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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메소드 연기' 위해서라면… 영혼도 감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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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간 29㎏ 감량한 배우 홍지민… 조진웅도 독한 연기위해 10㎏ 줄여

뮤지컬 배우 홍지민(45)은 2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 '브로드웨이42번가' 출연을 앞두고 석 달 만에 몸무게를 29㎏ 줄였다. 과거 사진과 비교해보면 변화는 더 극적이다. 기록적 감량을 해서라도 잘하고 싶었을 만큼 홍지민에게 특별한 작품이라고 했다. "도로시 역으로 출연했던 2014년 첫 아이를 낳았어요. 인공수정 3번에 시험관 3번 뒤, 결혼 9년 만에 기적처럼 자연 임신된 딸이었죠. 아이 이름도 아빠 성 도씨에다 힘쓸 로(勞), 베풀 시(施), 도로시라고 지었다니까요." 그는 "제 인생 가장 큰 선물을 안겨준 무대에서 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번엔 뮤지컬 작가 역할을 맡았는데, 몸이 가벼워지니 단박에 다리를 찢는 장면도 훨씬 가뿐하고, 호흡이 길어져 더 좋은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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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홍지민은‘브로드웨이42번가’출연을 위해 29㎏를 감량했다. 오른쪽 사진은 2014년의 모습. /샘 컴퍼니·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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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연기 몰입은 때론 자학처럼 보일 만큼 가혹하다. '메소드 연기(Me thod Acting)'란 배역에 생각과 감정을 완전히 몰입해 실재 인물이 된 듯 연기하는 기법을 이르는 말. 영화 '택시 드라이버' '분노의 주먹' 등에서 살인적 감량과 증량을 반복했던 미국 배우 로버트 드니로의 사례에서 '드니로식 접근법(De Niro Approach)'이라는 말도 나왔다. '나의 왼발'에서 장애인 연기를 한 대니얼 데이 루이스, '머시니스트'에서 불면증 엔지니어를 연기한 크리스천 베일 등도 가혹한 몰입형 연기로 명성을 쌓았다.

최근 우리 배우들의 살 빼기 투혼도 만만치 않다.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독전'에서 마약 조직 보스를 뒤쫓는 독한 형사 역을 맡은 조진웅은 한 달간 매일 달걀흰자 2개씩만 먹으며 10㎏을 뺐다. 마약 흡입 연기를 위해 소금과 분필 가루를 섞어 직접 코로 들이마셨는데, 덕분에 실제로 눈에 핏발이 서고 망가진 얼굴이 나와 만족했다는 후문이다. 배우 이정현은 작년 여름 개봉한 영화 '군함도'에서 마른 수건 쥐어짜기 같은 감량을 했다. 위안부로 끌려간 여성 역할을 소화하려 43㎏이던 몸무게를 36.5㎏까지 약 7㎏ 줄인 것이다. "힘든 시절을 견뎌낸 여성을 보여주려면 더 비참하게 깡말라야 한다"며 몇 달간 닭 가슴살만 먹으며 버틴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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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개봉한 영화‘독전’에서 독한 형사 캐릭터에 맞춰 한 달간 10㎏를 감량한 배우 조진웅. 그는“마른 장작처럼 건조한 느낌의 캐릭터를 위해 체중을 감량했다”며“(살을 빼는 과정이) 삶을 놨다 쥐었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마약 흡입 연기를 위해 소금과 분필가루를 코로 들이마시기도 했다.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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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도 다반사다. 작년 가을 688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범죄도시'에서 조선족 조폭 역할로 깜짝 스타가 된 배우 진선규는 강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삭발을 자청했다. 연변 사투리를 배우려고 촬영 한 달 반 전부터 매일 말투를 개인 교습받고, 조선족 동포 양꼬치집에 찾아가 사투리로 주문하며 다듬기도 했다. 2015년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박소담은 오디션에 '삭발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고, 촬영이 시작되자마자 머리를 모두 밀었다. 귀신 들린 소녀의 영어, 라틴어, 중국어 대사를 위해 한 달쯤 따로 개인 교습을 받아 익혔다.

피아노를 만져본 적도 없던 배우가 쇼팽 곡을 연주하기도 한다. 올해 2월 개봉했던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배우 박정민은 서번트 증후군 앓는 천재 피아니스트 진태를 연기했지만, 영화 촬영 전 단 한 번도 피아노를 쳐본 적이 없었다. 그가 영화 속 쇼팽과 차이콥스키 연주곡을 "틀리지 않고 건반을 짚을 수 있게" 되는 데는 6개월간 밤낮없이 연습한 노력이 있었다. 미국 배우 니컬러스 케이지는 한 인터뷰에서 "메소드 연기와 정신 분열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좋은 작품이 탄생하는 배경에는 스스로를 한계까지 가혹하게 몰아붙인 배우들이 있는 셈이다.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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