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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꽃길' 말고 '노력길'…임시완이 겪은 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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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연기가 스스로를 갉아 먹은 적 있었다"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노컷뉴스

(사진=NEW 제공)


주연으로만 달려온 외길. '꽃길'만 걸었을 것 같은 그의 배우 생활도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이제 막 홀로서기에 나선 배우 임시완의 이야기다.

자로 잰 듯한 바른 이미지의 청년은 이제 제법 여유를 가지고 인터뷰에 임했다. 2년 전 영화 '오빠 생각' 인터뷰 당시까지 느껴졌던 수줍은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성장하고 또 성장하는 것. 임시완은 그 중에서도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성장해 온 20대 배우 중 한 명이다. 누구에게나 성장통이 없을 수는 없다. '요즘엔 칭찬이 그렇게 좋다'며 넉살 좋게 말을 했지만 연기가 고통이었던 순간 역시 있었다.

영화 '원라인' 속 그가 사기 하나는 기막힌 실업 청년이어서일까. 임시완은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삶을 풍성한 이야기로 전했다. 다음은 임시완과의 일문일답.

▶ 바른 청년, 임시완이 확 달라졌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 처음에는 내가 갖고 있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가자고 했다. 변신을 꾀했는지 안했는지 착각할 정도로.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모습이 사기를 위한 연기였더라. 그게 감독님의 의도였다. 예전에는 내가 어떤 특정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떤 작품을 만나느냐에 따라 성격이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내 성격을 결정짓지 못하겠다. 어쨌든 이전 작품에 비해서는 많이 밝아졌다.

▶ 꽤 이른 나이에 주연이 됐고, 또 그만큼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 왔다. 주변의 평가에 대해 그래도 신경을 쓰는 편인지?

-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주조연에 대한 감이 없었다. 왜냐하면 '해를 품은 달' 당시에 감독님이 아역들을 모아 놓고 '너희는 너희만의 몸이 아니다. 주연이기 때문에 몸 관리를 잘해야 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웃음) 이번 작품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도 감독님이 처음부터 칭찬을 어마무시하게 했다. 거기에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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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NEW 제공)


▶ 작품 선택의 결정적 이유가 될 정도면 칭찬을 굉장히 좋아하나 보다.

- 칭찬을 많이 해주는 게 좋은 것 같다. 쑥스럽긴 한데 기분은 좋다. 처음에 날 만났을
때 감독님이 해외 유명 배우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칭찬을 해주셨다. 물론 정말 쑥스러울 때도 있다. 나와 일면식도 없는 분 앞에서 감독님이 너무 거리낌없이 칭찬할 때? (웃음) 잘해야 본전인데 너무 기대치가 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 '대출 사기'에 관한 이야긴데 실제로 돈을 대출해보거나, 혹은 금전적 어려움에 대출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 은행에서 큰 돈을 대출 받은 적이 있다. 어떻게 보면 처음 제 명의로 대출도 받아 보고 사회 생활을 경험해 본 거다. 대출 받는 순간에는 살이 떨리더라. 걱정이 되기도 하고. 대부업에서 돈을 빌리는 것은 결국 선택이지만 이율이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절대 대부업에는 관심도 가지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악순환의 연결 고리 속에 들어가는 계기가 될 것 같다.

▶ 지금 촬영 중인 드라마에서는 왕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연기에 있어서도 많이 진급한 것 같나?

- 연기는 여전히 계약직이다. 매 작품마다 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계약직이다. 어차피 3개월 뒤면 내려와야 되는 왕이다. 이번 영화는 다들 너무 잘하더라. 그 중에 구멍은 나였기 때문에 보기 불편했다. (웃음)

▶ 어쨌든 형들과 또래들이 함께 한 작업인데 술자리는 많이 가졌나?

- 진구 형이 얼마든지 술을 사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함께 촬영을 재미있게 해보자는 기쁜 마음에 촬영에 임했는데 중간에 '태양의 후예'가 너무 잘 된 거다. 광고가 붙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진구 형이 술과 멀어지게 됐다. 배신감을 느꼈지만 지금은 관계가 원만히 해결됐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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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쯤되면 주량이 궁금하다. 아무래도 선배들과 자주 마실텐데 거절하기 어려워 취한 적은 없었나?

- 소주 두 병 정도는 괜찮다. 많이는 마시지 않고 자주 마신다. 먹고 죽자는 좋아하지 않는다. 아! 김홍파 선생님과 대본 리딩하고 술을 마신 적이 있었다. 선생님은 편하게 마시라고 하는데, 뭔가 그렇게 마시면 안될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그걸 따라가다가 그 날은 정말 죽을 뻔했다. 주종까지 초월하고 정말 장난 아닌 분이시다. 다시는 선생님 앞에서 술을 마시고 싶다거나 잘 마신다거나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 걸로….

▶ 사실 송강호 등 굉장히 굵직한 선배들과 함께 작업을 많이 해왔다. 그런 작업에서는 어려움을 겪었을 것 같기도 한데.

- 나는 선배 복이 정말 많다. 단 한 번도 선배들에게 내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그런 고민을 해본 적도 없었다. 영화 '변호인'할 때 송강호 선배한테 혼났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그건 무슨 욕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애정이 없으면 나올 수 없는 충고를 받았고, 그게 피가 되고 살이 되고 감사하다고 느낀다. 지금도 항상 연락 드리고 전화 드리면 너무 반갑게 받아주신다.

▶ 인터뷰를 하면서 성격이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 훨씬 더 쾌활해지고, 여유로워졌다. '원라인'을 기점으로 연기에 있어서도 변화한 것이 있을까?

- 처음으로 연기 스타일을 바꿔봤다. 이전에는 대본을 엄청나게 깊이 보고, 밑그림에
색칠까지 다 했다. 미장센까지 다 넣었다. 그리고 그 그림을 그대로 현장에 가져갔다. 이번에는 밑그림만 그리고 현장에서 순발력있게 색칠을 해보자고 생각했다. 후자가 더 마음에 든다.

▶ 그렇게 스타일을 바꾼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한데.

- 연기하는 과정이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큰 그림을 완벽하게 그려갔는데 현장이 바뀌면 너무 당황스럽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그렇다 보니 스스로를 너무 갉아 먹게 되더라. 과정도 즐겁게 촬영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바꿔봤다. 이제는 완벽하게 준비해서 가지 않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또 다른 그림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즐거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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