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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충무공 연구할수록 매력 넘쳐 이순신 스토커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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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전문가 김한솔 PD

드라마 이어 영화 ‘귀선’ 만들기로

죽을 각오로 노저은 격군들 얘기

거북선 용머리의 비밀 그려내고

이순신 장군 새로운 공적 밝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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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솔 PD의 작업실은 임진왜란 자료들로 빼곡하다.[사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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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쌍둥이들은 아빠가 다큐멘터리 PD가 아니라, 거북선 만드는 사람인 줄 알아요. 하하하.”

KBS 다큐멘터리 PD 김한솔(37)씨는 임진왜란에 ‘미쳐있는’ 연출가다. 지난해 9월 방영된 5부작 드라마 ‘임진왜란 1592’(KBS 1TV)로 대박을 쳤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가미한 이 드라마는 뉴욕 Film&TV 페스티벌 금상 및 촬영상, 휴스턴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한국방송대상 대상 등 국내외 상을 휩쓸었다. 다큐 PD로서 히트 드라마를 만든 그가 또 다시 임진왜란 배경의 작품을 만든다. 제작비 150억원의 대작영화 ‘귀선(鬼船)’이다. 거북선을 뜻하지만, 거북 귀(龜)가 아닌 귀신 귀(鬼)자를 쓰는 점이 특이하다.

최근 서울 여의도의 작업실에서 만난 김 PD는 “살아돌아오는 걸 기약할 수 없는 배, 귀신이 돼서야 돌아올 수 있는 배”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주인공은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 승조원들이다. 특히 거북선의 빠른 기동을 위해 죽을 각오로 노를 저었던 격군들의 이야기가 집중 조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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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나왔던 거북선.[사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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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은 최하층민인 격군들도 소중히 생각했어요. 그가 완벽한 전투를 벌일 수 있었던 건 그런 민초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민초들과 이순신 장군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이순신을 보여줄 겁니다.”

그는 자료조사 과정에서 발굴한 이순신 장군의 새로운 전공(戰功)을 영화에서 공개한다고 했다. 거북선 용머리의 비밀스러운 용도와 구체적인 전술도 사실적으로 그린다는 계획이다.

김 PD가 거북선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 건, 지난 4월 미국 뉴욕 Film&TV 페스티벌에 참가했을 때다. 각국의 연출가들이 ‘임진왜란 1592’에 등장한 거북선에 큰 관심을 보였고, 상을 받은 유럽의 한 감독은 “감동적인 거북선을 작품 속에서 또 한 번 보고 싶다”고 했다. 그 순간 김 PD는 “거북선 영화를 만들어 거북선의 위대함을 서양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결심을 했고, 자신의 재능을 눈여겨본 영화제작자와 손잡으며 영화 프로젝트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영화는 내년 초 촬영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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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 나왔던 승조원들(아래)을 집중 조명한다. [사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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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간 줄곧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김 PD는 “새로 발견한 역사의 단초를 스토리텔링으로 확장하는 행위를 즐긴다”며 “근거있는 추론에 기반한 합리적이면서도 발칙한 상상으로 역사의 빈 공간을 채워가고 싶다”고 말했다. 뒤통수에 조총을 맞아 두개골에 구멍이 뚫린 채 2005년 발굴된 5세 아이의 유골을 기반으로 ‘임진왜란 1592’에서 만들어낸 소년 막둥이 캐릭터가 그런 예다. 그가 이토록 임진왜란과 이순신 장군에 천착하는 이유는 뭘까.

“지정학적 이유에서 우리는 아직도 임진왜란과 같은 비극을 겪고 있어요. 그런 비극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선 국난을 이겨낸 이순신 장군을 계속 연구해야 합니다. 그를 연구하면 할수록 참으로 매력적인 인물이란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이순신 스토커가 된 이유죠.”

그가 ‘귀선’의 차기작으로 구상 중인 작품도 이순신 장군이 주인공이다. 임진왜란 당시 바다에서 조세를 걷고, 과거시험을 시행하고, 농장을 개간하는 등 유토피아적 공동체를 만들었던 장군의 면모를 새로이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이순신 장군이 홍길동의 율도국 같은 공동체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어떤 이들은 이순신 얘기가 지겹다고 하지만, 정작 이순신 장군을 제대로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아요. 우리가 그를 더 많이 연구해야 할 이유입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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