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천국 울릉도에 음악 심다…'울릉천국 아트센터'

【울릉도=뉴시스】 이재훈 기자 = "세상살이 지치고 힘들어도 걱정 없네 사랑하는 사람 있으니/ 비바람이 내 인생에 휘몰아쳐도 걱정 없네. 울릉도가 내겐 있으니 ♪♬"

15일 경북 울릉도의 울릉천국아트센터. 가수 이장희(71)의 '울릉도는 나의 천국'이 울려 퍼지자 아트센터는 말 그대로 지상천국이 됐다.

지상 4층 규모의 아트센터는 경북도·울릉군이 70억원을 지원했다. 이장희는 자신의 농장 '울릉천국'과 집 앞 일부 땅(연면적 1150㎡)을 제공했다.

'울릉도는 나의 천국'은 이장희의 울릉도 찬가다. 2011년 발표했다. 1996년 우연히 찾은 울릉도에 매료되면서 2004년 울릉군 북면 현포리에 터전을 잡았다.

이달 8일 개관한 울릉천국 아트센터는 그의 울릉도 사랑이 무르익은 증거다. 사실 처음에는 "평화롭게 살고 싶은 마음이 커" 울릉도에 아트센터를 짓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울릉도를 알리겠다는 대의가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개관 당일 공연과 10일 두 번째 공연에 이어 이날 세 번째 공연 역시 성황리에 열렸다. 이장희가 초대한 울릉도 주민, 군인과 관광객 등으로 150석이 꽉 찼다.

어쿠스틱 기타를 든 이장희와 함께 일렉 기타를 친 강근식(72), 더블베이스를 잡은 조원익(71)이 무대에 올랐다. 세 사람은 1970년대 반짝 활동한 밴드 '동방의 빛' 멤버다.

이날 '그애와 나랑은'을 시작으로 1시간 남짓 동안 12곡을 들려줬는데, 전성기 못지 않은 차진 호흡이 인상적이었다.

유명한 재즈 연주자인 강근식은 '짜파게티', '부라보콘' 등 CM 작곡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장희를 따라 울릉도에 터를 잡은 조원익은 현지 학생은 물론 성인들에게 리코더, 플루트, 기타 등의 악기를 가르치는 음악 선생님이 됐다.

세 사람의 시너지 효과가 발휘된 곡은 이들이 70년대 함께 만든 '자정이 훨씬 넘었네'였다. 미국 전통 대중음악인 컨트리 풍의 밝은 리듬에 카랑카랑한 이장희의 목소리가 얹히면서 흥겨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전성기에 주로 부른 팝 커버곡도 선보였다.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의 '헬프 미 메이크 잇 스루 더 나이트(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 카펜터스의 '잠발라야' 등이다.

이장희의 인생이 녹아나는 '나는 누구인가'를 거쳐 공연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한 잔의 추억'을 시작으로 '나 그대에게' '그건 너'로 이어지는 당대 히트곡은 합창을 유도했다. 대형 공연장 못지않은 열기로 소극장의 수은주는 가파르게 치솟았다.

울릉도 주민들은 울릉천국 아트센터를 두 팔 들어 환영했다. 지난 겨울 전입신고를 한 40대 중반의 유소현씨는 이장희와 비슷한 이유로 울릉도에 눌러 앉았다.

울릉천국 아트센터

이장희는 아마존 정글, 남태평양 섬들, 알래스카 등을 여행했는데 울릉도가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유씨 역시 히말라야 등지를 다녔지만 울릉도가 마음에 들었다. 유씨는 "제주도와 같은 섬이라고 해도 아직은 때가 덜 탄 곳"이라면서 "울릉천국 아트센터가 잘 만들어져서 놀랐다. 이장희 선생님을 기반으로 소극장 공연이 많이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장희와 이장희 음악의 추억에 자유롭지 않은 7080세대가 특히 울릉천국 아트센터와 울릉도에 뜨겁게 반응했다. 경기 양평에서 온 김한홍·동선예씨 부부는 이장희 팬으로 이장희와 울릉천국 아트센터 공연을 보기 위해 일부러 울릉도를 찾았다.

김씨는 "이장희씨를 좋아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약하다. 대학교 때 내 마음속의 대부분을 차지해서 오늘 공연이 너무 기뻤다"면서 "예전의 아우라든가,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옛날 추억이 떠올라서 공연 내내 눈을 떼지 못했다"고 했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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