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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가요 잇 수다] 네이버 바이브·유튜브 뮤직...음원차트 과도기에 품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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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포티파이 어플리케이션(사진=연합뉴스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한국에서도 스포티파이 같은 음원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을까? 음원차트 순위가 급상승해 도리어 의심을 샀던 가수 닐로에 이어 최근 숀까지 일련의 사태를 겪었다. 이런 현상이 보여준 의미는 대중의 반응에 담겨 있다. 사실관계를 떠나 현존하는 온라인 음원 서비스의 고질적인 문제와 업계의 부패한 부분을 향해 경고의 손을 올린 이들이 바로 대중이다. 의구심과 불만을 품은 대중으로부터 업계에 대한 비판이 불거졌고 그제야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 둘씩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한국형 ‘스포티파이’ 등장할까

2006년 설립된 스포티파이는 세계 최대 스트리밍 서비스를 자랑한다. 이 서비스는 제한적이긴 하지만 음악을 무료로 청취할 수 있다는 점, 서비스 메인화면에 실시간 차트가 아닌 최신 앨범과 함께 맞춤형 큐레이션이 보인다는 점에서 국내 온라인 음악 사이트들과 큰 차이점을 갖는다.

전자의 내용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아무리 실시간 차트를 놓고 싸우고 노래를 스트리밍해도 원작자에게 가는 저작권료는 터무니없이 적은 게 현실이다. 반면 스포티파이는 회사 매출의 70%를 저작권료로 지불한다. 후자의 경우에는 약간의 희망이 보인다. 최근 실시간 차트 폐지를 비롯한 음원 서비스의 근본적인 역할이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대중과 업계가 실시간 차트로 인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변화를 바라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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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유병재를 내세워 네이버 바이브를 홍보하는 모습(사진=네이버 바이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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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네이버뮤직 서비스는 올 연말까지 단계적 폐지 수순을 밟는다. 대신 ‘바이브(VIBE)’라는 별도의 서비스를 론칭한다. 네이버는 바이브를 두고 인공지능(AI) 추천엔진으로 분류한다. 음원 서비스는 지속하되 AI 기술을 적용해 개인의 음악감상 패턴과 취향을 분석하겠다는 취지다. 바이브는 그 결과를 토대로 ‘맞춤형 플레이리스트’를 끊임없이 생성한다. 그러니 개인마다 메인화면에 뜨는 앨범도 다르다. 이 서비스는 딥 러닝(Deep Learning)을 이용해 좋아할 만한 곡들까지 예측하는 등 차세대 음악 소비패턴을 주도하고자 한다.

유튜브 뮤직, 디저(Deezer), 애플뮤직 등 국내에 안착한지 꽤 지난 해외 사업자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모두 메인화면에 실시간 차트를 띄우지 않는다. 개인의 취향을 다양한 방식으로 분석해 곡을 자동으로 추천한다. 특히 유튜브는 요즘 젊은 층에게 음원 사이트를 대신하는 플랫폼이기에 뮤직 서비스 론칭 당시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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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온라인 음원 사이트 로고들(사진=각 사이트 제공)


■ “눈 가리고 아웅·효울성 낮은 서비스”...아직 멀었다

이런 국내의 흐름을 보면 ‘조만간 국내에서도 맞춤형 서비스가 보편화되겠구나’ 싶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너무 멀어 보인다. 네이버 바이브는 주요 온라인 음악 사이트 중 가장 먼저 ‘큐레이션’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따라잡은 서비스이다. 하지만 이 서비스를 아는 대중은 많이 없다. 심지어 어린 층의 주된 플랫폼인 유튜브에서 나온 유튜브 뮤직마저도 미지근한 반응을 얻고 있다. 오히려 유튜브의 기존 시스템을 이용해 노래를 파도 타듯 골라 듣는 이들만 여전히 많다.

분명 음원차트 개혁에 대한 불만과 큐레이션에 대한 선호는 높아지고 있는데, 왜 현상이 인식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일까?

그 이유의 뿌리는 바로 ‘익숙함’에 있다. 소비자들은 대개 익숙한 패턴을 벗어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음원사이트에서 정기결제권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매달 당연하게 빠져나가던 요금제를 해지하는 일은 쉽지 않다. 심지어 대부분의 기존 음원 사이트는 통신사와 제휴를 맺고 있어 할인 등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소비자들은 이용하는 음원 사이트에 나만의 앨범이나 플레이리스트, 좋아요 등 다년간 자신만의 기록을 구축해둔다. 플랫폼을 바꿀 때마다 이를 하나하나 옮기는 것은 더욱 귀찮은 루틴이다. 한 서비스를 오래 사용한 이들일수록 기존의 데이터베이스를 복사하는 게 큰 짐이다.

