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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데이의 `골프 사모곡`…폐암 투병 모친 걱정에 델 매치플레이 경기중 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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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으로 12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어머니는 며칠 후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내 상황 때문에) 정신을 빼앗기지 마라"고 아들에게 당부했다. 하지만 아들의 샷은 흔들렸다. 경기 전 기자회견 때 "어머니가 겪는 고통을 생각하면 지금 내가 골프 경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흐느끼던 아들이었다.

2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오스틴 골프장에서 열린 WGC 델 매치플레이 조별리그 첫날.

남자골프 세계랭킹 3위이자 이 대회 전년도 챔피언인 제이슨 데이(호주)가 6홀을 돈 뒤 기권했다. 팻 페레스에게 3홀을 뒤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누구에게나 어머니는 특별한 존재다. 하지만 데이에게 어머니는 더 특별했다. 데이는 12세 때 아버지 앨빈을 암으로 잃었다. 아버지는 여러 재활 시설에서 시간을 보냈던 알코올 중독자였다. 데이를 육체적으로 학대했고 대회 성적이 나쁠 때면 어김없이 주먹을 날렸다. 데이는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아주 난폭해졌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골프를 배우게 한 건 아버지였다. 데이가 세 살 때 앨빈은 쓰레기 더미에서 그립이 다 떨어진 3번 우드를 발견했다. 데이에게는 생애 첫 골프 클럽이었다. 데이는 이 우드로 테니스공을 치면서 놀았다. 그러면서 챔피언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가정을 돌보지 않는 남편 때문에 필리핀에서 호주로 건너온 어머니 데닝은 밤낮 없이 일을 해야 했다. 데닝은 키가 145㎝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작았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억척스럽게 일했다. 데이의 누나들은 "(어머니가) 잔디 깎는 기계를 고칠 여유가 없어 칼로 잔디를 자르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따뜻한 물을 받아 두는 물 탱크가 없어 아이들을 목욕시킬 때면 주전자 3~4개에 물을 데워가며 샤워를 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골프를 처음 가르친 아버지에게 많이 기댔던 데이는 부친의 죽음 후 비뚤어지기 시작했다. 술을 많이 마시고, 학교에서 툭 하면 싸움을 하는 문제아가 됐다. 그런 아들을 바로잡기 위해 데닝은 집을 팔고 친척들에게 돈을 빌려 데이를 기숙학교에 보냈다. 집에서 차로 500마일(약 800㎞) 떨어진 쿠랄빈국제학교는 스포츠 프로그램으로 이름난 학교였다.

여기서 데이는 골프 스승이자 캐디 콜린 스와튼을 만났다. 아버지의 빈자리도 스와튼이 메워줬다. 만약 어머니의 헌신이 없었다면 '톱골퍼 데이'는 없었을 것이다. 데이의 누나들은 "데이는 아버지에게서 골프와 실패를 두려워하는 법을 배웠다. 어머니로부터는 실패가 선택 사항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데이의 강철 멘탈은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데이는 어머니 생각에 경기에 집중할 수 없었다. "어머니를 위해 함께할 시간이 필요하다. 어머니는 내가 골프를 하는 이유이고 가족이 최우선"이라는 말을 남기고 코스를 떠났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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