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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세계 1·2·3위와 한판… 아이스하키 '89년만의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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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올림픽 D-204

캐나다·러시아·스웨덴·핀란드… 한국이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아이스하키 최강국과 평가전

대표팀과 계약 연장한 백지선 감독

"강팀들이 방심한 틈 파고들어 깜짝 놀라게 할 자신있다"

19일 오전 서울 태릉빙상장 2층에 있는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라커룸은 전쟁터 같았다. "여기 좀 봐. 이 장면에서 균형을 잃었지? 퍽에서 한순간도 시선을 떼면 안 돼." "동료를 믿고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 혼자 욕심 내다 무너지면 팀 전체가 무너지는 거야. 오케이?"

4월 치른 세계선수권대회 경기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틀어놓고 플레이 하나하나를 지적하는 백지선 감독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40여분간 전략 미팅을 끝낸 선수들은 곧바로 얼음판으로 나섰다. 처음엔 가볍게 몸을 풀더니 실전처럼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2명, 3명이 콤비를 이뤄 공격을 펼치는 동안 퍽이 쉴 새 없이 오갔다.

조선일보

차가운 빙판에 서 있지만 땀이 그치지 않는다. 실전 같은 훈련 속에서 선수들은 올림픽에 대한 꿈을 키운다. 백지선(맨 왼쪽 아래)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19일 공개훈련(서울 태릉빙상장)에서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는 모습. 백 감독은“우리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껏 선수들에게‘올림픽 참가에 의미를 두자’는 말을 해본 적이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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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p speed!(더 빨리!)"

땀에 흠뻑 젖은 선수들의 스케이트가 느려지면 어김없이 백 감독의 호통이 빙상장에 울렸다. 실전을 방불케 한 이날 훈련에선 뜻밖의 부상자도 생겼다. 평소 습관성 탈구 증세로 고생하던 서영준이 거친 훈련 도중 왼쪽 어깨가 빠졌다. 서영준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훈련장을 빠져나갔다.

훈련을 끝낸 백 감독은 "우리 목표는 금메달을 따기 위해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게 목표가 아니라면 왜 올림픽에 나가겠느냐"고 단호하게 말했다. 대표팀은 그동안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전문 트레이너의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소화했고, 최근엔 빙판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베테랑 공격수 조민호는 배에 새겨진 단단한 복근을 툭툭 치면서 "200일밖에 남지 않았다니, 정말 올림픽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이날 오후 태릉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가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정몽원 협회장이 직접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그동안 엄두도 못 냈던 세계 최강국과 전초전을 벌여 맷집을 기르겠다는 '사생결단 프로젝트'였다.

조선일보

대표팀은 다음 주 체력 훈련을 마친 뒤 곧바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체코 프라하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11월부터는 대표 선수들이 소속팀을 떠나 풀타임 소집 훈련에 들어가고, 유럽에서 두 차례 친선 대회에 출전한다.

그중 12월 11일부터 17일까지 러시아에서 열리는 채널원컵 유로하키투어가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이 대회에서 한국이 마주칠 상대는 바로 올림픽 9회 우승 경력을 지닌 종주국 캐나다(1위)를 비롯해 러시아(2위) 스웨덴(3위) 핀란드(4위) 체코(6위)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지금까지 이들과 단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 대학생과 초등학생처럼 아예 상대가 안 되기 때문에 대결 기회조차 잡지 못했던 것이다. 이들 중 캐나다와 체코는 내년 2월 평창올림픽에서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해 있다.

'올림픽을 앞두고 이들에 대패당하면 오히려 사기가 크게 꺾이는 게 아니냐' '특히 캐나다엔 상대도 되지 않을 것'이란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백지선 감독은 이에 대해 "캐나다도 그렇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그 방심을 파고들어 깜짝 놀라게 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는 또 "평가전에서 크게 지더라도 좋다. 우리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만큼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여자 대표팀 역시 스웨덴(세계 5위), 스위스(6위) 프랑스(13위) 등을 상대하며 기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몽원 회장은 이날 미디어데이를 통해 재임 기간인 2020년까지 백지선 총감독, 사라 머레이 여자 대표팀 감독과 계약을 연장하기로 했다. 지금의 동력을 이어가 2022년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남녀 대표팀이 자력으로 따내겠다는 구상이 바탕에 깔려 있다. 정 회장은 이를 위해 ▲국군체육부대 상시 운영 ▲청소년 대표팀 경쟁력 강화 ▲여자 학교 및 실업팀 창단 등에 최선을 다할 뜻을 밝혔다.

정몽원 회장과 남녀 대표팀은 미디어데이 행사 후 단상에 올라 함께 소리 높여 구호를 외쳤다. "코리아 아이스하키! 원 바디(One body)!"

[강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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