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박병호 "70억 포기, 다들 미쳤다고 생각하죠? 저도 그래요"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연봉 15억에 넥센 돌아온 박병호

“돈보다 야구선수로서 미래 생각”

팀 후배 중 김하성·이정후에 주목

“넘을 수 없는 이승엽, 따라가고파”

중앙일보

‘홈런왕’ 박병호가 미국프로야구 미네소타 생활을 마치고 넥센으로 돌아왔다. 지난 20일 서울 고척돔 더그아웃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박병호. [최정동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70억 포기, 다들 미쳤다고 생각하죠?”

‘홈런왕’ 박병호(32·넥센)가 돌아왔다. 자그마치 650만 달러(약 70억원)를 포기하고 왔다. 박병호는 2015시즌을 마치고 미국 프로야구 미네소타 트윈스와 총액 1200만 달러에 ‘4+1년’ 조건으로 계약했다. 2016, 17시즌 부진했다. 그래도 남은 기간 연봉이 보장돼 있어 2019년까지 2년만 버티면 70억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박병호는 지난해 11월 연봉 15억원에 넥센으로 복귀했다.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박병호는 “저도 제가 미쳤다고 생각해요. 하하. 그런데 야구선수로서 미래를 생각했어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내 껄껄 웃고 농담도 건네는 등 예전의 밝은 모습은 그대로였다.



Q : 한국 프로야구로 두 시즌 만에 돌아왔다.



A : “KBO리그 개막(24일)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미국에서 지난 2년간 만족스러운 성적은 내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이제 한국에서 잘하고 싶다. 미국에 가기 전에 넥센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줘야 만족할 것 같다.”


중앙일보

고형욱 넥센 단장이 지난 1월 미국에서 돌아온 박병호를 환영하는 자리에서 52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전해주고 있다.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병호는 2016년 메이저리그에서 62경기에 출전했다. 타율 0.191에 12홈런·24타점·28득점. 지난해에는 줄곧 마이너리그에 머물렀다.



Q : 한국에 오랜만에 오니 어떤 부분이 가장 많이 변했나.



A : “팀 구성이 다 바뀌었다. 코치진도, 선수도 다 달라졌다. 넥센만의 자율적인 분위기는 똑같다. 코치진과 선수들 간의 돈독한 분위기는 변함이 없어 팀에 금세 적응했다. 다만 예전 홈구장이던 목동야구장과 달리, 고척돔은 크다. 어떻게 하겠나. 여기서도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박병호는 타자 친화적인 목동구장에서 4년 연속(2012~15년) 홈런왕에 올랐다. 넥센은 그가 미국에 있던 2016년 잠실구장 다음으로 큰 고척돔으로 홈을 옮겼다.

중앙일보

21일 고척돔에서 열린 LG와의 시범경기에서 타격하고 있는 박병호.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이승엽(은퇴)이 ‘박병호가 내 통산 홈런 기록(467개)을 깨줄 것’이라고 말했는데.



A :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웠다. 이승엽 선배는 내가 넘어설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선배 기록은 깰 수 없다. 이승엽 선배가 보여준 모습을 그저 따라가고 싶을 뿐이다. 이승엽 선배는 프로에 데뷔하자마자 홈런을 많이 쳤다. 그러나 나는 못 쳤다. 그래서 따라갈 수 없다. 내가 40세까지 뛴다고 해도 그 나이에 (이승엽 선배처럼) 홈런을 친다는 보장이 없다. 기록은 아예 신경 안 쓴다. 홈런을 통산 몇 개 쳤는지도 모른다.”




Q : 미국 생활이 야구인생에 도움이 됐나.



A : “기본 플레이에 충실하자는 생각이 커졌다. 예를 들어, 9회 0-10으로 지는 상황에서 땅볼을 치면 기분이 나빠 열심히 안 뛴다. 사실 그런 순간에도 열심히 1루로 뛰어야 한다. 바로 그런 식으로 ‘기본적인 것부터 잘하자’는 마음을 먹었다. 다들 알면서도 잘 실천하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Q : 이제 팀에서는 고참이다. 눈여겨 보는 후배가 있나.



A : “사실 지난 시즌에는 넥센 경기를 못 봤다. 내 앞가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내가 없는 동안 우리 팀 모든 선수가 잘해줬다. 유격수 김하성(23)은 어린 나이인데도 공수에서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해줬다. 지난 시즌 신인상을 탄 외야수 이정후(20)도 잘한다고 들었다.”




Q : 이장석 전 대표가 실형을 받는 등 구단이 어수선한데.



A : “선수단 분위기는 좋다.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건 분위기를 유지하며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런 상황 때문에 복귀를 망설이지는 않았다. 다만 미네소타와 계약 기간이 남아 그 부분을 고민했다.”


넥센의 기틀을 다진 이장석 전 대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달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넥센은 박준상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지만, 구단 안팎은 여전히 뒤숭숭하다.



Q : (미네소타서 받을) 잔여 연봉(70억원) 때문에 솔직히 포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A : “모두 미쳤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나도 내가 미친 것 같다. 사실 연봉 차이로 고민하긴 했다. 그런데 야구선수로서 앞을 멀리 내다보고 어떤 게 더 좋을지 생각했다. 연봉보다 미래를 선택했다.”




Q : 야구는 언제까지 하고 싶나.



A : “언제 그만둘지 모르지만 정말 오래 하고 싶다. 미국 진출은 후회하지 않는다.”




Q : 해외 진출에 다시 도전할 건가.



A : “웃으라고 하는 질문이라 생각하겠다. 일단 한국에서 열심히 하겠다.”




Q : 해외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A : “미국에서 고연봉 선수들이 기본적인 플레이에 신경 쓰는 걸 보면서 많은 걸 깨달았다. 사실 전에는 나도 안이하게 생각했던 면이 있다. 팀 후배들에게 ‘이제는 기본에 더 신경 쓰자’고 했다. 그런데 후배들은 요즘 나에게 잘 물어보지 않는다. 내가 실패하고 돌아와서 그런가 보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