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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진격의 거인’ 이대호, 살아나긴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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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초반 부진 딛고 상승세 타

지난 13일 이후 6할대 타율, 7홈런

이대호 활약 의존도 높아 고민

중앙일보

지난 18일 삼성전에서 12회 말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고 기뻐하는 이대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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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가 누굽니까. 한번 감을 잡으면 쭉 올라갈 겁니다."

지난 11일 울산 넥센전을 앞두고 조원우 롯데 감독이 한 말이다. 조원우 감독은 이날 올시즌 처음으로 이대호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조 감독은 "주장이자 4번 타자를 맡고 있는 대호가 부진한 팀 성적 때문에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휴식을 주는 쪽이 나을 것 같아 빼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독한 슬럼프였다. 이대호가 자리를 잡지 못하자 롯데는 최하위로 추락했다. 개막하자마자자 7연패를 당한 것이 컸다. 화가 난 롯데 팬들은 이대호를 싸잡아 비난했다. 한 팬은 경기를 마치고 돌아가는 이대호의 등을 향해 치킨 상자를 던지기도 했다. 타율은 0.206까지 떨어졌다. 우리가 알던 이대호가 아니었다. 늘 당당하던 이대호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이는 장면은 낯설었다. 조원우 감독의 머릿속도 복잡하기만 했다.

11일 선발에서 빠진 뒤 8회 대타로 나온 이대호는 상대 외야수의 실책성 플레이로 안타를 기록했다. 롯데는 채태인·이병규 등의 활약으로 첫 2연승을 달렸다.

이대호는 지난 13일 광주 KIA전부터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냥 살아난 것이 아니라 폭발했다. 5타수 3안타를 기록한 이날 경기 이후 이대호는 9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쳤다. 이 기간 타율은 무려 0.649(37타수 24안타). 홈런 7개와 20타점도 더했다. 0.241에 그쳤던 타율은 0.400까지 치솟았다.

이대호만 할 수 있는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냈다. 이대호는 "한동안 안타가 나오지 않아 타석에서 조급했다. 타격 타이밍이 늦어 왼 다리를 빨리 들어오는 식으로 타이밍을 잡았는데 그러면서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이대호가 살아나면서 롯데는 13일 이후 6승 4패를 기록하며 탈꼴찌에 성공했다.

이대호는 5년간의 해외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부산에 돌아왔다. 복귀 첫해 이대호는 타율 0.320, 34홈런·111타점을 기록하며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특히 롯데는 지난해 8월 19승 8패(승률 0.704)를 기록했는데, 이대호는 8월에만 홈런 10개를 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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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활약과 롯데 승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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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가 침묵하면 롯데도 침몰하는 건 지난해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대신 이대호가 신바람을 내면 승률이 껑충 뛰었다. 롯데는 지난해 80승2무62패(승률 0.563)를 기록했는데, 이대호가 홈런을 친 날 승률은 0.733(22승1무8패)였다. 이대호가 멀티히트(2안타 이상)를 친 날도 승률은 0.686(35승1무16패)로 높았다. 이대호가 무안타에 그치면 롯데의 승률은 0.457(16승1무17패)로 떨어졌다.

올해도 비슷한 패턴이다. 롯데는 10승16패(승률 0.385)를 올렸는데, 이대호가 홈런을 친 날은 3승2패(0.600), 멀티히트를 기록한 날은 6승6패(0.500)다. 하지만 무안타에 그치면 1승5패(0.167)로 떨어진다. 26일 수원 KT전에서 이대호는 3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롯데는 2-5로 졌다.

롯데가 하위권을 벗어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 많다. 선발진은 믿음을 주지 못하고, 하위타선의 침묵이 빈번하다. 하지만 이대호가 제자리로 돌아온 것만으로도 롯데엔 큰 힘이 된다. 이대호는 최근 홈경기에서 승리한 뒤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초반에 안 좋을 때 욕도 많이 하셨는데, 저는 욕 들어 먹으면 열심히 합니다. 젊은 후배들이나 다른 선수들에게는 격려해 주시고 욕은 모두 저한테 하십시오"라며 고개 숙였다. 롯데 팬들은 격려의 박수로 화답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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