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대회 임하는 남다른 포부
일찌감치 몸 만들고 타격감 조율… 훈련은 예년처럼 박병호와 함께
2014시즌이 전성기 아니었냐고요?… 그렇게 안되려고 열심히 하는거죠
국가대표 2루수 계보를 이을 자원으로 평가받는 넥센 서건창이 야구공을 몸 주위에 깔고 방망이를 베고 있는 포즈를 취했다. 데뷔 첫해 단 한장의 유니폼도 팔지 못했던 신고선수는 이제 팀에서 유니폼이 가장 많이 팔리는 스타 선수가 됐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넥센 서건창(28)은 31일 팀 스프링캠프가 있는 미국 애리조나가 아닌 괌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3월 열리는 야구 국가대항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의 미니캠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팀 동료들과 스프링캠프에 함께 가지 못하는 건 넥센 입단 이래 처음이다. 그는 정식선수가 아닌 신고선수로 넥센 유니폼을 입었던 2012년에도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더욱이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팀의 주장이다.
“아쉽죠. 그래도 구단에서 고생한다고 배려해 주셨어요. 신경 써주시니 감사하죠.” 그는 자신의 출국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에도 공항을 찾아가 스프링캠프를 향해 떠나는 동료들을 직접 배웅했다. 팀 훈련을 포기하면서까지 첫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이번 WBC 대회에 임하는 각오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시즌보다 이른 시기에 치를 WBC 경기에 맞춰 평소보다 몸을 빨리 만들었다. 올겨울에도 훈련은 예년처럼 박병호(31·미네소타)와 함께했다. LG 2군 시절 구리 연습장에서 함께 땀 흘리던 시절에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한 명은 메이저리거로, 또 한 명은 넥센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돼 있을 줄은. 서건창은 지난 시즌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스탯티즈 기준)가 4.454로 팀 내 1위였다.
서건창에게 2군 동료였던 박병호와 다시 만난 소감을 물었다. “그저 부럽죠. 선망의 대상이고(웃음).” 하지만 서건창 역시 명실상부한 ‘스타선수’가 된 지 오래다. 그의 유니폼은 넥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이다. 그는 지난 시즌 면도기 광고도 찍었다. 서건창은 박병호가 자신을 부러워할 리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광고는 제가 수염이 좀 많아서 찍은 것 같아요. 박병호 선수가 저를 부러워할 게 뭐가 있어요(웃음). 서로 만나면 늘 똑같은 것 같아요. 서로 응원하고. 달라진 게 있다면 제가 미국 생활에 대해 물어보는 게 많아진 것 정도요?”
하지만 박병호 부럽지 않게 드라마틱한 게 서건창의 야구인생이다. 프로 지명도 못 받고 한때 방출까지 당했던 신고선수 출신 서건창은 풀타임 출전 첫해였던 2012년 신인왕과 골든글러브를 석권했고 2014년에는 단일 시즌 최초 200안타(201개)를 돌파하며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2년 만에 야구선수로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영예를 모두 안은 셈이다. 남은 시간 동안 어쩌면 서건창은 이미 이뤄 놓은 자신의 기록과 싸워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건창은 이미 자신이 쌓은 대기록에 대한 부담은 없다고 했다. “목표는 제가 설정하기 나름이니까요. 다만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요.”
그렇다고 해도 2014시즌은 야구선수 서건창의 ‘전성기’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안 되려고 열심히 하는 거죠. 정체돼선 안 되잖아요. 야구가 정말 어렵다는 걸 매년 매순간 느끼고 있어요. 대선배님들을 봐도 은퇴하실 때까지 어렵다고 말씀하시는 게 야구고 저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요. 식상하게 들리실 수도 있지만 늘 발전해야 하는 것이고, 배우는 자세밖에는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서건창은 2014년 MVP 수상 소감으로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서 또 한 걸음 더 나아간다)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큰 상인데 너무 성의 없는 소감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았어요. 후보에 올랐으니 혹시나 상을 받으면 말할 준비는 해놔야 할 것 같았어요(웃음).” 그의 준비성은 지금도 여전했다. 그는 WBC를 대비해 1월부터 일찌감치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고 했다. “준비는 항상 돼 있어야죠. 언제 어느 시기에 투입되더라도 주어진 임무는 다하겠습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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