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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fn★무비텔]‘리얼’은 의심할 수 없는 졸작,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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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지난 26일 언론에 공개, 28일 개봉까지 단 며칠 사이에 '리얼'에 대한 혹평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다. 작품 하나가 이토록 강하게 비난 받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기에 꽤나 재미난 상황이라며 뒷짐 지고 웃던 찰나, '그 일'이 발생했다. 주연배우 김수현이 VIP 시사회장에서 눈물을 보인 것인데, 이 또한 예상치 못한 일이라 좀 놀라웠다. 사실 배우가 무슨 죄가 있겠나. 1인 2역으로 엄청난 분량을 소화했고, 액션 연기에 온몸을 던졌으며, 파격 노출까지 감행했다. 군 입대 전 마지막 영화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한 김수현이다. 영화 곳곳에서 노력이 묻어나 안타까움이 배가된다.

그래서 '리얼'의 완성도를 차치하고라도 그나마 있는 장점들에 대해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불친절한 스토리에 대한 언급은 앞서 많은 매체를 통해 거론되었으므로 또 다시 들추지 않겠다. 우선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하는 건 '풍부한 볼거리'다. 폴란드 유명 퍼포먼스팀이 참여한 시에스타 쇼 장면은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하며 관객의 시선을 훔친다. 여성 댄서들이 나체에 가까운 모습으로 춤추는 장면이 여러번 나오는데, 형형색색의 조명과 어우러져 특별쇼를 관람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해외에 나가 댄스쇼를 관람할 때도 일정 비용을 지불하는데, 영화를 통해 이들의 잘 짜여진 퍼포먼스를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독특한 미장센과 공간도 '리얼'만의 특징이다. '올드보이', '달콤한 인생', '괴물', '설국열차' 등에 참여한 조민수 아트 슈퍼바이저가 남다른 감각으로 탄생시켰다. 카지노 홀과 펜트하우스, 장태영의 치료실 등은 화려하고 이색적인 매력을 뽐내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오프닝시퀀스는 이희복 크리에이티브 감독이 맡았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 '엑스맨:퍼스트 클래스', '이클립스' 등 쟁쟁한 할리우드 작품들의 오프닝 시퀀스를 담당했던 인물이다. '리얼'이 타작품과의 차별화를 꾀하며 제작진을 꾸리는데도 고심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느와르 영화라 하면, 대부분 어두운 색감으로만 진행이 되는데 반해 '리얼'은 쨍한 컬러들을 다양하게 사용해 기존의 틀을 깼다. 컬러와 조명 표현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건 장태영(김수현 분)의 카지노 시에스타의 퍼블릭홀인데, 조명 셋팅에만 15일이 소요됐다. 시에스타 외관은 3천개가 넘는 작은 전구를 사용해 화려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을 완성했다.

김수현의 1인 2역 연기도 칭찬할 만하다. 전체 111회차 촬영 중 무려 101회차 촬영에 참여한 김수현은 그 어느 때보다 고단한 촬영을 견뎌내야 했을 터다. 김수현과 대역배우가 서로 위치를 바꿔 두 번씩 촬영을 진행해야 했고 대사는 물론 동작까지 최소 두 번 이상 진행하며, 또 그것이 모두 일치해야 했기 때문에 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게 분명하다. 김수현은 대역배우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합을 선보여야 했기에 사소한 동작과 움직이는 타이밍까지 디테일하게 합을 맞췄다는 후문이다.

아이돌 출신 설리와 신인 연기자 한지은의 노출을 불사한 연기 열정도 그냥 묻히기엔 아까운 요소다. 어수선하고 기괴한 스토리나 캐릭터의 힘이 약한 것은 배우의 잘못은 아니다. 두 여배우는 자신이 맡은 역할에 몰입해 최선을 다한 연기를 보여줬다. 이들은 서로 다른 장태영(김수현 분)과 베드신을 선보이는데 과감한 연기로 앞으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또 한 가지, '리얼'이 논란을 낳은 건 '카메오 사용의 나쁜 예'를 정면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스타들이 카메오로 참여했지만 아무리 집중해서 봐도 이들을 찾기가 너무나 어렵다. 문신을 하고 담배를 문 채 등장한 수지는 그나마 발견하기가 쉽다. 하지만 다른 배우들은 통편집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찾아보기가 힘들다.

생각을 조금 달리 해보자. 카메오는 말 그대로 카메오일 뿐, 영화가 특별출연에 지나치게 기대어 가는 것도 반길 일은 아니다. 스케줄도 바쁠 스타들을 굳이 왜 출연시켰는지는 모르겠으나, 영화에서 코빼기도 비추지 않는 것에 대해 당사자들이 불쾌하지 않았다면 관객 입장에서 크게 논할 문제는 아니다. 카메오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감독의 의지 정도로 해석하고 싶다.

uu84_star@fnnews.com fn스타 유수경 기자 사진=코브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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