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자 변신한 맷 데이먼·브래드 피트…이병헌·정우성도 있다

맷 데이먼 [AF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맷 데이먼과 브래드 피트, 콜린 퍼스…

최근 열린 제89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제작자로 주목받은 톱스타들이다.

맷 데이먼이 제작한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각본상과 남우주연상 2개를 받았고, 브래드 피트가 제작에 참여한 '문라이트'는 최고 영예인 작품상과 각색상, 남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영국 출신 콜린 퍼스는 흑인 여배우 루스 네이가를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린 영화 '러빙'의 제작자다.

세 배우 모두 미국과 영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배우들이지만, 흥행보다는 차별화된 소재와 작품성에 방점을 둔 영화를 제작한 점이 흥미롭다. 특히 제작사 플랜B의 공동대표인 브래드 피트의 '선구안'은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그가 프로듀서로 나선 플랜B의 작품은 '디파티드'(2006), '머니볼'(2011), '노예 12년'(2013), '셀마'(2014), '빅쇼트'(2015), '문라이트'(2016) 등으로 거의 해마다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리즈 위더스푼 [AFP=연합뉴스]

할리우드 배우들이 제작자로 엔딩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사실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금발이 너무해'(2001) 속 통통 튀는 매력의 핑크 공주 이미지가 강했던 리스 위더스푼은 '나를 찾아줘'(2014), '와일드'(2014)와 같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을 만들며 제작자로서 새로운 면모를 보여줬다.

열렬한 환경운동가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자신의 관심을 반영해 '비포 더 플러드'(2016)라는 환경 다큐멘터리를 직접 제작했다. 드루 배리모어도 '위핏'(2009), '미녀 삼총사'(2000) 시리즈를 제작하며 일찌감치 제작자로 변신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EPA=연합뉴스]

이들 톱스타는 자신의 관심사 혹은 가치관을 반영하거나 차별화된 소재를 과감히 발굴해 영화를 직접 제작함으로써 할리우드 영화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할리우드만큼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제작자로 나선 톱스타들이 제법 된다.

영화 '싱글라이더'는 하정우가 제작자로 참여했고, 주연을 맡은 이병헌도 공동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병헌은 "좋은 영화 제작에 함께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고 뿌듯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병헌과 하정우는 '싱글라이더'의 시나리오에 반해 제작 참여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싱글라이더'는 성공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려가다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뒤늦게 슬퍼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최근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폭력과 욕설이 전혀 없는 담백한 감성 드라마다.

이병헌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정우성은 김하늘과 주연한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2016)를 직접 제작했다. 이 작품은 정우성이 출연한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의 스크립터 출신인 이윤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정우성이 이 감독의 시나리오 원안이 훼손되지 않고 영화화될 수 있도록 직접 제작자로 나서 이 감독을 지원한 일화는 영화계에서 유명하다.

배우 이범수도 최근 영화 제작자로 변신했다. 그가 제작자로 처음 고른 장편 영화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엄복동'이다. 일본이 주최한 자전거 경주에서 일본 선수들과 겨뤄 우승한 자전거 영웅 엄복동의 실화를 다룬 작품으로, 상반기에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박중훈이 그의 감독 데뷔작 '톱스타'(2013)를 직접 제작했고, 유지태도 첫 번째 장편 연출작인 '마이 라띠마'(2012) 제작에 참여했다.

영화계 관계자는 "좋은 배우가 좋은 작품을 알아보는 선구안이 있다"면서 "배우들이 자신이 쌓은 경험을 살려 제작에 나설 경우 신인배우를 키울 수 있고 한국영화의 스펙트럼도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성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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