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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5 (토)

선발투수 평가, '승리'가 정말 중요한 지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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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2018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2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투수 후랭코프가 4회 상대 박병호에 홈런을 허용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2018. 6. 21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MLB.com은 지난 5월 메이저리그(ML) 투수와 야수 각각 35명에게 기록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각자 포지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록이 무엇인지 질문했는데 투수 35명 중 누구도 ‘승리’를 꼽지 않았다. 설문조사 결과 1위는 10명이 선택한 ‘이닝·경기수’였고 공동 2위는 각각 7명의 선택을 받은 ‘방어율’과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였다. 수많은 KBO리그 현장 지도자들이 선발투수의 기량을 가늠하는 지표로 ‘승리’를 꼽으며 ‘20승 투수’, ‘15승 투수’, 혹은 ‘10승 투수’라고 하지만 빅리그 투수들에게 ‘승리’란 투수가 제어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실제로 그렇다. 아무리 선발투수가 뛰어난 성적을 거둬도 타선이 1점도 뽑지 못하면 승리는 없다. 선발투수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동료 타자들의 지원여부도 승리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KBO리그는 승리에 대한 가중치를 높게 뒀다. 골든글러브 투표만 돌아봐도 다승왕이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2014시즌 넥센 앤디 밴헤켄부터 2017시즌 KIA 양현종까지 다승왕이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이들은 승리 외에 방어율과 이닝, 탈삼진 등 다른 부문에서도 상위권에 자리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2012시즌이다. 당시 17승을 거둔 삼성 장원삼은 다승 부문 1위였으나 방어율 부문에선 3.55로 16위에 그쳤다. 이닝 또한 14위 밖에 안 됐다. ML 투수들이 골든글러브 투표에 임했다면 장원삼이 아닌 넥센 브랜든 나이트가 황금장갑을 거머쥐었을 것이다. 2012시즌 나이트는 방어율(2.20)과 이닝(208.2)에서 1위에 자리했다. 16승으로 장원삼보다 1승이 모자랐을 뿐이었다.

올시즌도 비슷한 양상이다. 전반기까지 LG 헨리 소사가 방어율(2.58)과 이닝(132.1)에서 정상에 자리하고 있는데 8승으로 다승 부문에선 공동 9위다. 다승 부문 1위 두산 세스 후랭코프는 13승을 올렸지만 방어율(3.26) 4위, 이닝(99.1) 18위다. ML 투수들에게 기록을 바탕으로 소사와 후랭코프 중 누가 더 뛰어난지 설문조사를 한다면 소사가 몰표를 받을 확률이 높다.

현재 ML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레이스는 더 흥미롭다. 뉴욕 메츠 제이콥 디그롬이 방어율 1.68로 방어율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으나 승수는 5승 밖에 되지 않는다. 다승 부문 공동 39위다. 이닝 부문에선 4위(123.1)에 올라있다. 디그롬이 저조한 득점지원에도 시즌 끝까지 1점대 방어율을 유지한다면 사이영상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ML 사이영상 투표는 2010시즌을 기점으로 ‘승리’에 대한 가중치를 줄였다. 당해 13승을 올렸으나 방어율과 이닝에서 1위에 오른 시애틀 펠릭스 에르난데스가 21승을 올린 뉴욕 양키스 CC 사바시아와 19승을 기록한 탬파베이 데이비드 프라이스를 제치고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2008시즌만 해도 방어율과 이닝에서 1위인 뉴욕 메츠 요한 산타나 대신 다승과 삼진에서 앞선 샌프란시스코 팀 린스컴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바 있다. 2년 후 투표권을 갖고 있는 기자들의 기준이 바뀌었다.

야구와 함께 기록과 기술도 진화한다. 최첨단 기술이 바로 그라운드에 도입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몇 년 후에는 투수들의 피타구속도도 중요한 평가지표로 자리잡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실제로 현재 ML 구단들은 스탯캐스트 시스템을 활용한 피타구속도를 통해 투수의 기량을 평가한다. 골든글러브 투표인단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승리’가 아닌 다른 지표를 통해 투수를 평가하는 게 맞다. 경기당 4.44점을 지원 받은 후랭코프와 3.68점을 지원 받는 소사의 선발승 확률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ML 야수들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록 1위로 OPS(출루율+장타율)를 꼽았다. 10명이 OPS를 선택한 가운데 2위는 6명이 선택한 출루율, 3위는 5명이 선택한 타점, 4위는 4명이 선택한 득점이었다. 타율과 경기수는 각각 3명이 선택해 공동 5위에 올랐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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