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2 (수)

[Oh!커피 한 잔②] '파수꾼' 최무성 "배우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OSEN

[OSEN=유지혜 기자] “배우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연기와 인기의 순서가 바뀌는 순간, 배에 구멍이 나기 시작한다.”

‘팔색조’라는 단어가 너무 흔하게 쓰이는 요즘이지만, 최무성이란 배우를 표현할 때만큼은 팔색조보다 더 잘 어울리는 단어는 없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의 식인종 태주부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의 택이 아빠까지, 그의 필모그래피를 바라보면 이토록 극과 극이 있을 수 있을까 싶다.

최무성은 지난 11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파수꾼’에서는 사람보다 나라의 안정이 우선이라 생각하는 냉혹한 검사 윤승로로 열연을 펼쳤다. ‘응팔’ 택이 아빠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다소 낯설게 느껴질 만했다. 대중에게 따뜻한 이미지로 남은 김에, 좀 더 그걸 지키고 싶지 않았냐는 농담 섞인 질문에 최무성은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하면 윤승로를 맡지 말았어야지”라고 웃음을 지었다.

“좋은 이미지보다는 좋은 배우가 중요하지 않나. 물론 제 나이에 예쁘게 보이려는 마음은 없지만(웃음) 어느 정도 멋있게 보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다 있다. 하지만 배우로서 역할에 충실한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리얼하게 가야지. 개인적인 욕심은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욕심을 자제해야 한다? 그 말인 즉, 역할을 돋보이게 만들고, 잘 소화해야겠단 부담감이나 욕심마저 버려야 한다는 뜻일까. 최무성은 이에 “물론 배우가 역할을 맡으면 부담감을 안 느낄 수가 없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잘 해야겠다는 욕심이 많아질수록 연기라는 건 탁해질 수밖에 없다며 최무성은 “그렇기 때문에 마인드컨트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캐릭터를 향한 집중이 가장 중요하다. 내 욕심으로 캐릭터를 조종하고 싶지 않다. 그 인물로 살고 싶은 건데,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인물이 멋있게 보인다던가, 커보여야 한다던가 하는 사적인 욕심을 없애는 게 힘든들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 강렬한 연기를 하지만 연기가 붉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다. 볼트와 너트라고 한다면, 저는 주연이란 볼트를 받쳐주는 너트가 되어야 한다. 내 역할 안에서 창조하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다.”

OSEN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무성은 자신이 꼭 지키는 배우로서의 신조에 대해 “내 위치를 잘 지키자”라고 답했다. 전체를 보고 지휘를 하는 건 감독이고, 중심에서 좋은 장면을 뽑아내는 건 촬영감독이다. 그 포지션을 잃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게 최무성의 설명이었다. 그 선을 넘어가면 ‘공동작업’이 무너진다고 최무성은 강조했다. 연극 연출에도 잔뼈가 굵은 최무성이기에 더욱 연출과 배우, 주연과 조연의 경계를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듯 했다.

“연극 연출은 많이 했다. 본격적으로 연기와 연출은 32살부터, 영화와 드라마 출연은 35살부터 했다. 일을 꽤나 늦게 시작한 편이다. 20대 때에는 학교 다니느라 바빴고, 일본에도 4~5년 정도 있었다. 그러다 32살부터 극단활동을 시작한 건데, 그 후로는 꾸준히 일을 쉬지 않고 하고 있다. 매체 데뷔는 2005년 영화 ‘사과’로 했다. 첫 영화를 찍고 나서 ‘극장전’ ‘강적’ 등을 연달아 찍었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늦게 시작한 것치고 무난하게 흘러왔다.”

최무성은 꽤나 다작하는 편이지만, 이 바쁜 와중에도 1년 마다 한 번씩 연극을 연출하고 있다. 올해에는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연극을 재공연했다고. 신작도 준비하고 있다는 최무성은 연극에 대해 “어릴 때부터 한 일이라 생활과도 같다”고 말했다. 나름대로 연출을 하면서 후배들이 하고 싶은 걸 하게끔 만들어주는 일을 하고 싶어 연극을 꾸준히 하고 있단다.

“연극을 꾸준히 하는 건 책임감도 책임감이지만, 환기란 의미에서 내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힘들거나 하면 태어난 동네를 가보지 않냐. 저에게 그 태어난 동네가 연극이다. 뿌리를 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연극은 드라마를 만들거나 연기를 하는 것의 가장 바탕이 되는 것이니 더욱 그렇다. 1년에 한 편 씩은 꼭 하고 싶다.”

최무성에게 식상하지만 중요한 질문을 했다. 어떤 배우로 싶냐고 말이다. 그는 고민을 하다 “배우는 결과로 얘기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을 받고,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우에게는 그게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그런 최무성의 목표는 딱 하나였다. 바로 “후배들에게 존중받는 배우”가 되는 것.

“후배들이 나중에 날 기억할 때 ‘연기를 하는 것에 있어서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하면서, 인기에 편승하지 않고 좋은 배우가 되고자 노력했다’고 기억된다면 존중받는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양심적으로 좋은 연기를 하기 위해 노력한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영혼의 관통’을 하는 좋은 연기를 위해 계속 노력하는 게 배우이지 않나. 그렇게 하다보면 인기도 올라가게 된다. 연기와 인기의 순서가 바뀌면 안 된다. 그렇게 뒤바뀌는 순간 배에 구멍이 나기 시작한다. 그렇지 않아야 오래 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yjh0304@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