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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배우 김해숙 “촬영 후 찾아온 우울증…영화 못 보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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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영화 허스토리 시사회 현장에 나선 배우 김해숙. 그는 이번 영화에서 위안부 할머니 배정길 역(오른쪽)을 맡아 연기했다.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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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해숙(62)이 영화 '허스토리'(2018·민규동 감독) 작품 이후 6개월간 우울증을 앓았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김해숙은 허스토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배정길'역을 맡아 연기했다.

그는 11일 일간스포츠 등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영화를 잘 못 봤다. 보고는 싶었는데 정신적으로 힘들더라"라며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을 연기한 뒤 후유증을 겪었다고 밝혔다.

김해숙은 인터뷰에서 "작품마다 최선을 다하지만, 특히 이 작품은 '이 나이에 이렇게 힘들 수 있는 감정이 있을까' 생각하며 찍었다"며 "(배정기 할머니 역에 몰입한 나머지) 영화를 끝내고 5~6개월 동안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 작품이 44년 연기 인생 중 가장 힘들었지만, 또 가장 감격스러운 작품이라고도 했다.

이어 "(고통의 원인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슬픔이었다. 병원까지 가봤다. 너무 무기력했다. 우울증이 생긴 것 같아서 복용도 권유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속 캐릭터에서 벗어나기 위해 허스토리 촬영이 끝난 뒤 곧바로 SBS '이판사판'에 출연, 다른 캐릭터에 몰두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드라마가 끝나고 나니 다시 고통이 시작됐고, 결국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두 달간 여행을 다녀오면서 힘든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했다.

27일 개봉을 앞두고 시사회가 열리며 김해숙은 다시 두려움이 몰려온다고 고백했다.

그는 "다시 그 감정에 빠지는 것이 두려워 영화를 보기가 어려웠다"며 "조금이라도 그분들에게 누가 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 그분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알 수 없다는 사실에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돌아가신 분이라 나 혼자 이해하며 연기해야 해다. 그분의 심정이 어땠을까 생각했다. 너무나 많은 과거와 아픔을 가진 여성이다. 감정에 변화가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못 보겠다. 보고 나서 는 만족감이 안 들고, 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 생각이 든 것도 처음이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의외로 모든 출연 배우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더라"라고 덧붙였다.

한편 민규동 감독의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간 일본 재판부에 맞선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다. 당시의 관부 재판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이 승소하며 일본 재판부가 '위안부' 피해자의 현실을 인정했다는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지만, 지금껏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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