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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중국으로 간 한국 축구사령탑… 시련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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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최용수 장쑤 쑤닝 감독. 장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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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프로축구 슈퍼리그(1부)는 ‘감독의 무덤’이다. 거액의 연봉을 앞세워 온갖 유혹을 펼치지만 막상 원하는 성적이 안 나면 가차 없이 자른다. 계약서가 엄연히 있지만 휴지조각인 경우가 많다.

중국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던 한국인 사령탑들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달 말 최용수(46) 장쑤 쑤닝 감독이 물러날 거란 현지 보도가 나온 데 이어 지난 5일에는 이장수(56) 창춘 야타이 감독이 공식 경질됐다. 슈퍼리그는 아니지만 갑급 리그(2부)의 홍명보(48) 감독도 항저우 그린타운 지휘봉을 내려놓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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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항저우 그린타운 감독. 항저우 웨이보


가장 큰 원인은 성적 부진이다. 이장수 감독은 지난 해 5월 최하위였던 창춘에 부임해 팀을 1부에 잔류시켰지만 올해 경질될 때 성적은 1무4패(승점 1)로 최하위였다. 지난 시즌 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최용수 감독도 정규리그 초반 2무4패에 그치자 바로 경질설이 터졌다. 최 감독의 경우 당시 팀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고, 그룹 회장이 직접 재신임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장쑤는 지금도 1승4무5패(승점 7)로 최하위다. 최 감독은 챔피언스리그에서 반전을 노려야 한다. 장쑤는 지난 24일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상하이 SIPG에 1-2로 패해 안방 2차전에서 역전이 절실하다.

홍 감독의 항저우는 지난해 슈퍼리그에서 15위에 그쳐 갑급 리그로 떨어졌다. 홍 감독이 강등의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으로 보였지만 구단은 젊은 선수를 계속 잘 육성해 달라며 유임시켰다. 그러나 항저우는 올해도 4승2무4패(승점 14)로 16팀 중 10위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올 시즌을 앞두고 교체된 구단 수뇌부가 선수 운용에 지나치게 개입해 홍 감독과 갈등을 빚었던 걸로 전해졌다.

나머지 감독지도자들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박태하(49) 감독이 이끄는 옌볜 푸더는 장쑤 바로 위 16위다. 장외룡(58) 감독의 충칭 리판은 10위로 그나마 낫지만 상황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불행 중 다행’인 건 한국인 사령탑들이 계약기간을 다 못 채우고 나와도 빈손으로 돌아오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이다.

중국 구단들은 감독과 계약서에 6개월 단위로 원하는 성적을 못 낼 경우 경질할 수 있다는 이른바 ‘독소조항’을 꼭 넣는다. 이 경우 잔여 연봉의 30~50%만 지급한다는 옵션도 포함된다. 유럽, 남미 출신 명장도 예외가 없다. 하지만 최용수, 홍명보 감독은 독소조항을 삭제한 뒤 사인했다. 이장수 감독도 중국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지도자라 호락호락 손해만 보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슈퍼리그에서 뛰는 한국인 선수들이 외국인 쿼터 축소로 직격탄을 받은 상황에서 지도자들마저 자리가 위태로운 건 씁쓸한 현실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h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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