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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굿바이 ‘미스터 션샤인’] 고난과 시련 속 지켜낸 영광의 새드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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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사진=tvN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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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잘가요, 동지들. 독립된 조국에서 씨 유 어게인(See you again)”

30일 방송한 tvN ‘미스터 션샤인’(극본 김은숙, 연출 이응복) 최종회는 의병들의 명예로운 죽음을 담았다.

구동매(유연석)는 무신회 낭인들과 싸우다 마지막을 맞았다. 무신회가 자신의 오른팔 유죠(윤주만)의 시체를 함부로 대하는 모습에 복수심을 느낀 것. 숨이 다하는 순간 동매는 고애신(김태리)을 떠올리며 “내가 애기씨 생에 한 순간만이라도 가졌다면 이 놈은 그걸로 된 거 같다”는 말을 남겼다.

글과 사진을 통해 일본의 잔혹함을 고발하고 의병의 투쟁을 기록했던 김희성(변요한)은 일본군에 발각돼 고문을 당했다. 의병 명단을 묻는 일본군에게 희성은 “나는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한다. 달, 별, 꽃, 숲, 농담… 그런 것들을 좋아한다. 그런 이유로 그이들과 한패로 묶인다면 영광”이라고 답한 뒤 숨을 거뒀다.

유진 초이(이병헌)는 애신과 조선 동지들을 구하려다 생을 마감했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일본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애신이 정체를 들키자 유진이 나선 것. 애신에게 “당신의 승리를 빈다. 그래서 가는 거다. 그대는 나아가라. 나는 한 걸음 물러나겠다”는 말을 남긴 유진은 한 발 남은 총으로 애신이 탄 기차의 칸을 분리시켰다. 일본군의 총이 유진에게 쏟아졌고 그 모습을 바라봐야만 하는 애신은 오열했다.

의병장 황은산(김갑수)을 비롯해 이상복 김남진 김규태 서호정 이정호 등도 일본군과 싸우다 사망했다. 임관수(조우진)의 보고를 들은 고종(이승준)은 눈물을 흘렸다.

유진은 조선의 외국인 묘지에 묻히게 됐다. 관수가 유진의 상사 카일 무어(데이비드 맥기니스)에게 부탁한 덕분이다. 이런 가운데, 유진이 일본행 기차에 타기 전 애신에게 써 뒀던 편지 내용이 공개됐다. 유진은 편지에 “그대와 함께 한 모든 순간은 내게 소풍같았다”고 썼다. 아울러 미래에도 애신이 의병으로서 조선의 편에 서서 싸우기를 바랐다.

시간이 흘러 1919년, 애신은 유진이 바란대로 독립운동을 계속했다. 불꽃처럼 짧고 뜨거운 생을 마감한 의병들처럼 독립을 위해 싸우고자 하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했다. 이런 가운데 과거 유진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했던 도미(고우림) 역시 독립군이 됐다. 훌쩍 자란 도미(김민재)는 유진의 묘 앞에서 “멈추지 않고 가겠다. 이건 우리의 싸움이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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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방송화면)


■ ‘미스터 션샤인’은 어떻게 역사왜곡 논란을 극복했나

의병들의 의로운 죽음으로 감동을 선사하며 끝난 ‘미스터 션샤인’이지만 방송 초반에는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던 터다. ‘미스터 션샤인’ 1회에서 이완익(김의성)이 이토 히로부미에게 운요호 사건을 먼저 제안하는 장면이나 남자 주인공 유진·동매가 각각 미국인과 일본인을 자처하며 조선을 적(敵)으로 여기는 설정 등이 일본의 식민사관(植民史觀: 일제가 조선 침략을 합리화하기 위해 조작해 퍼뜨린 역사관)을 긍정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

‘미스터 션샤인’은 우리 역사의 가장 비극적인 시대였던 일제 강점기 직전, 혼란했던 구한말을 다룬 드라마다. 이 시기는 참고할 만한 사료가 많이 남아 있지 않아 드라마나 영화로 재해석된 선례가 없었다. 그랬기에 첫 방송 전부터 ‘미스터 션샤인’이 고증에 얼마큼 힘썼는지 기대하는 시청자가 많은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역사를 왜곡했다’는 의혹이 몰고 온 파장은 상당했다. ‘미스터 션샤인’이 첫 방송을 내보낸 지 약 열흘 만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과 같은 역사왜곡 드라마·영화에 대해 강력히 조치해 달라”는 글이 게시되기까지 했다. 이 글은 당시 게재 일주일 여 만에 2만 명이 넘는 네티즌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미스터 션샤인’은 지난해 9월 촬영을 시작해 상당 부분 제작을 마친 상태였다. 이 때문에 제작진이 일련의 의혹에 직접 대응하거나 이를 참고해 드라마 내용을 수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미스터 션샤인’ 측은 극 중 동매 캐릭터가 친일 미화의 소지가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만 직접 인정하고 논란이 된 부분을 수정했다. 애초 동매는 명성황후 시해를 주도한 바 있는 실존의 우익단체 흑룡회 소속으로 설정됐던 바. 제작진은 “친일 미화의 의도는 결단코 없었으나, 역사적 사건 속 실제 단체를 배경으로 삼은 점이 옳지 않음을 지적받아 가상의 단체로 극을 수정하겠다. 민감한 시대를 다루는 드라마인 만큼 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깨달았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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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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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논란 이후 드라마가 전개되면서 일제에 맞서 싸우는 항일의병들의 이야기 비중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덕분에 ‘미스터 션샤인’을 둘러싼 역사왜곡 논란도 점차 사그라졌다. 특히 조선에 주둔하던 일본군이나 친일파가 우리 민족에 저지른 만행들을 직설적으로 그려내며 시청자들을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이게 만들었다. 또 조선 사대부 집안의 규수인 애신을 비롯해 도공 황은산(김갑수) 포수 장승구(최무성) 전당포 주인 일식이(김병철) 춘식이(배정남) 등 성별과 신분·직업의 구분 없이 의병이라는 이름으로 일제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감동을 배가시켰다. 특히 최종회에서 백성들이 일본군으로부터 애신을 지키기 위해 몸바쳐 방패막이 되어주는 장면, 외신이 촬영한 의병 사진을 재현한 장면 등도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이 과정에서 역사왜곡 논란의 중심에 섰던 유진과 동매도 애신에 동화돼 의병 운동에 힘을 보탰다. 그런가 하면 극 초반 한량으로 그려졌던 또 다른 남자 주인공 희성은 칼 대신 펜을 들고 신문사를 설립, 역시 의병으로 활약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인과 결혼해 쿠도 히나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했던 호텔 글로리의 사장 이양화(김민정)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는 자신의 재력과 인맥을 이용해 조선을 위해 싸웠다. 마침내는 일본군의 아지트가 되어버린 글로리를 제 손으로 폭파시키며 의로운 죽음을 맞아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이 외에도 ‘미스터 션샤인’은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조선의 실질적 침략인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1905년 일본이 강제로 맺은 을사늑약에 찬성했던 ‘을사오적’(이완용 박제순 이지용 이근택 권중현) 1907년 이완용과 조선통감부 통감 이토 히로부미 명의로 체결된 한일신협약(정미7조약)에 찬성한 ‘정미칠적’(이완용 송병준 이병무 이재곤 임선준 고영희 조중응)이 드라마에 등장했을 때는 방송 이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을사오적과 정미칠적이 오르기까지 했다.

