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호텔 홍보대사 제안이 갑질?…최영미 시인을 위한 변명

댓글 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압력 준 것 아냐…한국인 울 줄은 알아도 웃을 줄은 몰라"

뉴스1

최영미 시인(창비 홈페이지 캡처)© News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유명한 시인 최영미씨(56)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시내 한 호텔에 1년간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글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린 후 '문인의 명성을 이용해 공짜로 이용하게 해달라고 압력을 준 것 아니냐'는 이른바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그 후 시인은 몇 차례 해명 글을 올렸지만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최 시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거주지와 관련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미국 시인 도로시 파커처럼 호텔에 살다가 죽는 것이 내 로망"이라면서 "내게 A호텔의 방 하나를 1년간 사용하게 해주신다면 평생 홍보대사가 되겠다"고 한 호텔에 이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후 누리꾼 사이에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몇 시간 만에 최 시인은 "A호텔에 거래를 제안한 거지, 공짜로 방을 달라고 압력을 행사한 게 아니다"면서 "호텔에서 내 제안이 싫으면 받지 않으면 되는 것"이라고 '압력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최 시인은 이후 다시 SNS에 글을 올려 "처음엔 홍보해주고, 시 낭송 등 서비스 제공하고 그 대가로 무료투숙을 생각한 것은 맞다"면서도 "'디스카운트' 운운한 호텔의 답신을 보고 '아, 이들이 스트레스 받는구나' 생각해 방값은 방 보고 정하자고 호텔에 답신을 보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내가 홍보해 주고, 매주 시 낭송하면 한달 방값이 되고도 남는다 생각했지만, 그래도 남들이 갑질이다 난리칠지 모르니, 호텔에 상징적으로 한달에 얼마라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A호텔측에 최씨의 최초의 제안 메일은 10일 오전 10시40분쯤 공용 메일로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룸을 무료로 요청한 것인지, 아니면 디스카운트(할인)를 원한 것인지 메일상으로 확실하지 않으니 다음날 논의하자는 게 호텔의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시인은 "이번 사태로 새삼 깨달았다. 한국사람들은 울 줄은 아는데, 웃을 줄은 모르는 것 같다. 행간의 위트도 읽지 못하고…내가 내 집만 있었더라면 이런 수모 당하지 않는데…"라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누리꾼들 사이에는 최 시인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강하게 일었다. 최 시인이 호텔 측에 보냈다는 이메일 내용 말미에 "그냥 호텔이 아니라 특급호텔이어야 하구요. 수영장 있음 더 좋겠어요. 아무 곳에서나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나"라고 덧붙인 부분에 대해 특히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최 시인의 글이 공개된 후 한 누리꾼은 "호텔급 아닌 아무 곳에나 사느니 죽는 게 낫다는 말은 웬만한 대부분의 서민에겐 상처가 될 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정말 혼이 깃든 좋은 시를 쓰고 싶으시다면 수영장 딸린 특급호텔보다는 전원생활 추천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최 시인이 이같은 글을 쓴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도 SNS 상으로 나왔다. 최 시인이 집주인에게서 월세 계약만기에 집을 비워달라는 문자를 받고 "내 인생은 이사에서 시작해 이사로 끝난 거 같다" "병원에 어머니가 있어 멀리 갈 수는 없어 월세가 싼 고양시로, 아니면 서울, 일산(으로 가야 하나)" 이렇게 생활고를 고민하던 와중에 생각해낸 것인데다가 '특급호텔' 운운도 자신의 신세에 대한 역설적이고 위악적인 표현이라는 것이다.

"예술이 존재할 공간이 없는 각박한 세상"이라는 한탄과 "최영미 시인은 자신이 도달한 극단을 타인들이 시인의 낭만으로 봐주기를 원한 듯 하지만, 지금 이 사회는 그만한 낭만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어 있다"고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태를 꼬집는 글들도 올라왔다. 또 "내가 호텔 사장이면 시인에게 방 하나 무상 장기임대해줄듯. 그것이 이 '곤궁한 유머'를 우아하게 마무리하는 방식이고 엄청난 홍보효과는 덤"이라는 무리없는 마무리를 제안하는 글도 있었다.

최영미 시인은 11일 최근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언론과) 인터뷰할 일 없다. 미안하다"며 더 이상의 말을 하지 않았다.

뉴스1

최영미 시인 페이스북 화면. 10일 오전 올린 게시글이다. © News1


ungaungae@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