그러니 기존의 혹은 새로운 온라인 음악 사이트들이 특별히 저렴한 요금제나 다른 곳에는 없는 차별화된 서비스 등 유혹적인 혜택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기존의 소비자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즉 음악 큐레이션이 제공되면 물론 좋겠지만, 그 간절함이 습관적으로 사용하던 서비스를 굳이 바꾸면서까지 실천할 행동력으로 연결되는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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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뮤직, 애플뮤직(사진=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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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한 진짜 문제는 이런 소비자의 패턴을 꿰뚫고 있는 음원 서비스 사업자들이다. 이들은 실시간 차트 폐지를 차일피일 미루는 이유로, 실시간 차트가 이익추구만을 위한 수단이 아니며 소비자들은 낯선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핑계로 삼는다. 그러면서 심야 차트가 사재기의 위험에 일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차트 프리징’을 실시함으로써 기존 차트에서는 음원 사재기가 일어날 수 없는 구조라고 입장을 뒤엎는 모순을 보인다. 차근차근 단계를 조정하며 해결책을 실천하는 건 결코 그릇된 일이 아니다. 다만 상황이 불거질 때마다 알맹이가 빠진 대책을 내놓고 효과가 미미함을 주장하는 모양새는 ‘눈 가리고 아웅’인 셈이다. 결국 음원차트의 존재가 음원 서비스 사업자만 배불리는 수단임을 인정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는 음원 서비스의 큐레이션 및 서비스 형태가 아직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음원 사이트들은 소비자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곤 하지만 그 정확도는 부실하다. 단순한 장르 구분에 따르거나 가수의 이름을 따라가는 일차원적 큐레이션이 대부분이다. 추천곡을 받는 것보다 차라리 사용자들이 만들어놓은 콘셉트별 음악앨범이 더 효율적인 상황인 셈이다.

새로 등장한 서비스들도 마찬가지다. 음원사이트 포맷 혁신의 선구자격인 네이버 바이브는 중심으로 내세운 큐레이션의 수준이 아직 미약하다. 추천곡의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외 사업자인 플랫폼을 이용하자니 서비스되는 한국 가요가 한정적이다. 여전히 아이돌 음악에 집중포화된 국내 음악 시장에서 이런 한계점은 치명타다. 더 나아가 UI를 비롯해 취침모드, 구간반복, 오프라인 상태에서 청취 등 부가적인 기능 면에 있어서 부족함을 느끼는 이들도 상당하다. 이 같은 소비자의 불만은 기존 쓰던 플랫폼과 새로 옮긴 큐레이션 서비스를 비교하는 글들만 봐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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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 실시간 차트, 네이버 바이브 메인화면(사진=멜론 캡처, 네이버 바이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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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의 주체는 대중, 어쨌든 변화는 시작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현상들을 희망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문제제기가 대중으로부터 시작됐고, 그로 인해 업계가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은 1위로 오른 곡을 단순히 재생하지 않고 그에 합당한 이유를 찾는다. 그로 인해 의심을 산 가수는 검찰에 조사를 의뢰하고 한국연예매니지먼트를 비롯한 업계는 음원차트에 대한 각성을 표명한다. 더군다나 나무가 아닌 숲을 봤을 때, 큐레이션 서비스는 전 세계적인 문화현상이자 시대 변화의 산물임은 변함이 없다.

국내 음원 사이트에 음원차트가 도입된 지 약 10년이 되어 간다. 짧은 기간으로 볼 수 있겠지만 이 시간들은 그 사이 셀 수 없이 많은 그룹과 노래와 트렌드가 지나간, 밀집도 높은 세월이다. 그런 만큼 익숙함에서의 탈피도 단숨에 찾아올 수 없다.

분명, 대중을 비롯한 국내 음악 시장은 변하고 있다. 현재 국내의 음악 시장은 과도기인 상태라 아직 치러야 할 홍역이 많을 뿐이다. 이제 남은 것은 음원 사재기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에서 더 나아가 기존의 음원 서비스 사업자들이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이냐의 숙제다.

최근 들어 각 기업과 기획사, 음원 서비스 간의 제휴 협약 등을 맺었다는 소식이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다. 과연 몸집을 불리며 큰 트렌드만 따를지, 아니면 언젠가는 바뀔 시장의 깊숙한 곳을 먼저 찾아가 선구자의 위치를 점령할지 선택은 이들의 몫이다. 다만 이제는 대중이 문화를 바꾸는 시대임을, 문화는 실패를 반복하고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은 기억해야 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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