그 속에서 ‘미스터 션샤인’의 최대 수혜자는 배우 이승준이 연기한 고종(高宗, 1852~1919)일 터다. 조선의 26대 왕 고종에 대한 역사계의 평가는 아직도 엇갈리고 있다. 특히 고종 시절에 조선이 일제의 침략을 받았다는 점에서 그를 무력한 임금으로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미스터 션샤인’은 고종이 로청은행 예치금 증서를 항일운동 지원 자금으로 사용하거나, 의병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응원하고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고종을 차분하면서도 강단있는 인물로 해석한 이승준의 표현력과 맞물리면서 고종이란 인물을 재평가하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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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 션샤인’표 로맨스, 김은숙 전작과 분명히 달랐다

‘미스터 션샤인’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는 로맨스 코미디 장르의 대모로 통한다. 최근에도 KBS ‘태양의 후예’(2016) tvN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2017) 등을 통해 안방극장에 설렘을 안긴 바. 그러나 ‘미스터 션샤인’의 로맨스는 방송 시작 전부터 위기를 맞았다. 실제 20살 차이가 나는 이병헌과 김태리를 캐스팅하며 일부 시청자로부터 우려를 산 것이다.

‘미스터 션샤인’이 베일을 벗은 뒤 이병헌과 김태리의 외양에서 느껴지는 나이 차이 때문에 로맨스에 몰입하기 힘든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미스터 션샤인’이 유진과 애신의 로맨스를 이성적인 사랑과 동지애 사이, 애틋한 감정으로 그려내면서 오히려 두 사람의 연기 호흡에 감탄하는 시청자들이 늘어났다.

극 중 애신은 의병으로서 연애보다 조선을 지키는 일을 중요시 여겼다. 반면 유진은 조선에 상처받아 미군이 되기를 자처한 자였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두 사람은 극 초반 대척점에 서 있기도 했다.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가까워진 뒤에는 시대 상황 때문에 수없이 이별해야 했다. 이처럼 애신과 유진은 마음을 간질이는 대사나 스킨십을 나누는 대신, 총과 칼을 겨누거나 서로의 피와 눈물을 닦아줘야 했다. 여기서 피어오르는 감정은 단순한 멜로, 그 이상의 감동을 선사했다.

비단 애신과 유진 뿐만이 아니다. 애신을 짝사랑한 동매에게는 신분의 차이가 벽이 됐다. 희성 역시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정혼자 애신의 뜻을 존중해 친구로 남았다. 양화는 오랜 친구였던 동매를 마음에 품었으나 이뤄지지 못한 채 죽음을 맞았다.

‘미스터 션샤인’ 속 로맨스의 애틋함은 배우들의 열연이 살려냈다. 이병헌은 조선인도 미국인도 아닌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유진 초이 역에 제격이었다. 캐릭터 설정에 따라 선보인 유창한 영어와 일어 실력은 물론, 무게를 잡아야 할 때와 힘을 빼야 하는 때를 정확히 하는 이병헌의 연기력이 극에 더욱 몰입하게 했다.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처음 드라마 주연을 맡은 김태리의 존재감도 남달랐다. 특유의 분위기와 진중한 말투로 극 중 위엄있는 애신 캐릭터의 성격을 잘 표현했다.

이 외에 유연석은 거친 남자 동매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고, 변요한은 능청스러운 성격의 희성으로 ‘미스터 션샤인’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무엇보다 감탄을 자아낸 이는 김민정이다. 캐스팅 문제로 중간 투입됐음데도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극에 녹아들었다.

출발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그 속에서 ‘미스터 션샤인’의 시청률은 승승장구했다. 첫 방송 시청률 8.9%로 출발해 3회 만에 10%대를 돌파했다.(닐슨코리아 제공,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 이하 동일) 이후 지난 22회로는 시청률 16.6%를 기록, 자체 최고치를 경신했다. 방송 내내 지상파 포함 전채널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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