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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기획된 걸그룹은 따라올 수 없는 '걸크러시' 마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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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차트 1위

한국일보

그룹 마마무는 신곡 '나로 말할 것 같으면'으로 외모로 눈치 보지 않는 여성의 주체성을 노래한다. 최지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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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아서 화장을 옅게 하고, ‘V라인’보단 동그란 얼굴이 좋단다. 그룹 마마무의 새 앨범 ‘퍼플’의 타이틀곡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속 여성은 ‘한국남자’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노출도 남이 아닌 내 필요 여부에 따라 정한다. 게을러서 뚱뚱한 게 아니다. 마마무는 ‘눈치 보지마, 네가 바로 보그(Vogue ㆍ유명 패션지)’라며 움츠러든 여성을 다독인다.

여성의 막힌 속을 확 뚫어주는 청량 음료 같은 가사에 노래도 인기다. 지난 22일 공개된 ‘나로 말할 것 같으면’은 26일까지 5일 연속 멜론 등 주요 음악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멜론에 따르면 공개 당일 94만 여 사용자가 이 곡을 들었다. 그룹 원더걸스가 해체 전인 지난해 7월 마지막으로 낸 앨범 타이틀곡 ‘와이 쏘 론리’로 세운 89만 여 명을 뛰어 넘는 수치로, 지난 2년 동안 걸그룹이 낸 노래 가운데 최고 기록이다.

걸그룹 지형도에서 마마무의 위치는 독특하다. 솔라, 문별, 휘인, 화사 네 명으로 이뤄진 마마무는 청순과 섹시함 대신 진취적인 여성성을 내세워 주목 받는다. ‘강한 여성’ 3연작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마마무는 ‘미스터 애매모호’에서 소극적인 남성에 일격을 날리고, ‘1㎝의 자존심’으로 하이힐에 집착하는 이들에 ‘이럴 시간 있음 다른 거나 고민해’라고 쏘아 붙인다. 일상과 연애에서 주체적인 이들에게 남성은 ‘예쁜’(‘넌 이즈 뭔들’) 존재다. 마마무는 뮤직비디오에서 남장(‘음오아예’)을 하며 여성과 남성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기도 한다. 이 개성을 바탕으로 마마무는 탄탄한 라이브 실력을 내세워 팬층을 넓혔다. 대학 축제 등을 하는 공연기획사 메르센엔터테인먼트의 김재형 대표는 “마마무는 대학축제에서 라이브로 노래하는 유일한 걸그룹”이라며 “그래서 학생들이 많이 찾고, 특히 여대생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의무적으로 여성성을 보여주려 했던 기존 걸그룹과 달리 개성을 앞세워 금기를 깬”(김윤하 음악평론가) 덕이 크다.

소비되는 방식도 남다르다. 문별은 일부 팬들에 ‘문보수’라 불린다. 문별이 멤버들의 노출에 신경을 쓴다고 해 붙여진 별명이다. 유행과 화사함의 첨단을 달려야 할 것 같은 20대 걸그룹은 ‘보수’와 ‘남장’까지 ‘입덕’(팬이 됨) 포인트로 소화한다. 진취적인 여성들만 공략해선 보편적 인기를 얻을 수 없다. 마마무는 신작에서 ‘아재개그’란 노래로 중년까지 아우르며 외연을 넓히고 있다.

운이 좋아 따라온 성과가 아니다. 2014년에 데뷔한 마마무는 앨범에 실린 곡 80% 이상을 직접 작사한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내놓을 수 있는 건 연습생 때부터 습관이 들어서다. 마마무는 소속사에서 짜준 캐릭터 대로 음악을 익히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색을 찾았다. 남성 작곡가 프라이머리가 만들고 가수 자이언티 등이 부른 ‘물음표’를 여성 그룹이 부를 수 있도록 편곡한 뒤, 분위기에 맞는 춤과 의상까지 직접 제작하는 식이다. 마마무의 소속사 RBW의 김도훈 대표는 “개성은 우러나와야 하는 것이라 데뷔 전 멤버들의 자기 주도형 연습에 주력했다”며 “회사에서 맞춰준 색깔 대로 나왔다면 지금처럼 자유롭게 뛰놀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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