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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WBC] 중국과 한국, 두 개의 조국을 가진 남자 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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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중 동포 출신 투수 주권, 2017 WBC 중국대표로 출전

kt 창단 첫 완봉승 주인공, 12살 때 한국인 어머니 따라 귀화

중앙일보

주권 [사진 kt 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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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는 다른 나라 대표팀으로 출전한 한국인이 있다. 재중동포 출신인 kt 위즈 투수 주권(22)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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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




주권은 중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중동포다. 중국 지린성(吉林省)에서 태어난 그는 10살 때 어머니와 함께 한국에 왔다. 그리고 2년 뒤 한국으로 귀화했다. 축구선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주권은 중국에서부터 축구를 곧잘 했다. 하지만 비싼 회비 때문에 한국에 온 뒤 축구 선수의 꿈을 접었다. 청주 우암초등학교로 전학한 그는 우연히 야구부 감독의 눈에 들었다. 타고난 운동신경과 체격 덕분이었다. 주변의 도움을 받아 야구선수로 성장한 주권은 2014년 청주고를 졸업하고 kt 우선지명을 받아 프로에 뛰어들었다.

신생팀인 kt는 주권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2015년 1군에서 여덟 경기에 등판(선발 6경기)했다. 승리 없이 1패. 그러나 지난해에는 달랐다. 5월 27일 넥센전에서는 프로 첫 승을 완봉승으로 따냈다. kt 팀 창단 첫 완봉승이기도 했다. 이후 자신감을 얻은 주권은 kt 선발진의 한 축을 차지하며 6승 8패, 평균자책점 5.10을 기록했다.

중국야구협회는 그런 주권에게 주목했다. 중국은 야구 인기가 높지 않다. 메이저리거도 아직 배출하지 못했고, WBC에선 한 번도 2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했다. 세 차례 출전해 2승7패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 역시 현실적인 목표는 1승을 거둬 다음 대회 본선 직행 티켓을 따내는 것이다. 하지만 야구 열기가 높은 일본과 쿠바, 그리고 호주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혈연 중심인 WBC 규정을 이용하기로 했다. WBC는 부모 또는 조부모 중 1명이라도 국적을 갖고 있거나 시민권을 얻을 수 있는 경우 대표팀에서 뛸 수 있다.

중국야구협회는 두 명의 투수에게 대표팀 합류를 요청했다. 그 중 한 명이 파나마 출신인 브루스 첸(40)이다. 첸은 중국계 이민 3세로 파나마 선수 역사상 최다인 통산 82승을 거뒀다. 2015년 은퇴한 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직원으로 일하던 첸은 이번 대회를 위해 마운드에 다시 올랐다. 나머지 한 명이 바로 주권이다.

주권은 지난해 11월 중국측의 제안을 거절했다. 팀이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지금도 엄연한 한국인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재중동포라는 사실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는 걸 안다. 주권은 "중국 대표팀의 제안은 감사하지만 거절했다. 한국 대표팀으로 뛰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주권 영입을 포기하지 않았다. 대신 더 정중한 태도로 부탁했다. 지난달 초 중국야구협회 관계자와 존 맥라렌 중국 감독이 kt 캠프를 방문했다. 맥라렌 감독은 김진욱 감독, 임종택 단장에게도 "최대한 출전이나 훈련에 있어서 배려를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김 감독과 정명원 투수 코치는 긍정적인 의사를 보이며 주권에게 결정을 맡기기로 했고, 주권은 고민 끝에 수락했다.

이상국 kt 위즈 홍보팀 과장은 "부담스러운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큰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팀이나 선수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주권도 강한 타자들을 상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전했다. 결국 주권은 kt 전훈지인 미국 애리조나에서 훈련을 마친 뒤 대회 직전 팀에 합류했다.

주권은 9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2017 WBC B조 호주와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한다. 내심 일본전 등판을 원했지만 '1경기만 등판한다'는 조건 때문에 1차전(쿠바)과 3차전(일본)은 첸이, 두 번째 경기인 호주전에 주권이 나서게 됐다. WBC에 오성홍기(중국 국기)를 달고 출전한 주권은 언젠가 실력을 더 쌓아 태극마크를 달고 뛰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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