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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리뷰S] '눈길'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될 소녀의 한마디 "네가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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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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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종분아, 네가 기억해야해. 네가 우리를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해”

영화 ‘눈길’에서 어린 영애(김새론 분)가 마지막에 내뱉은 대사다. 숨 조차 내쉬기 힘든 상황에서 영애는 종분(김향기 분)에게 사진 한 장을 건넨다. 그리고 마지막 기운을 쏟아내 겨우 말을 이어간다. 영애의 말은 종분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다. ‘눈길’을 보고 있는 모든 관객 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지 못 한, 우리 모두에게 하는 말이다.

‘눈길’은 1944년 일제강점기 말, 전혀 다른 운명을 타고난 두 소녀 종분과 영애가 같은 비극으로 살아야 했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가슴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영애는 부잣집에서 태어나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왔다. 똑똑하고 당찬 소녀로 학교에서도 칭찬이 자자한 우등생이고, 예쁜 외모까지 지녔다. 그러던 어느 날 오빠 영주가 자위대에 끌려갔고, 아버지는 주재소로 끌려갔다. 그렇게 영애는 학생 근로단에 자원했다. 오빠도 다시 만나고 공부도 다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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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분은 영애와 다른 삶을 살았다. 티없이 해맑은 영혼을 가졌고, 가난한 집이었지만 예쁜 미소는 잃지 않았다. 다정다감한 성격 덕에 동네 어른들의 예쁨을 받았다. 동갑내기 친구인 영애의 오빠 영주를 좋아했고, 그를 보는 것이 곧 행복이었다.

영애가 공부를 하기 위해 일본을 떠난다는 소식에 부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늦은 밤 갑자기 찾아온 낯선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 행선지도 모를 기차에 올랐고, 그곳에서 영애를 만났다. 그렇게 종분과 영애는 같은 운명이 됐다.

‘눈길’에는 자극적인 장면은 없지만 먹먹하다. 일상을 빼앗긴 소녀들은 충분히 슬펐고 가슴이 아렸다. 소녀들의 잃어버린 미소와 숨죽여 흘리는 눈물만으로도 충분했다.

삶을 포기하고 얼어 붙은 강가를 위태롭게 걷는 영애의 모습에서 마음이 아프고, “살아서 돌아 갈 것이다”고 다짐하는 종분의 웃음에 눈이 시리다. 그 작고 어린 소녀들의 소망은 소박했다. 엄마가 해 준 이불을 덮고 자고 싶었고, 살아서 돌아가면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유독 목소리가 예쁜 한 소녀는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하지만 그 소박한 소망은 처참하게 짓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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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꼭 봐야 할 이유를 찾을 필요는 없다.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저 기억해 달라는 것이다. 영애의 마지막 숨결이 담겨 있는 “네가 꼭 기억 해야해”라는 대사가 가슴 깊이 사무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3월 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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