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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전북이 졌다고?"…천적 수원 누르고, 우승 불씨 키우는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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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제주 선수들이 2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과 경기에서 3-2로 승리한 뒤 전북의 패배 소식을 확인하며 놀라고 있다. 2017. 9. 20. 수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수원=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마지막 천적도 넘었다. 제주가 수원성까지 무너트리며 2006년 연고이전 뒤 K리그 클래식 ‘첫 우승’의 꿈을 키우고 있다. 선두 전북과는 불과 한 경기 차(승점3). 지난 5월 ‘사이타마 쇼크’에 빠져 6강 티켓마저 위태로웠던 순간은 옛 이야기가 됐다. 늦여름부터 살아나 신바람나는 가을 축구를 펼치고 있다.

조성환 감독이 이끄는 제주는 2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30라운드 수원과의 원정 경기에서 알렉스와 진성욱, 윤빛가람이 각각 한 골씩 뽑아내 맹렬히 추격한 홈팀을 3-2로 눌렀다. 이로써 제주는 지난 7월19일 상주전 3-0 완승을 시작으로 이날 수원전 승리까지 파죽의 10연속 무패를 질주했다. 무패도 그냥 무패가 아니다. 무려 8승(2무)을 챙기며 승점을 가파르게 쌓아나갔다. 이젠 선두 전북이 시야에 확 들어왔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다. 올시즌 17승6무7패(승점 57)를 기록한 제주는 전북(승점 60)에 3점 차로 따라붙었다. 반면 전북은 이날 11위 상주와의 홈 경기에서 수비수 김민재가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종료 직전 김호남에 결승포를 얻어맞고 1-2로 충격패, 승점 추가에 실패했다.

고대하던 수원전 승리여서 기쁨 두 배였다. 제주는 최근 수원과 K리그 클래식에서 5경기 1무4패를 기록할 만큼 약했다. 올해는 FA컵 16강전 완패까지 합쳐 3전 전패로 고개를 떨궜다. 경기 전 조 감독은 수원과의 최근 맞대결 각종 기록을 조목조목 소개하며 “오늘 만큼은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조 감독과 선수들의 간절함 바람은 그라운드에서 나타났다. 이날 제주의 3골은 하나 같이 장쾌하고 시원했다. 반대로 수원팬 입장에선 치명적이었다.

전반 9분 수비수 알렉스의 첫 골은 그야말로 행운 섞인 장거리포였다. 알렉스는 수비진영 오른쪽에서 길게 차올렸는데 이게 수원 골키퍼 신화용의 키를 넘어 골망을 출렁인 것이다. 신화용은 볼을 잡으려고 두 팔을 들었다가 자신이 페널티지역 밖에 나온 것을 눈치 챈 듯 재빨리 헤딩으로 걷어내려 했다. 그러나 볼은 신화용의 머리 위를 지나 골문 오른쪽 구석에 그림 같이 꽂혔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알렉스의 골은 82m 거리에서 넣었다. 2013년 7월21일 제주-인천전에서 인천 골키퍼 권정혁이 넣은 85m짜리 골에 이은 역대 최장거리골 2위다”고 소개했다. 불과 5분 뒤인 전반 14분 진성욱의 골도 일품이었다. 레프트백 정운이 왼쪽 측면에서 날카롭게 휘어져 들어가는 왼발 크로스를 올리자 진성욱이 수원 수비수 두 명 사이를 파고들며 오른발 발리슛으로 연결, 순식간에 2-0으로 달아났다.

스포츠서울

제주의 윤빛가람이 2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과 경기에서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2017. 9. 20. 수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제주는 전반 44분 산토스에 만회골을 내주고 후반을 맞았다. 홈팀의 추격이 거세질 순간 돌아온 윤빛가람의 중거리포가 터졌다. 징계가 끝나 이날 복귀한 윤빛가람은 후반 5분 개인기로 수원 수비수 두 명을 한꺼번에 제친 뒤 아크 앞에서 통렬한 오른발 슛을 폭발시켜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를 침묵에 빠트렸다. 이후 상대 수비수 곽광선의 퇴장으로 수적 우세를 맞은 제주는 후반 38분 홈팀 이종성에 다시 추격골을 허용했으나 추가시간 6분의 어려움 속에서도 한 골 차 승리를 지켰다. 제주는 지난 2010년 8월21일~12월1일 14경기에서 9승5무를 챙긴 게 팀내 연속 경기 최다 무패 기록이다. 향후 일정을 통해 이 기록 경신에도 도전하게 됐다.

제주는 유공시절이던 지난 1989년 한 차례 K리그 정상에 오른 게 전부다. 2006년 제주에 터를 잡은 뒤엔 2010년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었다. 올해 K리그 클래식,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FA컵 등 3개 대회 중 한 대회 정상엔 오르겠다는 야망을 내걸고 더블 스쿼드를 구축하는 등 전력 보강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 5월31일 ACL 16강 2차전에서 우라와에 0-3으로 패하고, 주축 수비수 둘이 2~3개월 짜리 자격정지 징계를 당하면서 한 때 6위까지 떨어졌으나 7월 중순부터 보란 듯이 일어서 K리그 클래식 태풍의 눈이 됐다. 제주 선수들은 수원전 직후 휴대전화로 전북의 패배 소식을 접하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로써 전북과 제주의 쫓고 쫓기는 싸움이 막판 흥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조 감독은 수원을 이긴 직후 “오늘은 승리에 대한 간절함이 수원보다 컸던 것 같다. 그래서 알렉스의 행운 골도 나온 것 같다”고 밝힌 뒤 “지금 순위와 승점에 개의치 않겠다. 다음 경기가 상주전인데 전북을 이긴 팀인 만큼 더 철저하게 준비하겠다. 나와 선수들 모두 후회 없는 경기를 하자고 다짐하고 있다”며 더 높은 곳을 향한 집념을 드러냈다.

한편, 이날 K리그 클래식에선 6경기에서 25골이 터져 올해 1일 최다골을 기록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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