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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생생확대경]MBC의 미련 가득한 ‘무한도전’과 이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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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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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MBC가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을 쉽게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 옷자락이라도 잡아끌어 잠시라도 더 머무르게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드러나 보일 정도로 미련이 남은 모습이다.

‘무한도전’은 지난 7일 ‘무한도전 13년의 토요일’이라는 스페셜 코멘터리 제1탄을 방송햇다. ‘무한도전’ 13년을 정리하는 스페셜 방송이다. 현재 시점에서 제작진과 출연진이 과거를 돌아보는 시선이 담기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과거 방송의 재탕, 짜깁기였다. MBC는 이러한 ‘무한도전 ’스페셜 코멘터리 방송을 총 3주간 편성해 놨다.

특집 편성에 대해 그 동안 사랑해준 시청자들을 위한 배려, 후속 프로그램 준비를 위한 시간 확보 등 여러 핑계를 댈 수 있을 게다. ‘무한도전’이라는 이름에 따른 광고 매출이 이유가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을 터다. ‘무한도전’은 높은 인기에 동반해 방송사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광고 매출에서도 MBC의 간판 역할을 해왔다. 방송 전후에 붙는 광고에 간접광고까지 포함할 경우 연 매출액이 3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채널들이 무한경쟁체제에 접어든 상황에서 MBC 경영진이 ‘무한도전’에 갖는 미련도 이해는 간다.

관건은 그런 우려먹기 편성이 ‘무한도전’, MBC 예능이라는 브랜드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다. 방송사에 ‘편성’은 전략이다. 그 결과를 대변하는 게 시청률이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스페셜 코멘터리 제1탄은 중간광고 전후로 5.3%와 6.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무한도전’ 최종회 9.3%, 11.1%의 절반을 간신히 넘겼다. ‘무한도전’이 지켜왔던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에는 한순간에 SBS ‘백년손님’(5.3%, 8.6%)과 KBS2 ‘불후의 명곡’(6.0%, 8.0%)이 치고 나갔다. ‘무한도전’이 13년 동안이나 공들인 해당 방송 시간대에 MBC가 누릴 수 있는 기득권은 실질적으로 없다는 것만 확인시켰다.

후속 프로그램에도 부정적 상황에 대한 부담만 더한 셈도 됐다. ‘무한도전’은 올 가을께 시즌2가 예고된 상황이다. 후속 프로그램이 사용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만 간다. ‘무한도전’의 인기 후광도 기대하기 어려운 형국이 됐다.

스페셜 코멘터리에는 ‘강력추천 토요일’의 ‘무(모)한 도전’ 코너에서 시작한 ‘무한도전’을 김태호 PD가 이어 받아 새 출연진을 투입하고 각 멤버들의 캐릭터를 완성해온 과정이 담겼다. 김태호 PD도 짧지 않은 시간 다양한 시도를 해볼 기회를 얻었기에 ‘무한도전’을 현재의 인기로 이끌 수 있었다는 걸 보여줬다.

‘무한도전’의 특징 중 하나는 ‘무형식의 형식’이었다. ‘무한도전’은 같은 출연진에 매회 다른 소재로 방송을 했다. 같은 형식에 게스트, 패널 등 출연진이 매회 바뀌다가 시청자들이 질려하면 결국 비아냥 속에 시청률이 곤두박칠치며 사라지던 기존 예능프로그램들과 다른 길을 걸었다. 다른 예능 PD들은 “저렇게 하면 힘들어서 죽는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게 ‘무한도전’이 13년 동안 이어져 온 비결이다. 그러나 MBC가 ‘무한도전’과 이별하는 방식은 그런 성공 방정식을 이어받기는커녕 기존 악순환의 고리를 반복한다는 우려만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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