에 안치된 후 사라지고 만다. 따라서 경판을 잃어버리기 전에 찍어낸 <화엄경소>는 총 60권이 보물로 지정돼 있을 정도로 희귀본으로 인정된다. 이번에 발견된 권79와 80은 기존에 국내에서 발견되지 않은 유일본이어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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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 무이당 소조여래좌상 안에서 발견된 〈대방광불화엄경소〉 권91(왼쪽 사진)과 〈묘법연화경〉. 동북아불교미술연구소 제공 |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권81과 91이다. 권81과 91은 계명대 소장본(보물 제1707호)과 중복된 권차이다. 그런데 수덕사 것과 계명대 것을 비교분석한 정각 스님은 “수덕사 복장본과 계명대 소장본은 판형이 다르고, 글자 형태도 다르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정각 스님은 “이는 수덕사에서 나온 <화엄경소>가 대각국사 의천이 수입한 송나라 경판이 아니라 고려가 자체 제작한 경판에서 인출했음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각 스님은 “발견된 수덕사 <화엄경소>는 종이 재질과 서지 형식으로 미뤄볼 때 고려 후기에 인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묘법연화경>은 권7, 권1, 권4~5, 권3~4 등 4종이 확인됐다. 연화경은 화엄경, 금강경과 함께 대표적인 대승경전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알려진 고려시대 간행 목판본은 총 11종이다. 이번에 발견된 수덕사 <묘법연화경> 권7은 고려 중기의 권신 최이(?~1240)의 발문이 수록된 것이 특징이다. “송나라 목판을 얻어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에 조판을 명했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이 <묘법연화경> 권7은 송나라 판본을 번각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권7의 여백 3면에는 1390년(공양왕 2년)이라고 쓴 묵서기가 보인다. 이번에 발견된 <묘법연화경> 중에는 1286년 승려 성민의 기록이 있는 판본과, 1382년 이색의 발문을 실은 권4~5권이 있다.
이번에 불복장이 다수 확인된 수덕사 소조여래좌상은 무이당에 봉안된 소조 삼존 중 주존불이다. 원래 이 불상의 복장물 상당수가 도난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소조여래좌상의 연대를 측정하다가 불상 밑바닥 복장구에서 고려~조선 초의 복장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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