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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인물탐구/최영훈]국정 혼자 끌어안는 청와대가 ‘국회 패싱’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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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정의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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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국회에서 만난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최근 당 지지율 상승세에 대해 “집권정당을 견제할 수 있는 대안세력으로서의 안정감이 10% 넘는 지지율을 찍은 요인”이라며 “정의당은 수권정당이 되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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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비이락(烏飛梨落),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말이다. 정의당은 6·13지방선거에서 다른 ‘오비이락’을 외쳤다. ‘5번(정의당)이 날면 2번(자유한국당)이 추락한다’는 뜻이다. 고(故) 노회찬 의원도 선거 때 이 구호를 입에 달고 다녔다. 한국갤럽이 조사해 3일 발표한 당 지지율에서 정의당이 15%를 기록해 제1 야당인 한국당을 4%포인트 차로 제치고 2위로 비상했다. 노 의원에 대한 추모 열기 등에 힘입었다. 10일 발표한 갤럽 조사에서 정의당 지지율은 16%로 올라 격차는 5%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9일 국회에서 이정미 대표를 만났다. 》

―당 지지율 상승의 비결이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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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논설위원

“정의당은 일관성 있게 자기 길을 갔다. 그런 측면에서 신뢰를 받기 시작했다. 집권 정당을 견제할 수 있는 대안세력으로서의 안정감이 10% 넘는 지지율을 찍은 요인이다. 정말 잘해야겠다고 다짐하던 차에 노 대표가 돌아가셨다. 조문 오신 많은 평범한 분들이 손을 잡으며 ‘미안하다’고 했다. 그 말 속에 담긴 뜻이 뭘까 생각해봤는데 ‘노회찬 정치’를 지지했지만 선거 때 못 찍어줬던 미안함을 표출한 것이다.”

―노회찬 의원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정의당이 노회찬의 꿈, 그의 정치를 잘 메워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저도 그렇고 제2, 제3의 젊은 청년 정치인들 속에서 이어져 나갈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이 대표는 “당 지지율이 오르면 좋아해야 하는데 그런 마음이 전혀 안 들고 너무 무겁다는 생각만 든다”고 말했다.

―지지율은 뜬구름이다. 상승세가 계속될까.

“10% 넘어설 때까지는 더불어민주당 왼쪽의 지지가 주로 왔다면 최근에는 중도 보수층에서도 일정 부분 이동했다. 진보정당 역사상 60대에서 두 자리 지지율은 처음이다. ‘데스 노트’(death note·정의당이 찍은 공직 후보자는 사퇴한다)가 상징하듯 정의당의 상식과 합리적인 판단에 대한 기대나 신뢰가 있다.”

―정의당의 강점과 약점은 뭔가.

“강점은 좋은 정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뚜렷한 비전, 정강정책, 조직력을 만들어가면서 일관성을 유지했다. 반면 지역구 한 명을 포함해 의원 5명으로 그만큼 지역적 토대와 뿌리가 취약한 것이 약점이다. 당 지지율과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실력을 기르고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 없이는 한 단계 도약하기는 어렵지 않겠나.”

―문재인 정부를 평가하면 몇 점을 줄 수 있는가.

“청와대가 국정 운영의 모든 책임을 혼자 다 끌어안았다. ‘청와대 정부’라는 말까지 나왔지 않은가. 국정을 끌어가는 데는 대통령과 청와대도 있지만 여당도 있고 야당도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하고 합의를 이뤄낼 수 있는 공간은 국회다. 야당을 설득할 여당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민주당 정부라면서 집권당이 어디 갔나. 지금은 ‘국회 패싱’ 상태다. 지금 대통령이 얼마나 잘하고 있느냐에 점수를 매기는 것은 무의미하다. 청와대, 집권 여당, 국회까지 정치권의 책임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점수, 그것에 대한 총합이 함께 매겨져야 할 때다.”

―정부가 하반기 정책기조를 혁신성장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의당 입장에서는 너무 걱정된다. 과거 정권에서 해왔던 방식을 답습하는 데자뷔 느낌이 든다. 경제지표가 어려워지면 바로 재벌기업에 손을 벌리고 재벌기업은 그냥 줄 수는 없으니까 이걸 풀어 달라고 하는 패러다임이 수십 년간 한국을 지배해 왔다. 대기업의 이해관계만 대변해 주는 악순환 속에서 90% 고용을 책임지는 중소기업을 튼실하게 키워내지 못했다.”

