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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월계수' 종영①] 이 시대에 필요한, '전 세대 울린' 신구의 명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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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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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스타=문지훈 인턴기자]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 화제 속에 종영했다. 작품은 끝났지만 양복점 주인 이만술(신구 분)의 명대사는 전 세대 시청자들의 가슴에 남아 울림을 줬다.

지난 26일 KBS2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극본 구현숙, 연출 황인혁, 이하 '월계수') 최종회가 방송됐다. 신구는 마지막까지 주옥같은 대사로 최종회를 아름답게 장식했다.

그의 대사는 젊은이들에겐 '저런 마인드와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했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줬다. 중년층에게는 깊은 공감을 이끌어냄과 동시에 삶을 한 번 더 돌아보게 했다. 그동안 시청자들을 울린 신구의 명대사를 살펴봤다.

◆ 만술의 독백, 눈이 멀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다

월계수 양복점의 주인으로 한평생을 바친 만술(신구 분)은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곧 시력을 잃을 것임을 예감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본 시간을 갖고, 아직은 눈이 보이지만 지팡이로 걷는 연습까지 해야 했다. 그래도 원망은 없었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늙는다는 것은 경험과 지혜를 얻는 대신, 몸의 기능을 하나씩 잃어버리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듣는 일을, 누군가는 걷는 일을 그리고 또 어떤 누군가는 경험과 지혜조차 잃어버리고 치매라는 어둠에 잠기기도 한다. 다행스럽게 난 보이는 것만 잃어버리고 있다. 내게는 아직도 든든한 다리와 세상을 듣는 귀와 이렇게 나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지혜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러니 감사하고 또 감사하자. 나는 남편이고 아비이자, 이 땅에 두 발로 당당히 서 있는 양복쟁이다."

자신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고난을 초연하게 받아들인 만술. 현실에 푸념하기보다는 최악이 아닌 상황에 감사하며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마음으로 대비했다. 오랜 삶으로 얻어진 여유와 연륜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 감동의 명예 퇴임사, 신구-만술의 이야기 동시에 담다

시력이 점점 나빠진 그는 가족들의 도움으로 명예 퇴임식을 열었다. 퇴임식 당일 만술은 자신이 만들어준 양복을 입고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며 감회에 젖었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제 삶은 월계수 양복점을 빼고는 아무 것도 기억할 것이 없다. 양복쟁이로 살아왔다는 것에 크게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며 옷을 생각하는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특별한 것 없는 삶을 살아온 양복쟁이 이만술을 배려해주시고 기억해주신 여러분에게 감사하다. 이 고마운 마음 잊지 않고 남은 생 채우려고 한다. 내내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란다."

한 평생을 양복에 몸바쳐 살아온 만술의 담담한 말에는 진지한 장인정신이 깃들어 있었다. 신구가 오랜 세월 배우로 살아온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도 전해졌다. 극중 만술의 가족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마저 숙연하게 만든 장면이었다.

◆ "실패한 인생"이라며 푸념하는 아들 동진을 향한 조언

만술은 아들 동진(이동건 분)을 향한 애틋한 응원으로 감동을 전했다. 지난 방송에서 동진은 만술에게 "얼마 전에 회사 그만두고 양복점으로 돌아왔다. 집사람과는 이혼했다. 저는 실패한 걸까요? 누구보다 성실하게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지금 제가 마주한 게 실패의 얼굴일까요?"라고 물었다. 만술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삶이란, 얼굴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 그 때 그 때 표정이 바뀌는 것 뿐이다. 넌 지금 한 지점을 지나왔다. 여기서 무릎 꿇으면 실패가 되고 다시 일어나면 경험이 된다. 이것만은 명심해라. 누구도 널 일으켜 줄 수 없다는 것. 가족들이 지켜보며 응원하겠지만 결국 네 힘으로 일어나야 한다. 네가 일어나 세상 속으로 걸어 나가길 바란다."

아들에게 진실된 조언을 전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는 아버지 만술의 모습은 단 몇 분에 불과한 적은 분량에도 깊은 감동을 주며 극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이 장면으로 인해, 까칠하고 철 없기도 했던 동진이 만술을 따라 변화할지에 대해 기대감도 생겼다.

◆ 완전히 시력을 잃었지만, 인생은 빛났다

앞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된 만술은 동진과 태양(현우 분), 삼도(차인표 분) 등과 함께 바다 앞에 섰다. 숙연해진 이들에게, 만술은 초연한 자세로 생각을 전했다.

"앞이 안 보이면 답답할 줄 알았는데 아예 눈을 감으니 새로운 게 보인다. 보려고 눈을 떴을 땐 앞에 것만 보였다. 그런데 아예 눈을 감으니 지난 세월들이 펼쳐진다. 답답할 이유가 없다. 내 삶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과분할 정도로 호사스러운 삶이었다. 어릴 적부터 하고 싶었던 옷 만드는 일을 오래도록 할 수 있었다. 일했던 시간들이 아름다운 옷감처럼 펼쳐져 보인다. 옷은 짓는다고 한다. 밥도, 집도 짓는다고 부른다. 의식주 모두를 짓는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 옷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옷을 지으며 우리는 삶을 짓는다. 비싼 옷을 입는 사람이 신사가 아니다. 옷과 삶을 일치시키는 사람, 그것이 진짜 신사다."

양복점 장인으로서 옷 짓는 일의 가치, 일을 대하는 자세 등을 이야기했지만, 더 나아가 삶을 대하는 자세까지 확대돼 깊은 울림을 전했다.

작품 속 주조연들이 웃고 떠드는 순간에도 신구는 묵직하게 자리를 지키며 작품에 무게감을 줬다. 그의 활약으로 '월계수'는 유쾌하기만 한 작품이 아닌, 삶의 의미와 자신의 현재 위치를 돌아보게 해주는 명작이 됐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수제 맞춤 양복이 한 땀 한 땀 완성돼가는 과정처럼, 네 명의 남자가 월계수 양복점에서 모여 사랑하고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리며 지난 26일 종영했다. 후속으로는 김영철 김해숙 류수영 이유리 이준 등이 출연하는 '아버지가 이상해'가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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