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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팝업리뷰]"꿈만 꾸지 말고 즐겨라"…'록키호러쇼' 관객 적극적 참여가 재미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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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사진=알앤디웍스)


[헤럴드POP=김은정 기자]"꿈만 꾸지 말고, 즐겨라!"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티켓을 쥐고 이렇게 두근거린 작품도 없을 것이다.

9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록키호러쇼'가 26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베일을 벗었다. 뮤지컬 '록키호러쇼'는 배우이자 작곡가였던 리처드 오브라이언(Richard O'Brien)과 연출가 짐 샤먼(Jim Shaman)에 의해 1973년 탄생된 뮤지컬이다. 이후 1974년 20세기 폭스사에서 '록키 호러 픽쳐쇼'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제작, 현재까지도 수많은 마니아들에게 사랑 받는 작품이다. 스토리는 자동차 고장으로 낯선 성을 방문하게 된 브래드와 자넷이 프랑큰 퍼터 박사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양성 과학자, 외계인, 인조인간 등 예사롭지 않은 캐릭터가 등장하고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록키호러쇼'는 기존 질서와 도덕관념에 도전하는 난해함이 강한 인상을 남기며 젊은 관객층에게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상식을 벗어나는 스토리, 화려한 비주얼과 파격적인 무대는 '록키호러쇼'를 보고 싶어지도록 만드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9년 만에 돌아온 '록키호러쇼'의 첫 공연을 놓칠 수 없게 한 것은 바로 '관객 참여 콘셉트'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제작사 알앤디웍스 측은 '록키호러쇼' 개막 전부터 적극적으로 관객 참여를 유도했다. 씨네클럽을 개최해 스토리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고, 쇼케이스를 열어 흥겨운 무대를 함께 즐기는 재미를 맛보게 했다. 더불어 무대 캐릭터인 자넷-브래드와 함께 비를 피하고, 브래드를 위로하기 위해 무대 위로 빵을 던지고, 객석에서 타임워프 댄스를 함께 추는 것 등 공연장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요소들을 일찍부터 공개하며 관객이 작품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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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알앤디웍스)


그래서였는지 '록키호러쇼' 공연장의 분위기는 살짝 상기된 분위기였다. 작품의 콘셉트에 맞춰 의상을 입은 관객도 있었고, 관객 참여를 걱정하는 관객도 보였다. 아무 정보가 없었던 첫 공연 날은 특히 공연 시작 전까지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 이어졌다. 입장이 가까워져 오자 블랙톤의 의상을 입고 강렬한 분장을 마친 남자 팬텀들이 블로우 아웃을 불며 나타났다. 살짝 긴장감이 감돌던 로비는 순식간에 들썩이는 분위기가 됐고, 핸드폰으로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비를 피하기 위한 월간 록키를 한 장 챙겨 공연장에 입장하자 그곳은 이미 프랑큰 퍼터의 성이었다. 진한 스모키 화장을 하고 관객과 눈을 맞추며 기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여자 팬텀들은 여기저기 관객석을 누볐다. 공연 시작 전부터 형성된 오묘하게 어수선한 분위기는 프랑큰 박사의 파티를 즐기기 딱 좋은 기분으로 관객을 인도하며 새로운 관람 문화를 느끼게 했다.

15분의 인터미션을 포함한 130분 간의 공연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영화 캐릭터를 충실하게 재연해낸 배우들은 인물의 개성과 자신의 특성을 조합해 첫 공연부터 완전체의 캐릭터를 구현해냈다. 자넷과 브래드 역의 최수진, 고은성은 외화 특유의 더빙 말투를 사용했다. 그 인위적인 대사 톤은 그들이 드러내야 할 너드(nerd)함을 잘 부각시키며 연신 웃음을 자아냈다. 게다가 프랑큰 퍼터 성에 입성해서 줄곧 속옷만 입고 있는 두 사람은 무대 곳곳에서 선보인 깨알 연기로 시선을 끌며 단연 엉뚱하고도 사랑스러운 커플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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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고훈정 인스타그램)


리프라프 역의 고훈정은 사전 공개된 캐릭터 포스터와 다른 파격적인 변신을 선보였다. 영화 속 리프라프는 등이 굽고, 앞머리가 휑하고 뒷머리는 긴 독보적인 비주얼을 자랑한다. 이에 관객들은 출중한 외모의 배우 고훈정, 김찬호(더블 캐스팅)가 어떻게 이 역할을 소화할 것인지에 관해 두려운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었다. 쇼케이스까지 빛나는 외모를 자랑했던 고훈정은 이마가 넓고 자세가 삐뚤어진 무표정의 리프라프로 분해 충격과 동시에 웃음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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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알앤디웍스)