이 대표는 대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약속하면서 규제를 풀어 달라고 하는 것에 대해 “옛날로 돌아가자는 거냐”며 정부와 대기업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의당이 반(反)기업적인 이미지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에 “경제가 잘 굴러가려면 물론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고 그런 점에선 정의당도 기업 친화적”이라고 했다. 다만 “기업구조를 어지럽히는 잘못된 재벌체제를 개혁해야만 좋은 기업이 잘 성장할 수 있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 악화 등 부작용이 심하다.

“기-승-전-최저임금같이 경제 불황의 원인을 1에서 100까지 최저임금 탓으로 돌린다.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중소기업중앙회 대표가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올려주고 싶다. 임금을 올리려면 대기업도 납품단가를 올려줘야 하는데 우리만 올리라고 하니까 너무 답답하다. 그래서 못 올려준다’라고 하더라. 납품단가를 올려줘야 숨통이 트이지 않는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너무 급격한 것은 문제라고 하자 “지난 60년간 너무 지체돼 왔던 일을 하게 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일부 부작용 때문에 하려 했던 일을 멈추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

―탈원전도 에너지 수급을 살펴 속도 조절이 필요한 것 아닌가.

“전력 수급 상태를 봤을 때 노후 원전을 폐쇄해도 문제없다는 지표들이 있다. 노후 원전을 죽기 살기로 돌리지 않으면 우리가 불을 못 켤 만큼 전력 수급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잖나.”

―임금격차,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계를 설득할 순 없나.

“노동조합 강연 때마다 강성 노조가 아니라 강한 노조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강한 노조는 사회적 영향력을 갖는다는 뜻이다. 임금이나 상여금을 얼마 더 올렸나가 아니라 노조가 있는 것이 참 좋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기업 밖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자녀 취업 특혜 과감히 포기해라. 임금 몇 푼 더 올리는 것보다 고용보험료 조금 더 내서 우리 청년들, 취업하는 데 어려움 겪는 사람들한테 실업급여나 실업부조할 수 있는 재정을 좀 더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회 특수활동비는 결국 유지되는 쪽으로 가는데….

“교섭단체가 된 뒤 특활비를 처음 받았는데 하나는 통장으로, 하나는 쇼핑백에 담겨 현금으로 왔다. 오자마자 보관했다 3개월 치를 반납하면서 특활비 폐지법안을 발의했다. 지출 내용을 영수증 첨부해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쓰겠다는 건데 각 상임위나 국회의장단에는 공식 업무추진비가 있다. 환경노동위의 업무추진비가 1년에 4500만 원이다. 그걸로 의원들 밥 먹고 회의하고 시찰가는 데 쓰면 된다. 1년에 몇 억 원에서 몇 천만 원씩 받던 특활비를 놓지 않겠다는 거다. 돈 나눠주는 사람은 내 편한테 더 많이 주고 이렇게 계파가 형성된다. 이런 것을 깨끗하게 하자는 거다. 특활비를 양성화라고 하는데 ‘지하경제 양성화’가 떠올랐다. 업무추진비가 부족하면 예산을 더 올려야지, 국민들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진보와 보수, 여야 간 국론분열이 심각하다.

“다당제 구조를 잘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 양당 독점체제에서 패배자가 되지 않기 위해 상대를 무너뜨리는 정치를 계속해 왔다. 그래서 국론이 양분되는 갈등 양상을 빚어 왔고 적대적인 공생관계도 있었다. 서로의 차이를 뛰어넘어 건전한 경쟁을 이룰 수 있는 다당제 아래서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토론할 수 있는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당 대표 출마 때 대통령의 꿈을 피력한 적이 있는데….

“정의당은 수권정당이 되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다. 노 대표도 10년 내에 정의당이 집권하는 꿈을 얘기한 적이 있다. 당연히 대표로 출마하는 사람은 그런 꿈을 가져야 한다. 정의당의 집권 열망을 대변하는 뜻으로 읽어 주면 좋을 것 같다.”

이 대표부터 노동계에 쓴소리를 하고 나라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도 고심하며 중도보수로 더 다가설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집권의 꿈도 이뤄질 수 있다. 뭔가 2% 부족한 느낌을 달랠 수 없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더 해보라고 했다.

“정의당은 진보의 영역에서 일을 하지만 국민들과 그런 생각을 합리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 지역구에서 주민들을 만나 보면 ‘정의당이 정말 그래?’라면서 갖고 있던 선입견을 깨는 분이 굉장히 많다.”

이 대표는 한국외국어대 2학년 때 중퇴한 뒤 노동운동에 투신해 활동하다 2003년 진보정치권에 들어와 2016년 총선 때 정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당선된 초선 의원이다. 미혼인 이 대표에게 ‘독신주의자냐’라고 묻자 “요즘도 그런 표현을 쓰느냐. 결혼은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