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원 선발 중단으로 존폐 위기
소속 선수 향한 승부조작 시도로 위기감 가중
아산 무궁화 축구단의 해체를 막기 위한 축구팬과 축구인의 노력은 자칫 장학영의 승부조작 제안으로 물거품이 될 위기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존폐 위기에 빠진 아산 무궁화 축구단을 더욱 힘들게 한 건 결국 축구인이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4일 국가대표 출신 전 프로축구선수 장학영이 후배 K리거에게 승부조작을 제안했던 사실을 공개했다.
문제의 사건은 지난달 21일 부산의 한 호텔에서 발생했다. 당시 부산 원정을 떠났던 아산 무궁화 소속 이한샘은 대선배의 제안을 거절하고 구단에 승부조작 제안을 받은 사실을 알렸다. 아산 무궁화는 경찰과 K리그 클린센터에 신고했다.
프로축구연맹은 “장학영이 경찰에 긴급체포된 것을 확인하고 비공개 수사에 협조했다. 장학영은 현재 검찰에 구속된 상태”라고 알렸다.
K리그는 지난 2011년 승부조작 사건으로 많은 축구인을 잃었다. 전직 선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감독도 세상을 떠났다. 전도유망했던 많은 선수는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어린 시절을 바쳤던 그라운드에서 불명예스럽게 쫓겨났다.
하지만 장학영은 이런 아픈 역사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승부조작을 시도했다. 자신의 동료가, 또 선·후배가 승부조작에 가담해 어떤 결말을 맞았는지 확인했으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실수가 거듭되면 잘못이다. 장학영은 실수가 아닌 잘못을 했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축구계에서 대선배의 승부조작 제안을 거절한 이한샘은 최고의 페어 플레이를 선보였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더 큰 문제는 시기다. 최근 한국 축구는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 독일전 승리를 시작으로 ‘봄날’을 향하고 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손흥민(토트넘) 등 한국 축구의 현재이자 미래가 될 선수들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한국 축구의 부활을 알렸다.
덕분에 파울루 벤투 감독이 새롭게 부임한 축구대표팀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평가전에는 6만4170명의 만원 관중이 모였다. 이들은 축구대표팀을 향한 뜨거운 사랑이 K리그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대형 카드섹션도 선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장학영의 승부조작 시도가 터졌다. 최악의 타이밍이다.
사실 K리그는 축구대표팀을 향한 뜨거운 사랑과는 온도차를 느끼는 상황이다. 구단은 매년 투자를 줄이고, K리그 현장을 찾는 축구팬도 줄고 있다. 이 때문에 축구대표팀을 향한 뜨거운 사랑이 K리그까지 이어지길 바라는 이들의 바람이 지난 우루과이전의 카드섹션으로 펼쳐졌다.
이런 노력은 자칫 꽃을 피우기도 전에 잘못된 선택을 한 축구인에 의해 헛수고가 될 위기다. 더욱이 장학영이 승부조작을 제안한 팀이 존폐 위기에 있는, 사실상 올 시즌을 끝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큰 아산 무궁화라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2011년 K리그 승부조작 당시에도 군경팀은 승부조작의 중심에 있었다. 아산 무궁화는 K리그에 합류하기 전이었지만 당시 상무 소속 많은 선수가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이들은 많은 돈을 받던 프로팀을 떠나 병역을 해결하는 상황이라 ‘검은 돈의 유혹’을 거절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댔다.
존폐 위기의 아산 무궁화는 많은 팬과 축구인의 노력에도 승부조작의 대상이 됐다는 암초를 만났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아산 무궁화는 올 시즌 도중 경찰의 갑작스러운 인원 선발 중단에 존폐 위기에 빠졌다. 아산 서포터와 많은 축구인이 아산 무궁화를 지키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지만 결국 승부조작이라는 거대한 벽을 만나고 말았다.
종목은 다르지만 프로배구 V-리그는 2011~2012시즌 도중 승부조작 스캔들이 터지고 이 중심에 아마추어 초청팀 상무가 있었다는 점이 확인되자 상무가 시즌 도중 잔여 경기를 포기했다.
당시 상무는 승부조작 사태에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며 군 사기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했다고 리그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2011~2012시즌 도중 발생한 승부조작 사태 이후 리그 불참을 선언한 상무는 결국 2012~2013시즌부터 V-리그에 참여하지 않는다.
선배 배구인의 잘못으로 후배 배구인이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태 역시 유사한 상황이다. 아산의 폐지를 막아보겠다는 많은 이들의 열정이 모이는 가운데 장학영의 승부조작 시도는 그들의 노력을 반감시키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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