관객의 가장 큰 환호를 받은 두 배우는 프랑큰 퍼터 역의 송용진과 내레이터 역의 조남희다. '헤드윅 장인'이라 불리는 송용진은 이번 '록키호러쇼'가 9년 만에 돌아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배우이기도 하다. 그가 마이클 리, 조형균(트리플 캐스팅)에 한발 앞서 선보인 프랑큰 퍼터는 붉은 섹시함과 팔불출 끼가 매력적인 인물로 부각됐다. 첫 등장부터 관객의 박수와 환호를 받은 송용진은 레드 코르셋과 블랙 마이크로 숏팬츠, 그리고 가터벨트, 망사 스타킹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파격적인 그의 의상을 보고 있으면 역시 노골적인 섹슈얼리티와 파격적인 과감함이 낯설다고 생각되지만, 곧 황금빛 숏팬츠만 입은 록키의 등장과 더불어 일명 '병맛 스토리'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의상에서 느껴지는 충격은 곧 익숙해진다.

제법 '록키호러쇼'의 B급 컬트 문화에 익숙해져 갈 때쯤 다시 한번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인물은 다름 아닌 조남희다. 속옷만 입거나 가터벨트를 한 인간·외계인 틈에서 단정하게 슈트를 입고 정상적으로 관객과 마주하는 단 한 명의 인물이었던 내레이터는 극 말미에 극강의 섹시미를 자랑하며 '록키호러쇼'의 일원임을 드러냈다. 그의 모습에 관객은 멈출 줄 모르는 박수와 함성을 보냈고, 관객 성원은 조남희가 '대사하게 쉿'이라는 모션을 취할 때까지 끝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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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알앤디웍스)


배우들의 열연에 지칠 줄 모르는 관객의 박수와 웃음소리, 스토리의 파격성과 그 안에 숨겨진 메시지 그리고 코미디. 모든 것이 완벽했지만 역시 첫 공연의 아쉬움은 남았다. 단단히 마음의 준비와 즐길 준비를 한 관객들이 아쉽게도 타임워프 댄스를 추는 타이밍이나, 구입한 MD로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순간을 놓쳐서 그 시간이 그냥 흘러가 버린 것이다. 커튼콜에서 송용진은 "여러분이 '타임워프 댄스' 출 때 모두 일어나실 줄 알았다"고 아쉬운 마음을 전하며 "이제 '록키호러쇼'의 버진이 아니니까 다음에 오시면 꼭 일어나 달라"고 말했다. 관객도 함께 느낀 그 아쉬움은 커튼콜에서 신나게 춤추고 즐기며 해소, 다음을 기약했다.

'객석에 비가 내린다' '춤을 함께 춰야 한다'는 사전 공지에, 티켓을 손에 쥐고도 이렇게 공연장에 들어서며 두근거린 작품은 없었다. 뮤지컬 '록키호러쇼'는 '관객 참여 콘셉트'로 공연을 만나기 전까지 기대 속 설렘을 선사하고, 공연장에서는 두근거림을 준다. 공연을 보는 동안에는 두뇌를 마비시키는 듯한 놀라움과 웃음으로 프랑큰 퍼터 성의 일원이 된 즐거움을 만끽한 관객들은, 2시간 후 공연장을 나서며 정체를 알 수 없는 해피 바이러스에 중독된 채 집으로 향한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이 남긴 후기를 살펴보면 'ㅋㅋㅋ'가 빠지지 않고, 가끔 '무슨 내용인지 잘은 몰라도 즐거웠다'는 반응도 있다. 난해한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고민하거나, 공연의 일부가 되어 참여하는데 두려워하지 말라. 일단 만나보면 알 수 있다. B급 컬트문화와 매니아 층을 성립한 '록키호러쇼'의 매력은 관객이 참여했을 때 배가 된다는 것을.

오는 8월 6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록키호러쇼'에는 프랑큰 퍼터 역 마이클리·송용진·조형균, 자넷 와이즈 역 최수진·김다혜·이지수, 브래드 메이저스 역 박영수·백형훈·고은성, 마젠타 역 김영주·서문탁·리사, 리프라프 역 김찬호·고훈정, 콜롬비아 역 전예지, 스캇박사 및 에디 역 지혜근, 나레이터 역 조남희, 록키 호러 역 최관희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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