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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손현주, '보통사람' 넘어 '연기神' 되기까지(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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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스타) 김나희 기자 = 사람 냄새나는 배우 손현주. 영화 '숨바꼭질', '악의 연대기', '더 폰'을 연속으로 흥행시키며 '스릴러 킹'으로 거듭난 그가 과거 무명 시절의 아픔에 대해,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보통 사람'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영화 '보통사람'(감독 김봉한)은 1980년대,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강력계 형사 성진(손현주 분)이 우연히 대한민국 최초의 연쇄살인범일지 모르는 용의자 태성(조달환 분)을 검거하게 되면서 안기부 실장 규남(장혁 분)이 주도하는 공작에 깊숙이 가담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중 성진으로 분한 손현주는 1980년대의 아픔을 관통하는 연기로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공감과 울림을 선사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원래 이 작품은 1980년대가 배경이 아니었다"고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손현주는 "1970년대 상황에서 1980년대로 넘어간 거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최초의 연쇄 살인사건과 박종철 고문 치사 내용을 담게 됐다. 원랜 '공작'이라는 제목이었는데 하도 비슷한 제목이 많아서 '보통사람'으로 바뀌게 됐다"고 영화와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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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주가 뉴스1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 News1star / 키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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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1980년대에 대해 "저도 그 시대를 보고 경험한 보통 사람이다. 전 1984년에 대학교 2학년이었다. 사실 당시에는 제 곁에서 늘 하얀 분말이 쏟아졌다. 지금은 '격동의 시기'라고 하지만 저희들에겐 '방황의 시기'였고 '갈등의 시기'였다. 많이 힘들었던 시기기도 하다"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그래서 당시 모습을 스크린으로 볼 때면 서글프다. 지금도 대립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때는 전경과 대학생들이 서로 대립했다. 결국 대학생들이 졸업을 하면 전경이 되는 건데. 그때는 죽일 듯이 싸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서글픈가.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애처롭다. 서로가 피해자다"라며 당시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손현주는 극중 가족을 위해 잘못된 선택을 한 성진에 대해서도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간 거다. 지금 만약 손현주한테 그런 선택이 들어오면 저도 고민이 많이 될 것 같다. 당연히 '아니야'라고 말해야 할 것 같지만 여러 가지 갈등 때문에 가선 안 되는 길을 갈 때도 있지 않는가. 그게 다 보통 사람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곤 "'보통 사람이 뭐냐'고 물었을 때 참 대답하기 곤란하다. 지금도 저한테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대단히 갈등을 많이 할 것이다. 그래도 되도록 타협은 안 하고 싶다"면서 "그런 것들을 현실감 있게 붙이면 2017년이 1980년과 뭐가 그렇게 다를까 싶다. 기기나 환경은 나아졌지만 생각하는 것들이 과연 많이 달라졌을까. 보통 사람처럼 살아간다는 게 힘들다는 걸 요즘 또 느끼고 있다"고 덧붙여 깊은 울림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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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주가 후배들에 대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 News1star / 키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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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주는 또한 과거의 자신도 무명 시절을 버티기 위해 현실과 타협했음을 밝혀 시선을 모았다. 그는 "타협은 제게도 있었다"라면서 "제 연기 인생에서 처음부터 배역이 주어졌던 적은 없었다. 그래서 더 치열하게 살아왔고, 그랬기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에서 살아남은 걸지도 모른다. 늘 2주짜리 인생이었고 '2주 안에 너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을 들어왔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촬영을 하다보면 배역이 바뀌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때도 제가 정의로운 사람이라면 PD가 갑자기 해고를 통보하면서 '4일 나왔지. 25000원씩 해서 10만 원 쳐줄게'라고 말했을 때 통장을 안 봐야 하는데 일주일 뒤에 그 통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심지어 돈이 들어왔나 안 들어왔나를 살펴보는 그런 삶이었다. 그래서 '내일은 없다', '죽기 아니면 살기다'라는 생각으로 살아왔고 지금까지 살아있는 거다"라고 연기에 임하는 남다른 마음가짐에 대해 피력했다.

손현주는 "그래서 지금은 그런 이들이 고맙다. 그런 분들이 제게 굳은살이 생기게 만들어줬다. 전 처음부터 배역이 주어졌으면 지금까지 못 버텼을 거다. 굳은살을 준 사람들이 이젠 잊을 수 없는 선생님이 됐다"라고 스스로를 평가했고, "방송계에 처음 들어와서 '어', '야' 등으로 불렸다. 언제부턴가 제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들이 고마워서 아직도 연극배우 후배들은 안고 간다"며 자신의 핸드폰에 고이 넣어둔 후배 배우들의 프로필을 한 명씩 보여줬다.

그는 "더 많은 것들이 나올 수 있는 배우들이다"라면서 김병수, 이명준, 서병철, 손인용, 장마철, 장용철, 윤희원, 장인섭, 이태형, 우정국, 오연아의 이름을 거론했고, "어떤 작품이 됐든 오디션 볼 기회는 줘야 하지 않나. 그분들은 연기를 해서 좋고, 감독은 계속 만나서 좋고, 관객은 새로운 얼굴을 봐서 좋고, 그 사람들이 잘 돼서 또 같은 일들을 해주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저도 아직 (연기를) 배워가는 상태지만 그런 친구들 보면 기분이 좋다"면서 후배들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아 훈훈함을 자아냈다.

한편 '보통사람'은 오는 23일 전국 극장가에서 만나볼 수 있다. 15세 관람가.

nahee12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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