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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9 (일)

[리뷰] '어떻게 사랑해야 하나요?'…연극 '미친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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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종환 기자 = 어긋난 사랑과 파멸을 그린 연극 '미친키스'가 공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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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연출가 조광화의 대표작 중 하나로, 지난 1998년 초연 이후 2007년,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재연됐다. 조광화의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선보이는 작품은 19세 이상만 관람이 가능하다.

[공읽남] 어떻게 사랑해야 하나요…연극 '미친키스' [통통TV]


미성년자 관람 불가 등급이라는 점을 강조하듯 한 쌍의 남녀가 무대 위에서 관계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시나리오 작가 '장정'과 그와 결혼을 약속한 '신희'가 그 주인공이다. 장정은 신희와 육체적 관계로 사랑을 확인하려 하고, 신희는 그런 장정이 따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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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에게는 여동생 '은정'이 있다. 은정은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남들에게서 쉽사리 상처받는다. 장정은 그런 신희와 은정을 위해 일자리를 구했다. 돈을 받고 남의 뒷조사나 하는 흥신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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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장정은 중년의 여인 '영애'에게 남편 '인호'의 불륜을 조사해 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인호는 신희가 다니고 있는 대학의 교수다. 장정은 인호의 불륜 사실이 담긴 사진과 녹음파일을 영애에게 내밀지만, 영애는 정작 남편의 불륜 사실에는 관심이 없다. 되려 장정에게 자신을 위로해달라며 지속적인 육체적 관계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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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신희는 인호를 만나 장정의 관계에 대해 털어놓는다. 인호의 말에 영향을 받은 신희는 장정에게 이별을 고하고 인호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다. 은정도 인호와 교제 중이다. 은정은 명품 옷과 돈을 대가로 인호와 몸을 섞는다. 장정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복수를 결심한다. 과연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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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관능적이고 비극적이다. 막장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이들의 관계는 묘한 감정선을 따라 얽히고설켜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사랑을 열망할 뿐, 외롭고 불안한 삶을 살아간다. 사랑도 열정도 없는 이들은 육체적인 관계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위로받는다. 오르지 원초적인 접촉을 통해 욕정을 자극하고 탐닉한다. 지독하리만큼 관능적인 이들의 욕망을 '미친키스'로 표현한 조광화 연출의 발상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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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인물들의 이야기는 희곡적 상황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현실적이다. 은정은 세상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늘 불안한 삶을 살아간다. 사랑하던 남자가 자신의 친구와 바람이 나자 삶의 의미를 잃고 만다. 이후 은정은 불특정한 남자들에게 몸을 팔아 돈과 옷을 선물 받으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 한다. 신희는 장정과의 결혼 약속 이후 모든 것이 지루해져 버렸다. 신희에게 있어 '약속'은 벗어나고 싶은 의무이자 굴레일 뿐이다. 장정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헤아리려 하지 않았다. 신희에게 버림을 받은 장정은 끝까지 자신의 감정만 내세우며 집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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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호와 영애 부부 역시 메말라 버린 감정에 외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인호는 자신의 열정을 되찾기 위해 어린 여자들과 관계를 맺고, 영애는 위안을 얻기 위해 장정과 살을 섞으며 일상을 견딘다. 사랑을 가장한 이들의 삐뚤어진 욕정은 그저 허무한 빈껍데기일 뿐, 결국 파멸의 길로 향하고 만다. 작품은 이들처럼 소외와 외로움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비치고 있다. 그리고 고독감과 공허함을 안고 살 수밖에 없는 삶을 애처롭게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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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휘감는 아코디언 연주는 극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 짙은 화장을 한 악사의 아코디언 소리는 그의 표정만큼이나 희화적이고 처량하다. 인물들의 관계에 갈등을 불어넣는 '히스'의 섬세한 안무와 연기도 극의 몰입감을 높인다.

조광화 연출은 "히스나 악사의 역할을 부각해 분위기와 이미지, 스타일에 방점을 찍어 관객이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배우들은 각자의 성격과 캐릭터, 기질에 맞게 자연스럽게 개성을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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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 역에는 배우 조동혁과 이상이가 출연한다. 신희 역에는 전경수, 김두희가, 인호 역에는 손병호, 오상원, 이 밖에 정수영, 김로사, 이나경 등이 무대에 오른다. 작품은 오는 5월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티오엠 1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kk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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