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30 (토)

아빠 보고싶다는 세 살배기를 저수지에 던진 엄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창원 주남저수지 가방 속 아이… 엄마에게 맞아 숨져]

수사망 좁혀오자 자수 - 남편과 금전 갈등 겪다 가출

데리고 나온 아들 계속 보채자 손·발로 마구 때려 뇌출혈

13㎏ 아이 홀로 유기한 점 의문… 경찰 "공범 있는지도 조사중"

경남 창원시 동읍 주남저수지에서 가방에 담겨 숨진 채 발견된 남자아이(3세)는 어머니 최모(37·경남 김해시)씨에 의해 맞아 숨진 것으로 30일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아이는 가정불화로 지난 9월 가출한 어머니 손에 이끌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어머니 지인의 집에서 생활해왔다. 아이는 "아버지가 보고 싶다"며 보채다 어머니의 폭행으로 숨진 뒤 저수지에 유기됐다. 아이의 부모는 금전 문제로 갈등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는 부부의 세 아들 가운데 둘째로, 2009년 12월 태어난 박모군으로 확인됐다.

어머니 최씨는 찜질방을 전전하다 경찰이 공개수사에 나서며 수사망이 좁혀 오자 30일 오후 1시 15분쯤 부산 서부경찰서에 자수했다. 최씨는 이날 오후 5시 조금 지나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창원서부경찰서에 도착, "아들에게 미안하다. 혐의 사실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범행

아이는 지난 23일 오후 3시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속천 해안도로변 공원에 어머니 최씨와 함께 놀러 나갔다. 어머니와 놀던 아이는 갑자기 아버지가 생각난 듯 울면서 "아버지한테 가고 싶다"며 보챘다. 어머니 최씨는 아이를 공원 화장실로 데리고 가 뺨을 때렸다. 발로 몸을 차기도 했다. 이때 넘어진 아이의 숨이 멎었다는 게 최씨의 진술이다.

최씨는 시신 유기를 위해 인근 가게에서 가방을 구입했고, 버스를 타고 주남저수지로 이동해 가방 속에 직경 20㎝가량의 돌멩이 2개와 함께 시신을 넣어 저수지에 버렸다.

그러나 유기 5일째인 지난 27일 오후 3시 45분쯤 저수지에서 낚시하던 서모(20)씨가 가방을 발견했다. 수심 1.3m의 물속에 잠겨 있던 가방이 떠오르면서 가방끈이 수면 밖으로 드러난 것이다.

수사

부검 결과 아이의 사인은 외부 충격에 의한 뇌출혈로 밝혀졌다. 또 다리, 팔, 머리 등 전신에 멍이 든 데다 위 속에 음식물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상당 시간 굶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학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시신 발견 이후 보호자로부터 실종신고가 없는 점 등으로 미뤄 보호자에 의한 범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해왔다. 그러나 아이의 지문이 등록돼 있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은 아이가 신고 있던 유명 스포츠용품 브랜드의 운동화와 양말 매장 등을 대상으로 구입자 신원 확인 등에 주력해왔다. 운동화의 경우 지난 9월 출시됐고, 창원과 김해 등지의 5개 매장에서 8켤레가 팔려나간 사실이 확인돼 경찰이 구입자를 확인 중이었다. 또 화양삼거리 등 주남저수지로 통하는 도로의 CCTV 화면을 분석하고, 동읍, 대산면, 북면 등 인근 마을에 대한 탐문수사를 벌여왔다.

의문

어머니 최씨는 "화장실에 시신으로 두고 (시신을 유기하기 위한) 가방을 사왔다"고 진술했다. 공원화장실이었는데 그 시간 동안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것이 첫 번째 의문이다.

여성 혼자 13㎏ 몸무게의 아이를 먼 곳에 유기했다는 것도 의문이다. 시신을 넣어 유기하는 데 사용된 가방은 바퀴가 없어 손으로 들고 다녀야 하는 스포츠용 가방이었다. 경찰은 보통 체중의 여성인 최씨가 이 가방을 들고 버스로 30여㎞ 떨어진 주남저수지까지 이동했다는 진술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보고 공범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창원=강인범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