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오승환 역투+김태균 투런' 한국, 천신만고 끝에 대만 격파(종합)

[고척=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어쨌든 이기긴 이겼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9일 오후 6시30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WBC 서울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대만을 11-8로 제압했다. 1승2패를 기록한 한국은 A조 3위로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대만은 3전 전패로 조 최하위로 대회를 마쳤다.

다소 김이 빠진 상황에서의 경기였다. 한국과 대만은 모두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에게 연패하며 2라운드 진출이 좌절됐다. 이번 경기는 3, 4위를 가리는 것 외에는 큰 의미가 없었다. 4위는 다음 대회를 예선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 달랐을 뿐이다. 하지만 한국에게는 승리가 절실했다. 앞선 두 경기에서 기대 이하의 졸전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 마지막 자존심이라도 세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승리해야 했다.

한국은 초반부터 거세게 대만을 밀어붙였다. 1회초 선두타자 민병헌의 2루타로 득점권 찬스를 잡았다. 이후 이용규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박석민이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적시타로 민병헌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번 대회 한국의 첫 선취점이었다.

상승세를 탄 한국은 2회초에도 기세를 이어갔다. 1사 이후 양의지와 최형우의 연속 안타로 1,3루를 만들었다. 당황한 대만은 선발투수 천관위를 조기 강판하고 궈진린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궈진린도 한국의 타선을 감당하지 못했다. 한국은 김하성의 볼넷으로 이어진 1사 만루 찬스에서 서건창의 2타점 2루타로 추가점을 만들었다. 이어 민병헌의 희생플라이와 이용규의 적시타로 5-0으로 달아났다. 이후 박석민, 이대호의 몸에 맞는 공과 손아섭의 빗맞은 내야 안타로 1점을 보탠 한국은 6-0으로 2회초를 마무리했다. 최상의 출발이었다.

그러나 이후 대만의 맹추격이 시작됐다. 순항하던 선발투수 양현종이 흔들리며 위기를 맞았다. 2회말 1사 이후 린이취엔과 가오궈후이의 빗맞은 타구가 연달아 안타로 연결됐다. 결국 천용지의 내야 땅볼 때 린이취엔이 홈을 밟으면서 첫 실점을 허용했다. 위기는 계속됐다. 린쿤셩의 내야 안타와 린저슈엔의 몸에 맞는 공으로 이어진 2사 만루에서 후진롱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스코어는 6-3이 됐다.

한국은 다시 4회초 이용규, 박석민, 이대호의 연속 안타와 손아섭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보태며 8-3으로 달아났다. 하지만 대만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4회말 린저슈엔의 투런포와 6회말 후진롱과 쟝즈하오의 연속 적시타로 한국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결국 대만은 7회말 가오궈후이의 2루타와 천용지의 안타를 묶어 1점을 더 보태며 8-8 동점을 만들었다. 승부는 원점이 됐다.

이후 답답한 경기가 펼쳐졌다. 한국은 8회초 무사 1루, 9회초 2사 만루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오히려 9회말 무사 2루에 처하며 끝내기 패배의 위기에 몰렸다. 다행히 구원 등판한 오승환이 위기를 막아내면서 한국을 패배의 수렁에서 건져냈다.

한숨을 돌린 한국은 10회초 반격에 나섰다. 1사 이후 오재원과 손아섭의 연속 안타로 1,3루를 만들었다. 이어 양의지의 깊숙한 희생플라이로 오재원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대타 김태균의 투런 홈런까지 보탠 한국은 11-8로 달아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10회말에도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린 한국은 대만의 추격을 뿌리치고 11-8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서건창과 손아섭은 각각 2안타 2타점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대회 내내 부진했던 김태균은 극적인 대타 홈런으로 자존심을 세웠다. 위기의 순간 한국을 구원한 오승환은 2이닝 동안 4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승리투수가 됐다.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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