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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비즈 르포] 무단횡단자 나타나자 급정거...영동대로에서 자율주행차 직접 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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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영동대로 경기고등학교사거리 방면 2차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과 현대모비스, 서울대가 공동으로 제작한 카메라와 라이다(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를 장착한 자율주행차량(기아차 K5) 뒷좌석에 앉았다.

탑승 차량은 카메라와 라이다, GPS를 기반으로 운전자의 개입 없이 스스로 주행하는 레벨 3~4 수준의 자율주행차다. 라이다는 레이저보다 전방의 물체와 상황 등을 훨씬 정밀하게 인지하는 장치다.

운전석에 앉은 한국교통안전공단 연구원이 “출발합니다”라고 말하자 자율주행차량은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 연구원은 차량 핸들에서 손을 뗐고, 발도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았다. 차량은 시승 행사에서 제한한 최고 속도인 시속 40km까지 서서히 속도를 올렸다. 자율주행시스템이 차량 속도를 일정하게 올리다보니 속도가 올라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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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영동대로에서 진행된 ‘자율주행차 국민체감행사’ 모습. 상행 3개 차로, 하행 2개 차로를 통제한 뒤 약 1.4km 구간을 자율주행차가 주행했다. /전성필 기자



이날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된 자율주행차 체험 행사는 영동대로(삼성역~경기고교사거리) 약 1.4km 구간을 달려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일반 주행, 차간 거리 유지, 도심 교통신호에 따른 교차로 통과, 무단횡단 보행자 대응 긴급 정지, 끼어드는 옆차로 차량 대응, 장애물 회피 등 총 6가지 상황에 따라 자율주행차가 어떻게 주행하는지 체험해볼 수 있었다. 행사용 자율주행차는 현대자동차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한양대, 자동차안전연구원, KT 등 자율주행차와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주요 기업과 대학이 제공했다.

◇ 앞 차와 간격 유지하며 부드럽게 주행…보행자 갑자기 나타나자 긴급 정지도

영동대로 삼성역 앞에서 출발한 자율주행차량은 파란불 신호에 맞춰 봉은사역 사거리를 통과했고, 이어 옆차로에서 주행 차로로 끼어든 차량의 속도에 맞춰 약 20~30m 정도 차간 거리를 유지했다. 그러던 중 도로 약 30m 앞에서 갑자기 사람 모양의 보행자 모형(더미)이 나타나자 자율주행차량은 급하게 속도를 줄였다. 사람이 급브레이크를 밟는 것처럼 몸이 앞으로 쏠렸다.

자율주행차량은 보행자 모형 약 2m 앞에 멈춰섰다. 보행자 모형이 나타난 지 3초가 채 지나지 않은 짧은 순간에 긴급 정지했다. 다만 시속 40km로 급정거가 가능한 느린 속도라 고속주행이 이뤄지는 상황에서는 자율주행차량이 얼마나 빠르게 상황을 인지하고 급제동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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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내부 모습. 운전자는 자율주행이 이뤄지는 동안 핸들에서 손을 떼고 각 상황에 따라 어떤식으로 차량이 반응하는지 설명했다. /전성필 기자



자율주행차량은 보행자 모형이 전방 시야에서 사라지자 안전하다고 판단했는지,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약 100m를 주행하던 자율주행차량은 주행 경로 도로 앞쪽에 전방 공사 표지판이 나타나자 좌측 방향등을 켠 뒤 2차로에서 1차로로 차선을 변경했다. 체험 행사를 위해 도로가 통제된 상황이라 뒤에서 오던 차량이 없어 별다른 무리 없이 부드럽게 1차로에 진입할 수 있었다. 운전석에 앉은 연구원은 “실제 도로에서는 변경해야할 앞뒤 차량의 주행 속도와 차간 간격을 고려해 차선 변경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잠시 후 경기고교사거리 앞에서 출발지점인 삼성역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율주행차는 속도를 줄여 유턴했다. 연구원이 “유턴을 하는 지점부터 자율주행이 종료됐다”라고 말하고 나서야 자율주행 모드에서 실제 사람이 운전하는 상태로 바뀌었는지 알 수 있었다. 사람의 운전과 자율주행 운전에 큰 차이점이 없을만큼 쾌적한 주행이 이뤄진 것이다. 차량이 신호 판독, 장애물 인식 등을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주행 중에 느끼지 못했다.

현대차 자율주행차량을 시승했던 시민 정유빈(17·남)씨는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차량을 타봤을 때는 사람의 개입이 수시로 이뤄져 오히려 승차감이 불편했는데, 완전자율주행 차량에 타보니 정속주행이 이뤄져 편안했다”며 “급정거 등 긴급상황에도 자율주행차량이 잘 대처해 안전하다는 느낌도 받았다”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현대차 자율주행차량(넥쏘)를 타고 같은 주행 경로를 체험했다. 시승 후 김 장관은 “자율주행차가 실제 도심 도로 신호체계에 맞춰 안전하게 주행한다는 점을 일반 시민이 체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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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이 촬영한 자율주행차량 주행 모습. 자율주행차량이 봉은사역 사거리에서 정지 신호에 맞춰 멈춰있다. /국토부 제공



◇ “통제 상황 속 자율주행은 아쉬워”…보험 제도 마련이 우선

이번 행사는 서울 도심 도로에서 처음으로 여러 대의 자율주행차가 동시에 운행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영동대로 왕복 14개 차로 중 상행 3개차로와 하행 2개 차로를 일반 차량 통행 없이 완전히 통제한 상황에서 주행이 이뤄져 실제 도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에 자율주행차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다.

시승에 참여한 한 시민은 “시속 70~80km의 고속 주행 상황이나 내 차량 주변에 여러 대의 차량이 차선을 변경하는 등 복잡하게 주행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안전한 주행이 가능한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량의 사고 발생시 보험 제도가 미비하다는 것도 개선 과제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무리 도로가 통제된 안전한 상황이더라도 자율주행차 운행 과정에서 추돌사고나 오작동으로 인한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현 제도로는 보험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자율주행차 관련 보험 제도가 마련돼야만 일반 도로에서 자율주행차를 체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오는 2020년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차의 일반 도로 상용화를 목표로 삼았다. 이에 맞춰 올해 상반기 중 자율주행차 관련 보험제도를 마련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와 보험연구원은 작년 4월부터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자율주행차의 발전 단계별 책임 주체를 검토해 자동차 보유자와 제조사 간의 책임배분 등을 명확히 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영국은 이미 자율주행차를 위한 보험법 마련에 착수했다. 오는 2021년까지 자율주행차량으로 인해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보험법을 개정하고, 자율주행차를 일반 도로에서 달릴 수 있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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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자율주행차 체험행사와 관련한 설명을 듣고 있다. /전성필 기자



김현미 장관은 “환경이 매우 복잡한 서울 도심 도로 등에서도 자율주행이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자율주행 관련 안전 매뉴얼과 도로교통 기준을 마련하고, 사고에 대비한 보험제도도 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자율주행차 일반 도로 운행 허가 확대 등 민간 기술 개발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재 총 46대의 자율주행차가 임시운행허가를 받아 실제 도로를 시험 운행 중이다. 김 장관은 “여러 도로 환경에서 자율주행기술을 시험해보고 경험이 축적돼야만 안정성이 입증되기 때문에 정부도 자율주행 관련 기업들이 시험 운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fee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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