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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2018 아시안게임] 조금 늦었을 뿐, 김민재의 여름은 더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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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상철 기자] 김민재(22·전북 현대)의 여름은 뜨거웠다. 월드컵의 아쉬움을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풀었다.

김민재에게 2018년 여름은 시련을 주는 것 같았다. 5월 2일 대구 FC전에서 킥오프 17분 만에 부상으로 교체됐다. 비골 미세 골절로 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전의 꿈을 접어야 했다.

2017년 8월 A매치에 데뷔해 큰 기대를 모았던 유망한 수비수에게는 아픔이었다. 그 사이 기회를 얻은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은 러시아 월드컵 활약을 바탕으로 ‘킹영권’이라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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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는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2연패에 기여했다. 사진(인도네시아 치비농)=천정환 기자


A매치 7경기를 뛴 김민재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10차전에서 안정된 수비력을 펼쳐 호평을 받았다. 소속팀 전북에서도 수비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대형 수비수로 10년간 한국축구의 수비를 책임질 자원이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국제대회에서 입증하지는 못했다. 그 가운데 아시안게임 출전 기회를 얻었다.

김민재는 “공격수가 편할 수 있도록 뒷문이 불안하지 않게 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라며 “아시안게임을 통해 내 한계를 느껴보고 싶다. 한 번 부딪히고 싶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김민재의 바람대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한국은 아시안게임 7경기에서 7골을 허용했다. 경기당 평균 1실점이다. 4년 전 인천 대회에서는 무실점 우승을 차지했다.

김민재는 “수비 부담이 컸던 결승전이다. 연장전까지 치러 많이 힘들었다. 마지막까지 실점해 미안했다. 공격수가 골을 넣어줘 고마웠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김민재는 수비의 리더로서 조현우(대구 FC)와 벽을 쌓았다. 김민재가 버텼기 때문에 한국은 키르기스스탄과 조별리그 최종전부터 패배를 몰랐다.

특히, 피지컬이 좋은 김민재는 필요에 따라 공격에도 가담해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일본전의 첫 골도 김민재의 패스에서 비롯됐다.

패스할 곳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빨간색 유니폼이 보여 패스했다던 그는 골로 연결될 줄 몰랐다고 고백했다. 그의 패스를 받은 이는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었다. 행운도 김민재에게 따랐다.

김민재가 이번 대회에서 무결점 수비를 펼쳤던 것은 아니다.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조별리그에서 두 번의 경고를 받아 16강 이란전에는 결장했다. 한국은 토너먼트 첫 판부터 수비의 핵을 잃었다. 그에게는 미안하고 괴로웠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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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는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2연패에 기여했다. 사진(인도네시아 치비농)=천정환 기자


김민재는 “잘한 경기가 있지만 못한 경기도 있다. 그래서 점수를 매기고 싶지 않다. 앞으로 더 성장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대회를 통해 김민재라는 이름을 다시 알렸다는 것이다. 스스로도 월드컵의 아쉬움을 달랬다. 어쩌면 더 대단한 이력일지 모른다.

김민재는 “월드컵에 나가지 못해 아쉬웠으나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그 심적 부담을 조금이나마 털어냈다”라며 “병역 혜택보다 금메달에 대한 갈망이 컸다. 원정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40년 만이다. 단독 우승이라 의미가 더 크다. 내 축구인생에서 평생 떵떵거리며 자랑할 거리가 생겼다”라며 기뻐했다.

6월보다 8월의 햇살이 더 뜨겁다. 김민재의 여름은 6월보다 8월이 더 뜨거웠다. 러시아가 아니라 인도네시아에서.

그리고 다시 앞으로 한 발을 내딛게 됐다. 가까이는 2019 아시안컵, 멀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을 향한 걸음이다. 김민재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1기 명단에도 발탁됐다. 6개월 만에 A매치 출전을 앞두고 있다. 김민재는 “새로 오신 감독님께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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