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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축구] 신태용호, '질 것 진 것'에 그치면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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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26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주경기장에서 열린 U-20 축구 국가대표와 전북현대의 경기 하프타임 중 신태용 U-20축구국가대표 감독과 이승우가 전반전 경기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2017.4.26/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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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흔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고 시련은 달라질 내일을 위한 좋은 약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냥 실패한 것이 무조건 다음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계속 쓴 소리를 들어도 '쇠귀에 경일기'가 될 수 있다.

오는 5월20일 개막하는 'FIFA U-20 월드컵 코리아'에 출전할 신태용호가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현대와의 연습경기에서 0-3으로 졌다. 스코어는 더 벌어질 수 있었던 내용이다.

이 경기는 U-20 대표팀을 이끄는 신태용 감독이 전북 최강희 감독에게 직접 부탁해 성사된 경기다. 전북은 지난 주말 K리그 클래식 경기를 뛰었고 다가오는 주말 또 리그 경기에 임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전에 가까운 멤버들을 내보냈다. 에두, 에델, 김보경, 최철순, 정혁, 조성환 등이 선발로 나섰고 후반에는 이동국도 투입됐다. 성심성의껏 스파링 파트너의 소임을 다했다.

전북은 K리그를 대표하는 강호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을 정도로 나라 밖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클럽이다. 그런 팀을 상대로 아주 귀한 경험을 했다. 전력 차이는 제법 컸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두 팀은 서로 우왕좌왕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동생들의 어수선함에 형님들도 함께 정신 없었다. 하지만 전북은 이내 전열을 정비했고, 이후 한수 가르쳐줬다. 덕분에 동생들도 '다른 레벨'을 경험할 수 있었다.

'수준 차이'는 신태용 감독이 이 경기를 추진한 핵심 이유다. 신 감독은 "본선에 오르는 좋은 팀들은 전북 같은 경기력을 발휘할 것"이라면서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다. 허점들도 많이 나올 것이다. 그것을 발견해 본선 때까지 보완하려 하는 것이 이 경기를 마련한 이유"라는 뜻을 전했다. 결과적으로 신 감독의 바람은 이뤄졌다.

전북 선수들은 모든 것이 앞섰다. 선수들 개개인의 힘과 스피드, 제공권과 스킬 등 기본적인 전투력이 달랐다. 조직적인 움직임도 비교하기 힘들었다. U-20 대표팀 동생들은 그 정도의 강한 압박을 실전에서 경험한 적이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신태용호 선수들의 표정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질 수 있는 팀에게 지고 있다'라는 느낌이 있었다. 때문에 즐긴 채 도전했다. 이는 바람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주의가 필요하다.

전북은 질 수도 있는 팀이지만, 당연히 져야할 팀은 아니다. 본선에서도 우리가 리드를 당할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 그때 무엇을 어떻게 바꿔 극복할 수 있는지 느꼈어야한다. 학창시절 선생님들에게 들은 지긋지긋한 말이 있을 것이다. 모의고사는 몇 점을 받았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맞은 문제 자랑보다 틀린 문제를 눈여겨 봐야한다.

신태용호의 어린 선수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꽤 적응해 나갔다. 칭찬해야할 부분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에 으쓱할 일도 아니다. "아시아 챔피언 형들에게도 좀 통했어"라는 뿌듯함은, 전혀 버려할 것은 아니되 조금만 가져야한다.

전북과의 경기는 '우리가 질 것'이라는 마음가짐이 어느 정도는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밀리면 덜 당황스럽다. 하지만 본선에서는 똑같은 상황 전개가 벌어지지 않는다.

현명한 신태용 감독이 아직은 어린 선수들에게 정확하게 이 경기의 포인트를 짚어줄 필요가 있다. 그냥 '센 팀이랑 붙어서 졌던 기억'으로 그치면, 전북이 희생한 의미가 사라진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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