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제천 화재 대책 논의는커녕… 말꼬리 잡으며 치고받아]
靑대변인, 페북에 제천 방문 글
"유가족 욕이라도 들어드리는 게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라며 울먹"
野 "靑 보니 '이승만 방귀' 떠올라… '시원하시겠다' 이후 최고의 아부"
홍준표 "세월호보다 더 잘못 대응", 민주당 "해서는 안되는 막말하나"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2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전날 충북 제천 화재 현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유가족의 욕이라도 들어 드리는 게 대통령이 지금 해야 할 일'이라며 돌아오는 차 안에서 또 울먹이신다"고 했다. 당시 일부 유족은 장례식장을 방문한 문 대통령에게 "세월호 사건 이후 달라진 것이 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숨소리에 울음이 묻어 있었다. 아니, 문 대통령은 분명 울고 계셨다"며 "국민을 위해 울어주는 대통령! 국민의 욕이라도 들어야 한다는 대통령! 국민 한 분 한 분에게 엎드리는 대통령!"이라고 했다.
헌화하는 우원식, 무릎 꿇은 김성태 - 여야(與野) 원내대표들은 24일 충북 제천체육관에 마련된 제천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우원식(왼쪽 사진) 민주당 원내대표가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합동분향소 바닥에 무릎을 꿇고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
그러자 자유한국당은 24일 장제원 수석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고 "대형 참사 앞에서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 겨우 울먹이는 것이냐"며 "집권 8개월 만에 권력 주변이 아첨꾼들로 북적대는 것을 보니 정권의 미래가 썩 밝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또 "이승만 대통령이 낚시를 하다 방귀를 뀌자, 곁에 있던 이익홍 내무장관이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했다는 사건 이후 사상 최고의 아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글을 놓고도 여야는 논란을 벌였다. 홍 대표는 23일 본인 페이스북에 "세월호 참사를 이용해 정권을 잡은 세력들이 세월호보다 더 잘못 대응해 사상자를 키운 제천 참사를 어떻게 책임지고 수습하는지 지켜보겠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박근혜 정권이 최악으로 못했던 것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처"라며 "적폐 세력과 궤를 같이한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가 해서는 안 되는 막말을 한 것"이라고 받았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정치인들은 제천 화재 현장을 잇따라 찾고 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현장을 둘러보고 "화재 진압 초동 대응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며 "2층 비상구로만 대피했다면 충분히 살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왜 외부에서 진입이 충분히 이뤄질 수 없었는지, 소방 장비에 문제는 없었는지 등이 해명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도 이날 제천을 방문해 화재 상황을 듣고 "현장 대응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국회에서 집중 추궁하겠다"고 말했다. 한 희생자 유족이 "여기 와서 모두 희생자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해야 한다"고 하자, 김 원내대표는 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앞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22일,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23일 제천 화재 현장을 찾았다.
문 대통령이 다녀갔지만 이낙연 국무총리도 24일 다시 찾았다. 제천시청에서 피해 현황을 보고받고 화재 현장과 합동분향소, 병원을 차례로 방문했다. 이 총리는 "당국은 좀 더 책임 있게 원인을 규명하고 그것이 정부의 잘못이건 민간의 잘못이건 규명해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면서 "원인 조사나 문책과 별도로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노력한 일선 소방관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대해서는 정당한 평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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