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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팝업리뷰]'나쁜자석' 슬프지만 아름답고, 아련하지만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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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헤럴드POP=김은정 기자]"꽃잎으로 가득한 하늘, 용바위 위에서 다시 만난 네 명의 친구들. 공기는 달콤하고 빨갛고, 파랗고 노랗습니다."

지난 3월 5일부터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된 연극 '나쁜자석'이 5월 28일 마지막 무대를 펼쳤다. 연극 '나쁜자석'(연출 추민주·작곡 조윤정)은 영국과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인 더글라스 맥스웰(Douglas Maxwell)의 'Our bad magnet'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사람을 어떻게 기억하고, 그 기억이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며, 우리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될 것인지에 대해 감각적으로 다뤘다.

2005년 국내 초연 이후, 2013년 대학로에 자석 신드롬을 일으켰던 연극 '나쁜자석'은 관객들의 전폭적인 성원에 힘입어 3년 만에 돌아았다. 대학로에서 주목받는 배우들로 이뤄진 최강 라인업, 프레이저 역 박은석·박강현·이창엽, 고든 역 문태유·송광일·오승훈, 폴 역 안재영·배두훈·손유동, 앨런 역 강정우·우찬·최용식,은 개막 전부터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3월 16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추민주 연출은 이번 시즌의 특징에 대해 "배우들이 젊어졌다"고 말하며 "넘쳐나는 힘, 내면의 힘이 나오는 순간을 연습실과 무대 위에서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은 거칠게'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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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자석'에는 네 친구들이 등장한다. 어린 시절 동네 무리의 대장 격이었던 프레이저, 복화술사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 글 쓰는 감각은 탁월하지만 사회 부적응적 성향을 가진 고든, 프레이저를 가장 따랐던 아이지만 성장 후 마찰을 겪는 폴, 누구보다 착하지만 내면적으로 외로운 앨런. 스코틀랜드 남서 해안에 있는 작은 마을 거반(Girvan)에서 함께 자란 프레이저, 폴, 앨런은 전학 온 후 겉도는 고든을 무리에 끼워준다.

아홉 살의 네 친구는 누구보다 순수하고 예쁜 모습이다. 자신들의 소중한 물건을 타임캡슐에 묻으며 놀던 그들은 고든이 쓴 '하늘정원' 동화를 듣게 된다. 프레이저는 고든의 동화에 감동을 받고 그를 자신만의 비밀장소인 페교에 초대한다. 고든은 그곳에서 복화술사인 아버지, 아버지의 인형인 ‘휴고’에 대해 프레이저에게 털어놓고, 프레이저는 고든의 오랜 슬픔과 분노를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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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살이 된 프레이저, 고든, 폴, 앨런은 밴드를 결성하여 스타를 꿈꾼다. 그러나 음악적 성향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든을 밴드에서 탈퇴시키자는 의견이 나오고, 앨런이 먼저 그 말을 고든에게 전한다. 폐교로 돌아갈 때가 됐다는 말을 남긴 채 떠난 고든을 따라갔지만, 폐교는 큰 폭발음과 함께 엄청난 불에 휩싸인다. 고든의 장례식 이후 프레이저는 밴드에서 탈퇴, 세 친구는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스물 아홉 살, 남은 세 친구는 10년 만에 재회한다. 출판사에 근무하는 폴은 그동안 고든의 동화를 출판해왔는데 어느 정도 인기를 끌자 전 세계적으로 출판할 계획을 세운다. 이에 폴은 인세를 나누는 방법 등을 논의하고자 하고, 엔지니어로 일하는 앨런 역시 폴과 프레이저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고 말한다. 고든이 죽은 후 혼란기를 겪으며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프레이저는 두 친구와의 만남에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다.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프레이저, 폴, 앨런의 만남은 그들을 과거로 데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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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나쁜자석'은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는 플래시백 기법을 사용해 인물들이 9세, 19세, 29세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유년 시절의 비밀과 기억을 현실과 동화를 통해 이야기한다. 특히 극 중 중 형식으로 등장하는 동화 '하늘정원'과 '나쁜자석'은 인간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며 현실 속 인물들의 심리상태를 아름답고 슬프게 표현해낸다.

시공간 표현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조명과 소품을 활용한 무대는 작품의 신비로우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탁월한 역할을 했다. 특히 네 친구의 어린 시절 기억이 가득한 용바위 언덕, 낡은 의자와 바닥이 인상적인 폐교, 푸른 하늘과 바다를 아련하게 나타낸 무대 디자인은 스코틀랜드 '거반'이라는 배경이 주는 거리감과 정서적 이질감을 최소화하며 배우의 연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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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장면을 장식하는 아름다운 꽃비는 아련한 마지막을 선사한다. 꽃비를 맞으며 눈물짓는 배우들의 모습과 용바위 위에서 다시 만나는 네 친구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조금 슬프지만 예쁜 동화를 본 기분이 든다. 그러나 상징성 짙은 스토리와 20년이란 시간을 오가는 과거 회상 기법은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생각의 여지를 남기며 다소 어렵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너무나 특별했던 네 소년의 성장사 혹은 극 중 표현되는 동화를 보며 각자 느껴지는 공허함이나 외로움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것이 인간관계 일 수도 있고, 캐릭터의 성향일 수도 있고,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할 수도 있다. 그 하나의 공감은 작품이 가진 다소 난해한 개연성을 넘어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사진 제공=악어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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