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이버 경찰 배영호씨, 음란물 신고대회에서 1위]
음란물 하루 200여개 찾아내 "내 아이, 손주들 생각하면 도저히 두고만 볼 순 없었다"
대구에서 10년째 공인중개사 일을 하며 두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가장' 배영호(49)씨. 그는 대한민국 최고의 '누리캅스'다. 지난달 6일부터 19일까지 경찰청이 개최한 '인터넷 음란물 신고 대회'에서 2600여건을 신고해 1위를 차지했다. 누리캅스란 2007년부터 경찰청이 인터넷상 불법·유해 정보를 모니터하기 위해 발족한 민간 경찰로, 현재 대학생·회사원 등 782명이 활동 중이다. 상을 받으러 서울에 온 배씨를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만났다.
경찰청이 주최한 인터넷 음란물 신고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누리캅스’ 배영호(49)씨가 대구 달서구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인터넷 음란물을 찾고 있다. 배씨는 매일 약 200건의 인터넷 음란물을 신고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kangho@chosun.com |
배씨는 "공인중개사 일을 하면서 인터넷을 접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너무 많은 음란물이 인터넷에 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며 "큰아들이 스물한 살이고, 둘째 딸이 열아홉 살인데, 내 아들딸과 손녀 손자들이 이런 음란물에 노출된다는 생각에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배씨는 2007년 4월부터 '공인중개사'와 '누리캅스'라는 두 가지 일을 하고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공인중개사 사무실로 출근해 일을 한다. 퇴근해 집에 오고 나면 오후 8시부터 오전 2시까지는 '음란물을 단속하는 경찰'이 된다.
하루 평균 배씨가 찾아내는 음란물은 200여개, 지난 5년 반 동안 배씨가 폐쇄시킨 사이트와 삭제한 음란물 등은 총 50여만개다.
6년째 이 일을 하고 있지만, 배씨는 "과연 음란물 문제가 끝이 날까 하는 의문은 여전하다"고 했다.
"매일매일 치우는데 음란물은 계속 쏟아집니다. 폭설 내리는 날 눈 치우는 심정이에요. 옛날엔 야한 옷을 입고 성관계를 맺는 정도였다면, 요즘엔 아동으로 보이는 등장인물들이 나와 더 이상한 포즈를 취하는 등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요. 최근 부각되는 아동 음란물 문제, 전 언젠가는 터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배씨는 "음란물이 유포되는 방법도 진화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많이 하는 '트위터'도 안전하지 않다"면서 "한 번은 한 개인의 트위터를 들어가 구경하는데, 음란물 수준의 상체 노출 사진이 올라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트위터 이용자가 유료 음란 채팅 운영자였던 것이다. 그는 "옛날엔 음란물 사이트가 대놓고 음란한 티가 났다면, 지금은 개인 사이트 같은데 은밀하게 움직인다"고 말했다.
배씨는 누리캅스도 '멋진 보람'이 있다고 했다.
[남정미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