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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월드컵이요? 글쎄요" 예년같지 않은 열기…아홉수 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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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북미 정상회담, 지방선거 등 빅이슈에 밀려

강팀들과 한조 편성돼 성적 기대 낮은 것도 원인

뉴스1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한국-러시아전에서 시청 앞 거리 응원에 나섰던 모습. /뉴스1 DB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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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황덕현 기자 = "월드컵이요? 딱히 관심이 안 가네요."

4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전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에 대한 열기가 예전같지 않다. 지난 15일 개최국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공식 개막전으로 시작된 2018 러시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은 17일로 개막 3일차를 맞이했지만, 좀처럼 고조된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국내에서 월드컵에 대한 열기는 남다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4강 신화를 계기로 축구대표팀에 대한 인기가 치솟았고, 이후에는 박지성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최고 명문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진출하면서 축구 전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해외 빅클럽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총출전하는 월드컵이 축구팬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빅이벤트인 이유다.

그러나 올해는 국내에 워낙 굵직한 이슈들이 많았기 때문인지 축구팬들을 넘어선 일반 대중들로의 관심 확산이 과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27일에는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고, 이후 한달 여가 지난 이달 12일에는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다음날에는 전국지방동시선거가 치러졌다. 대표팀이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고, 출정식을 갖고 최종 전지훈련까지 치르는 일정은 이런 정치일정에 많이 가려졌다.

축구를 좋아하는 회사원 이정기씨(33)는 "사실 축구나 월드컵을 누를 만한 이슈는 많지 않은데, 이번엔 여러가지가 겹쳤다. 북한의 김정은을 TV로 보고, 김정은과 트럼프가 만나는 장면이 훨씬 흥미롭지 않았나"고 말했다. "원래 축구팬들이야 월드컵도 관심있게 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관심이 덜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설명이다.

한수아씨(29·여)도 "월드컵에 관심이 있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잊고 있었다. 개막을 했다는 것도 어제 알았다"면서 "아무래도 국내외 다른 이슈들 때문에 언론 노출도 좀 적어져서 그렇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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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현지시간)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 2018.6.1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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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국가대표팀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다는 것도 요인 중 하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독일을 비롯해 스웨덴, 멕시코 등 강팀들과 함께 F조에 편성됐다. 독일은 4년 전 브라질월드컵 우승팀이고, 스웨덴과 멕시코 역시 유럽과 북중미의 강호로 꼽히는 팀이다. 객관적인 전력이나 아시아 지역예선 도중 감독을 바꾸는 등 홍역을 치렀던 점 등을 감안하면 하나같이 한국이 상대하기 쉽지 않은 상대들이라는 얘기가 많다.

김모씨(42)는 "국가대표 축구를 보는 재미가 없어졌다. 축구팬들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만족이 쉽지 않아졌다"면서 "이번 대회도 아무래도 한국이 좋은 성적을 낸다는 기대감이 적다보니 크게 관심이 가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지상파와 모바일 중계권 협상이 난항을 겪는 악재까지 겹쳤다.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 포털은 월드컵 중계권자인 MBC와의 모바일 중계권 협상에서 타결을 보지 못했다. 젊은 세대들은 TV보다는 인터넷 중계에 익숙해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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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지난 8일 오전(현지시간) 사전 캠프지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근교 레오강(Leogang) 스타인베르그 스타디움에서 월드컵 16강 진출을 다짐하며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2018.6.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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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월드컵 특수'도 이제는 옛말이 된 모양새다. 러시아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맥도날드는 국내에서 월드컵 관련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고 있고, 공식 스폰서인 코카콜라, 버드와이저 등도 TV 광고 캠페인 등 소극적인 마케팅에 그치고 있다.

이런 악조건을 이겨낼 최고의 '비책'은 결국 한국대표팀의 선전밖에 없다. 국가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내면 언론의 관심도 높아지고, 결국 전체적인 분위기도 살아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광화문에서 맥줏집을 운영하는 이모씨(45)는 "아무래도 이번 월드컵은 예전같은 분위기가 나지는 않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만약에 첫 경기(18일 스웨덴전)에서 이긴다면 분위기가 올라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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