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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서병기 연예톡톡]오피스 드라마 ‘김과장’의 차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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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30일 종영한 KBS 드라마 ‘김과장’이 기존 오피스 드라마와 다른 점은 보다 조직화된 ‘을’(乙)의 존재다.

외부에는 ‘유통의 신’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직원들을 착취하면서 돈을 뒤로 빼돌리고 사익을 위해서는 사람 목숨도 하찮게 여기는 기업(TQ그룹) 회장(박현도, 박영규 분)과 그에게 복무하는 도어락 3인방의 조직적 비리를 밝혀 응징하려면 한 개인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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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갑’에 맞서기 위해서는 ‘을‘도 조직화하고 연대해야 한다. 극중에서도 경리부 전체가 합심한다. 이를 이끄는 인물은 ‘티똘이’ 김성룡 과장(남궁민)으로, ‘슈퍼 을’로 불린다.

‘갑’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서는 경리부 힘만으로는 안된다. 회계 부정과 탄자니아 역외 탈세도 밝혀내야 한다. 수사력까지 있어야 한다.

처음에는 박 회장 측에 가담한 악인었으나 개과천선해 김과장을 돕는 전직 검사 서율 이사(이준호)의 수사력도 활용하고, 좀 모자란 줄 알았지만 결정적인 걸 해내는 박회장 아들 박명석(동하)의 핫한 고급정보와 인턴으로 위장한 허당 홍 수사관(정혜성)의 도청력(?)도 요긴하게 쓰였다.

똑부러지고 정의감 넘치는 윤하경 대리(남상미)의 역할도 컸다. 김성룡(남궁민)에게는 든든한 러닝메이트로, 연민이 느껴지는 악역 서율(이준호)에게는 따뜻한 인간미로, 경리부 직원들에게는 묵묵히 보다듬어주는 좋은 상사로서, 진정한 ‘걸크러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이제 한 개인의 힘만으로는 조직의 비리를 밝혀 정상화시키는 건 불가능함을 보여준다. 그만큼 답답한 고구마 현실의 사이다 드라마가 되기 위해서는 판타지 일지언정 보다 많은, 보다 정교한 장치가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김과장’은 부조리함이 판치는 답답한 현실과 불합리 속에서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시청자에게 통쾌한 ‘사이다’를 선사했다. 갑질 논란, 비선 실세, 도어락 3인방과 검찰 앞에서의 호소, 29만원 잔고 등 현 시국에 들어맞는 패러디로 풍자와 해학을 담아냈다. 뿐만 아니라 ‘갑 오브 갑’ 회사를 상대로 싸워나가는 김과장의 ‘사이다 일침’과 ‘사이다 펀치’, 각종 부정부패에 대항하는 ‘을’들의 도전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날카롭게 허를 찌르면서도 폭소를 유발하는 ‘사이다 대사’들을 쏟아낸 박재범 작가의 필력도 돋보였다.

또 남궁민은 디테일이 살아있는 코믹 연기를 펼치면서도, 불의에 분노를 터트리고, 죽음의 위기 후 두려움을 오열로 표출하는 등 감정선을 건드리는 연기내공을 드러내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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