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반상 평정한 바둑 AI, 훈수꾼으로 거듭났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WGC서 일·중·대만 AI 활용 해설

바둑TV는 ‘돌바람’으로 형세 판단

바둑 몰라도 판세 쉽게 알 수 있어

“AI, 이젠 기력보다 활용도가 화두”

중앙일보

WGC2018 공개해설장에서는 세 가지 인공지능(AI)의 승부 예측이 해설에 활용됐다. [사진 타이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환 9단의 우승으로 지난 19일 막을 내린 월드바둑챔피언십(WGC)2018 기간, 대회가 열린 일본 도쿄 현장에서는 눈길을 끄는 장면이 연출됐다. 대국장 근처에 공개해설이 마련됐는데, 이곳에서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의 승률 분석을 활용한 해설이 진행됐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일본의 ‘딥젠고’, 중국의 ‘티엔랑’, 대만의 ‘CGI’ 등 세 가지 AI가 승부 예측에 사용됐다. 일본의 다카오 신지(高尾紳路) 9단은 이들의 승률을 비교하면서 기존과는 색다르게 해설했다.

AI 바둑 프로그램이 기력으로 경쟁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구체적인 활용 분야에서 서비스 경쟁을 벌이는 시대다. 대부분의 AI가 최고 프로기사의 수준을 넘어서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국산 AI 바둑프로그램 ‘돌바람’을 개발한 임재범씨는 “전에는 AI의 기력을 높이는 게 최우선 과제였는데, 이제는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가장 큰 화두”라며 “형세 판단, 바둑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다양하게 논의되는 활용 분야 가운데, 논의가 가장 활발한 건 승부 예측 분야다. 바둑TV는 6월 개막하는 KB국민은행 바둑리그부터 ‘돌바람’의 승률 분석을 활용해 해설을 진행할 예정이다. 윤상현 바둑TV PD는 “시청자 입장에선 바둑의 유불리를 바로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답답한 점이었다. 그런데 AI가 그 갈증을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인터넷 바둑 사이트 ‘한큐’는 이미 AI ‘줴이(絶藝)’를 활용해 중요 대국의 실시간 승률과 참고도를 보여주는 문자 해설을 하고 있다.

중앙일보

커제 9단과 신진서 8단의 대국 승률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있는 중국 AI ‘티엔랑’ 개발자들. [사진 타이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AI는 수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실시간 승률을 알려줄 수 있다. 이를 바둑 해설에 도입할 경우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다른 스포츠에서 스코어를 통해 승부의 흐름을 보여주듯, 바둑도 진행 상황을 수치화해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은 해설자가 흑백의 유불리를 애매하게 설명하는 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현욱 8단은 “초중반 누가 좋은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장면이 나올 때, AI의 승률 분석을 참고하면 해설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특히, 신형이나 어려운 형태가 끝났을 때 승률을 바로 알 수만 있다면, 해설의 정확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AI 승률 분석이 해설에 도입되면, 그간 해설에서 자주 쓰이던 ‘흑이 두기 편해 보인다’ ‘흑이 기분 좋은 흐름이다’ 등의 표현도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AI는 일류 프로기사의 스파링 파트너로도 쓸모를 넓혀가고 있다. 중국과 일본 바둑 대표팀은 자국 AI인 ‘줴이’와 ‘딥젠고’를 상대로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대표팀도 ‘돌바람’을 훈련 상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바둑 교육 분야에서도 AI의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지난해 12월 구글이 ‘알파고 교육 툴’을 통해 6000가지 포석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공유했던 것처럼, 세계 각국도 저마다의 AI를 활용한 바둑 교육 방안을 준비 중이다.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는 “AI 바둑 프로그램은 해설, 관전 등 바둑의 여러 분야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며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개발하면, 바둑의 여러 분야에서 더욱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