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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김학범호 흔들린 후반?…조별리그 너머 본 ‘실전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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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레인전 5 대 0 앞선 후반 급격한 수비 불안, 알고보니 ‘역습 상황 연출’

평가전 못 치른 상황 고육지책…말레이전도 크게 앞설 땐 또 실험할 듯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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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감독(사진)이 이끄는 한국 남자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은 지난 15일 인도네시아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바레인에 6-0 대승을 거뒀다.

하지만 5-0으로 앞섰던 전반과 달리 후반에는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우려를 낳았다. 한국은 후반 25분 스리백의 핵심인 김민재(전북)가 교체돼 나간 뒤 급격하게 수비가 흔들리면서 바레인에 여러 차례 실점 위기를 맞았다. 골키퍼 조현우(대구)의 슈퍼세이브가 아니었다면 최소 2골은 실점할 수 있었다.

전반전 내내 상대를 압도하고 있었던 한국이었기에 갑자기 흔들린 게 의아했다. 그 이유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김 감독이 취재진에게 상황을 설명하면서 밝혀졌다.

김 감독이 밝힌 이유는 ‘실험’이었다. 김 감독은 “P2지역(중원)에서 일부러 상대 선수들이 볼을 돌리게 만들었다. 원래는 전방에서 압박하지 말라고 주문했다”며 “그 상황에서 중원에서 공을 가로챈 뒤 단숨에 역습으로 나가는 상황을 만드는 훈련이었다”고 말했다. 즉, 바레인의 파상공세는 ‘의도된’ 연출이었던 셈이다.

김 감독의 의도는 고육지책이었다. 이번 대표팀 선수들은 대회를 앞두고 조 편성이 계속해서 바뀌면서 일정에 혼선이 빚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당초 8일 예정됐던 이라크와의 국내 평가전이 최소됐다. 결국 대표팀은 단 한 번도 실전에서 준비한 전술을 실험하지 못하고 반둥으로 오게 됐다.

훈련과 실전은 명백히 다르다. 훈련에서 아무리 많이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실전에서 다 발휘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조별리그 첫 경기인 바레인전을 ‘실전 실험’으로 삼았다. 전반에 5골이나 넣어 일찌감치 승패가 결정된 상황이었기에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다만 김 감독이 생각지 못했던 변수는 체력이었다. 대표팀은 바레인전을 앞두고 조직위원회의 미숙한 운영 탓에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한 번도 실전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국내 잔디에 비해 푹신한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의 잔디는 선수들의 체력을 생각보다 더 많이 소모시켰다. 이에 중원에서 원하는 만큼 공을 차단하지 못했고 결국 많은 위기로 이어졌다. 김 감독은 “막판에 선수들이 늘어졌다”며 아쉬워했다.

대표팀은 17일 같은 장소에서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말레이시아는 키르기스스탄과의 첫 경기에서 3-1 완승을 거두며 예상 밖의 강한 전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여전히 한국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 만약 한국이 바레인전처럼 또 초반에 크게 앞서나가면 김 감독이 또 한 번의 실험을 할 수도 있다. 지금 대표팀에 중요한 것은 조별리그가 아니라, 조별리그 통과 후 더 강한 상대와 맞붙게 될 토너먼트이기 때문이다.

<반둥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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