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고지라 맡았던 '괴수 장인' 나카지마 하루오 사망
고지라 연기의 달인 나카지마 하루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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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고지라가 세상을 떠났다. 1954년 일본의 특수촬영(이하 특촬) 영화 '고지라'에 출연했던 1대 고지라 나카지마 하루오가 7일(현지시간)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향년 88세. 사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나카지마는 원조 고지라 배우로 유명하다. 1953년 개봉한 일본 영화 '태평양의 독수리'의 감독 혼다 이시로가 극중 온몸에 불을 붙이는 스턴트 연기를 선보였던 나카지마를 고지라 연기의 적역으로 눈여겨 봤다고 전해진다. 1954년 나카지마는 혼다 이시로의 차기작 '고지라'에서 핵실험으로 돌연변이가 된 괴물을 연기한다. 영화는 개봉관에서 961만명의 관객을 끌어들이는 등 큰 성공을 거뒀고 나카지마는 이후 18년동안 고지라 전문 배우로 활약했다.
1대 고지라는 인형복장 무게가 총 150kg에 달할 만큼 무거웠다. 주요 소재로는 가벼운 고무가 아닌 콘크리트를 썼다. 2차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에서 고무를 조달하기가 무척 어려웠기 때문이다. 인형복이 무거워 한번 넘어지면 혼자 힘으로 일어서기 힘들 정도였다. 그 속은 한증막처럼 더워서 들어갈 때마다 반드시 이마에 땀 수건을 둘러야했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나카지마는 자신의 배역에 무섭도록 몰입했다. 그는 동물원에서 코끼리와 곰, 고릴라 등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고지라만의 개성적인 움직임을 창조했다. 허리를 흔들어 괴수의 꼬리를 움직이는 건 그만이 할 수 있는 장기였다.
나카지마는 몸을 사리지 않은 연기로 목숨이 위태로울 때도 있었다. 워낙 연기가 격렬해 한번 영화를 찍고 나면 괴수 복장이 너덜너덜해졌다고 한다. 고지라 인형복은 머리쪽이 무겁기 때문에 물에 뛰어들면 머리부터 가라앉게 된다. 자칫하면 목숨이 위태로운데도 불구하고 나카지마는 고지라가 바다에 뛰어드는 장면을 찍을 때 제작진이 구조하기 전까지 물 속에서 숨을 참으며 대기했다고 한다. 영화 '킹콩 대 고지라'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할 때에는 킹콩을 끌어안고 바다에 빠지는 장면을 찍다가 물 속에서 기절해 익사 위기에 처한 적도 있다.
그는 고지라 뿐만 아니라 다른 괴수 역을 맡기도 했다. 익룡을 모티브로 한 괴수 '라돈' 역을 연기했을 때는 일본 최초로 본격적인 와이어 액션(줄에 매달려 허공을 날아다니는 동작)을 펼쳤다. 우리나라 TV에서도 방영된 '울트라맨'에서 그가 연기한 여러 괴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는 고지라의 대성공에 따라 TV판 괴수 영화가 넘쳐나자 "괴수들의 움직임이 너무 가볍다. 괴수 연기는 무거운 옷을 입고 가벼운 몸놀림을 보이는 게 관건"이라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렇듯 열성적으로 고지라에 몰입한 나카지마를 영화 제작진들은 무척 아꼈다. 감독들은 나카지마를 신뢰해 그의 연기에 개입하지 않았으며 제작진들은 새로운 고지라 시리즈를 만들 때 나카지마의 체형과 움직임을 세세하게 고려해 괴수 인형복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의 연기에 반한 건 일본 뿐만이 아니었다. 1967년 헐리우드 영화사가 "미국에 와서 킹콩 역을 맡아달라"고 러브콜을 보냈지만 특수촬영감독 츠부라야 에이지와의 의리 때문에 불발됐다.
나카지마는 1971년 영화사 토호와 전속계약이 끝난 후 토호 빌딩 옆건물 볼링센터에서 일했다. 이듬해인 1972년 한번더 고지라 역을 맡았다가 완전히 현역에서 물러났다. 그의 연기는 헐리우드를 비롯한 전세계 영화 속 괴수에 영향을 미쳤다. 나카지마 하루오에 대한 괴수 특촬물 팬들의 사랑은 유별나다. 세계 각국의 팬들은 그를 '미스터 고지라'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그는 미국 등 해외 팬 이벤트와 강연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집을 지었으며 2012년 미국 로스엔젤리스에서 시민영예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사망 소식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전세계 팬들이 추모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경제 티잼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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